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4-03-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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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경기 성남 분당갑 후보로 확정되면서 올해 총선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정치 명운을 건 '단두대 매치'가 성사됐다.
이 전 총장과 안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각각 4선 의원 고지를 노리게 됐다. 총선 결과에 따라 양당의 거물급 인사인 두 사람의 정치적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 분당갑 대결에 시선이 쏠린다.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사진 오른쪽)이 경기도 분당시 이매동 지역 선거운동을 하며 만난 지역주민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안철수 페이스북>
3일 더불어민주당 안팎에 따르면 안철수 국민의힘이 현역으로 있는 경기 분당갑 탈환을 위한 후보 선정 과정에서 상당한 고심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지호 당대표 정무조정부실장과 문재인정부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여선웅 전 청년소통비서관이 분당갑 출마의사를 밝혔지만 민주당은 이 전 총장을 전략공천했다.
안 의원과 비교해 지명도가 떨어지는 인물로는 지역구 탈환이 어렵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소속으로 분당갑에서 당선됐었던 김병관 전 의원도 2022년 6월 실시됐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37.49% 득표율에 그쳐 62.50%를 득표한 안 의원에게 큰 격차로 패배했다.
분당갑은 김 전 의원이 승리했었던 20대 총선을 제외하면 16대 총선부터 21대 총선까지 모두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된 지역이다.
현재까지 여론조사 상으로도 안 의원이 이 전 총장보다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의 의뢰로 25일과 26일 분당갑 지역 거주 유권자 512명을 대상으로 안 의원과 이 전 총장의 대결을 가정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이 49.8%의 지지를 얻어 이 전 총장(40.2%)을 오차범위 밖으로 앞섰다.
여기에 안 의원은 2년여 간 지역행사에 꾸준히 참가하는 등 선거구 주민들과 소통을 강화하며 표밭을 다져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 듯 이 전 총장도 분당갑 전략공천이 확정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원 시절 마을회관에서 먹고 자며 지역구 주민들과 만났듯 분당 판교 주민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도전하고, 성취하고, 성공하겠다"고 말하며 지역주민들과 소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 전 총장은 안 의원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이 경기도 분당갑 후보 등록을 위해 분당구 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한 모습. <이광재 페이스북>
이 전 총장은 28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분당갑 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건 재건축을 빨리 해서 경제성 있고 좀 더 쾌적한 동네가 되는 것이다”며 “지긋지긋한 정쟁 선거 말고 어떻게 하면 누가 재건축을 더 잘할 수 있을 건가 정책 토론을 하게 되면 유권자들이 당보다는 사람을 보고 판별하실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장과 안 의원 모두 향후 자신들의 정치적 행보를 위해서라도 승리가 절실한 만큼 총선 과정에서 더욱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현의 오른팔’로 불리던 이 전 총장은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로 복귀하면 ‘4선 의원’이라는 타이틀이 더해져 친문(친문재인)계 세력의 새로운 구심점 역할을 맡은 인물로 떠오를 수 있다.
총선이 끝난 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 당내 상황 변화에 따라서는 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 의원도 야권에서 자신을 겨냥해 자객공천한 이 전 총장을 꺾고 여당의 수도권 총선 승리에 기여해야만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향한 행보에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이 전 총장이나 안 의원 모두 이번 총선에서 낙선할 경우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대선을 노리는 안 의원으로서는 총선에서 패배하면 대선출마 명분이나 대선후보 지지도가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 국민의힘에 불리하다고 보기 어려운 분당갑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대선후보로서의 역량이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26일 YTN 뉴스나이트에서 “(분당갑은) 사실상 (국민의힘에) 유리한 지역인데 그곳에서 만약에 진다고 하면 (안 의원이) 정치를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전 총장 관점에서의 분당갑 선거 의미를 두고는 “대선을 목표로 두고 있는 이 전 총장이 큰 정치인으로 나가기 위한 첫 행보로 (분당갑 출마를) 생각한 것 같다”며 “유의미한 결과를 만든다면 그 다음 행보가 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총장도 2022년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낙선한 데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패배한다면 정치적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이 전 총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1988년 국회의원에 처음 입성할 때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함께 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해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했다. 2004년과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군에 출마해 당선되며 재선의원이 됐다.
2010년 5회 지방선거를 통해 민주당 출신 첫 강원도지사에 올랐으나 취임 7개월 만인 2011년 1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유죄판결을 받아 도지사직에서 물러나고 10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2019년 12월 문재인 정부의 신년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되면서 공직선거 출마자격을 회복했으며 21대 총선에서 강원 원주갑에 출마해 당선되며 3선 의원 고지에 올랐다.
2022년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낙선한 뒤 같은 해 7월 국회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총선 출마를 위해 2023년 12월 국회사무총장에서 물러났다.
안 의원은 2012년 9월 대선출마를 선언하며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2013년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으며 2016년 같은 지역구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2017년 대선에도 출마했으나 3위로 낙선했고 2022년 대선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후보단일화에 합의했다. 그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2022년 6월 경기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3선 의원이 됐다.
여론 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