국내 완성차회사들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앞으로 국내 완성차회사의 국내와 해외 생산량 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2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현대차, 기아차, 르노삼성치, 한국GM, 대우버스, 타타대우 등 7개 회사의 국내 생산량은 277만3067대로 같은 기간 해외 생산량 291만6840대보다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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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현대기아차는 중국과 멕시코 등 신흥시장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면서 해외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말 중국 베이징현대 4공장을 완공한다. 내년에는 중국 베이징현대 5공장을 완공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2018년까지 중국 4, 5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을 각각 30만 대까지 늘리기로 했다.
기아차는 5월 멕시코공장을 완공했다. 올해 연말까지 멕시코공장에서 차량 10만 대를 생산하고 향후 40만 대까지 생산능력을 늘린다.
현대차의 중국 4, 5공장과 기아차의 멕시코공장이 계획에 맞춰 정상적으로 가동될 경우 현대차의 해외 생산능력은 100만 대 늘어 현대차의 국내외 생산능력은 모두 908만 대로 증가한다.
현대기아차가 향후 해외에서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을 세운 것과 달리 국내 생산량 확대와 관련해서는 논의하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능력이 이미 국내 생산능력을 앞지른 상황에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현대기아차의 국내 생산비중은 다른 글로벌 완성차회사들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어서 현대기아차가 해외 생산능력 확대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국내 생산비중은 45%로 토요타 40%, 폴크스바겐 27%, GM 22%, 르노닛산 19% 등 상위 5개 글로벌 완성차회사 중 가장 높았다.
국내 완성차회사 가운데 쌍용차도 해외에서 첫번째 완성차 공장의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과거 중동, 러시아 등에서 현지회사와 제휴를 통해 반조립 자동차를 생산한 적은 있지만 완성차 제조공정을 갖춘 해외 공장은 가동한 적은 없다.
쌍용차는 장기적으로 연간 생산능력을 40만 대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쌍용차의 국내 생산능력은 현재 25만 대 수준이다. 쌍용차가 생산능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 발표한 뒤 쌍용차의 해외공장 건립설이 꾸준히 제기됐고 해외공장 입지로 중국이 거론됐다.
쌍용차 관계자는 “쌍용차 국내공장 가동률이 60%에도 못 미쳐 이를 100%까지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며 “그 이후 2019년 쯤 해외공장 건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와 쌍용차이 글로벌 생산능력 확대라는 목표 아래 해외 생산능력을 늘리는 상황인 반면 르노삼성차와 한국GM의 국내공장은 해외공장에 물량을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르노삼성차와 한국GM의 한국공장 철수설은 노사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제기돼 왔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노사가 마련한 잠정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에서 부결되면서 또다시 국내 생산물량을 해외공장에 빼앗길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GM은 올해 임금협상을 타결했지만 노조의 요구에 맞춰 높은 수준으로 임금을 인상하면서 미국 본사에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차와 한국GM의 모회사 르노-닛산그룹과 GM 입장에서 경제성과 효율성 등을 고려해 전 세계 생산거점과 생산량을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특히 르노삼성차의 QM3, 한국GM의 임팔라와 카마로 등 모회사의 해외 생산기지에서 생산돼 한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이 늘면서 한국이 르노-닛산그룹과 GM에게 생산거점이 아닌 판매거점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완성차회사들이 국내 생산량을 줄이거나 해외 생산량을 확대하는데 치중하는 이유로 높은 인건비와 낮은 생산성 등이 꼽힌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회사 5곳의 직원 한명 당 평균임금은 9313만 원으로 토요타 7961만 원, 폴크스바겐 7841만 원보다 높았다. 또 임금상승률도 12%로 토요타 7.8%, 폴크스바겐 9.7%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국내 완성차회사의 직원 한명 당 평균매출은 7억4천만여 원으로 토요타 15억9440만 원의 절반 수준이었으며 차 한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6.4시간으로 토요타 24.1시간보다 더 걸렸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