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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지난 7월15일 춘천에 위치한 네이버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각’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네이버의 미래에 대해 품었던 두려움이 자신감으로 바뀌고 있다.
이 의장은 이제 글로벌시장의 변방이 아닌 중심을 바라보고 있다. 아시아에서 기반을 갖춘 만큼 북미와 유럽에 도전해 글로벌기업과 어깨를 나린히 하겠다는 것이다.
◆ 이해진, 두려움이 자신감으로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 의장은 아시아권에서 라인의 성공을 바탕으로 북미와 유럽에도 네이버의 도전장을 내밀 준비에 주력하고 있다.
이 의장은 라인을 상장한 날 기자간담회에서 “제2, 제3의 라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서비스들을 키워나갈 것”이라며 “북미와 유럽 등 꿈의 시장에서 라인과 같은 사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라인은 일본과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성장한 데 이어 최근 일본과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글로벌에서 가입자가 6억 명을 넘어섰고 월간실질이용자수(MAU)는 2억2천만 명에 이른다.
네이버는 라인의 성공적 상장으로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했다. 글로벌 진출에 대한 이 의장의 자신감도 저절로 커졌다.
이 의장은 “라인은 위험을 감수하고 해외로 나가 성공한 첫 사례가 됐다”며 “회사를 운영하면서 처음으로 자금 여유가 생겨 이제 공격적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 의장은 인터넷사업에서 어떻게 성장동력을 확보할지 절박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토로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기업뿐 아니라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회사들이 자고 일어나면 성장해 있어 두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의장은 글로벌사업에서 여러 차례 실패를 겪었다. 2000년 네이버재팬을 설립하고 일본 진출을 추진했지만 검색서비스에서 자리잡지 못하고 철수했다. 2007년 다시 일본에 도전했지만 또 실패했다.
이 의장은 라인의 성공비결로 ‘절박함’을 꼽았다. 그는 라인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거의 매주 일본을 방문해 일본법인 직원들과 밤을 새가며 사업전략을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라인 성공 경험, 북미와 유럽에서 살린다
이 의장은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성공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는 좁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아시아에서 주요시장인 한국과 일본에서 탄탄한 기반을 갖췄다. 최대시장 중국도 공략할 여지는 있지만 규제가 심해 구글과 페이스북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인터넷기업들이 중국에 진출을 못하고 있다.
이 의장이 글로벌 진출의 후보지역으로 중국이 아닌 북미와 유럽을 꼽은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라인은 이 의장이 아시아를 벗어나 인터넷사업의 중심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다. 라인은 지난 7월 중순 상장했는데 현재 시가 총액이 8조4천억 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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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헌 네이버 대표. |
이 의장은 “라인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새 기술과 서비스에 과감히 투자해 북미와 유럽에 진입할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인은 일본에서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앞으로 성장전망도 밝은 것으로 평가된다. 계속 확실한 수익원으로 네이버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에 따르면 라인은 일본의 모바일 뉴스플랫폼 가운데 야후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월에 비해 지난 7월에 야후와 격차를 각 연령대별로 크게 좁혔고 10대와 20대는 야후보다 라인을 이용하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타겟형 광고가 라인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라인이 3분기 네이버의 실적증가를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이버의 국내사업도 탄탄한다. 주력인 광고사업을 중심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2분기 광고매출이 지난해 2분기에 비해 29% 늘었는데 국내 광고매출도 20% 증가했다. 모바일에서 새로운 광고상품을 도입하고 PC 포털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계속 키우고 있다.
◆ 스노우, 브이(V)로 북미 유럽 두드린다
이 의장은 라인이 아닌 다른 플랫폼으로 북미와 유럽에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이 의장은 “유럽과 북미를 공략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며 “기존의 메신저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페이스북 자체 메신저와 페이스북이 인수한 메신저인 왓츠앱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의 구도를 현재의 라인으로 파고들기 어렵다는 보는 셈이다.
페이스북은 월간실질이용자수 17억 명을 나타내고 있고 왓츠앱도 10억 명을 넘겼다. 이에 비해 라인은 2억2천만 명 수준이다.
페이스북과 왓츠앱은 실질방문자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반면 라인은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라인의 월간 순방문자수 증가율은 분기 평균 2%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장은 동영상 채팅애플리케이션(앱) ‘스노우’와 동영상앱 ‘브이‘, 웹툰 등 서비스를 글로벌 진출의 후보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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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의 동영상 채팅 애플리케이션 '스노우'. |
스노우는 네이버의 자회사인 캠프모바일이 지난해 9월부터 서비스하고 있다. 올해 들어 일본과 대만 등에서 인기를 얻으며 급격하게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5월부터 매달 1천만 명씩 새 가입자를 확보하며 현재 6천만 명을 돌파했다.
네이버는 최근 스노우를 분사해 독립성을 강화하면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스노우 관계자는 “이제 성장하고 있는 단계이니 만큼 각 나라에서 마케팅을 강화하며 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신도 스노우의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스노우가 아시아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네이버는 브이에 한류스타를 중심으로 한 라이브공연 등 콘텐츠를 추가하며 글로벌사업을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여러 이용자가 하나의 동영상에 원하는 언어로 자막을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브이 라이브 채널의 경우 해외 이용자의 비율이 80%에 이른다”며 “자막 제작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물론 스노우와 브이도 막강한 강자들과 경쟁을 펼쳐야 한다.
스노우는 스냅챗의 아성을 무너뜨려야 한다. 스냅챗은 스노우와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동영상 채팅앱인데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에서 하루 이용자가 1억5천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글로벌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트위터의 하루 이용자를 넘어서는 것이다.
스노우와 스냅챗은 주로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사진이나 짧은 동영상에 특정한 효과를 적용해 우스꽝스럽거나 귀여운 이미지 등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흥행요인으로 꼽힌다. 스노우가 비슷한 기능과 비슷한 연령대의 수요를 갖춘 강자와 경쟁이 불가피한 것이다.
스노우 관계자는 “스노우는 스냅챗에 비해 좀 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도록 서비스를 특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