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이 삼성전자와 TSMC가 장악하던 초미세 파운드리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고객사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초미세 공정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경쟁에 참전하면서 대만 TSMC, 삼성전자에 이어 본격적인 '파운드리 3파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열풍에 AI 반도체 위탁생산이 급증하고 있는데, 향후 파운드리 시장 판도는 자체 AI 반도체 생산을 추진하는 빅테크를 누가 잡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텔은 올해 말부터 1.8나노 미세공정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공지능(AI) 칩을 생산한다고 밝혔는데, 1.8나노 공정은 대만과 삼성전자가 현재 적용하고 있는 3나노 공정에 비해 1년 이상 기술적으로 앞선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인텔이 공개적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파운드리 2위를 차지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상대적으로 빅테크 AI 반도체 수요처가 적은 삼성전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메타, 오픈AI, 구글, 아마존 등 생성 AI 서비스를 위해 자체 AI칩 개발과 생산을 준비 중인 곳들을 새로운 고객사로 확보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현지시각 22일 인텔은 1.8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해 올해 말부터 MS가 설계한 AI 반도체를 양산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삼성전자와 TSMC 2곳만 가능했던 초미세 공정의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이 하나 더 늘어 3대 파운드리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인텔이 예정대로 1.8나노 AI 반도체를 연말 생산하기 시작한다면, 삼성전자는 물론 TSMC까지 기술적으로 한발 앞서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TSMC는 모두 2025년 초 2나노 공정의 양산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C놀리지의 대표인 스코튼 존스는 “인텔의 10나노 슈퍼핀 공정은 TSMC 7나노 공정과 견줄만 하고, 7나노 역시 TSMC 3나노와 기술적으로 유사하다”며 “인텔이 계획대로 1.8나노 공정 생산에 성공한다면 성능 면에서 TSMC와 삼성전자를 능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인텔이 이미 빅테크인 MS를 파운드리 고객사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초미세 공정을 적용하는 대형 AI칩 파운드리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 2~3나노 공정 고객사로 알려진 곳은 중국 비트코인 채굴용 장비업체인 ‘판세미’와 일본 AI 스타트업 ‘프리퍼드네트웍스’ 정도다.
반면 TSMC는 현재 엔비디아, AMD와 같은 대형 팹리스 기업의 AI칩 등을 양산하고 있고, 구글과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AI 칩도 생산하고 있다.
인텔은 나노 공정 기술에 앞서기 때문에 MS 외에도 세계 각국의 주요 AI 서비스 빅테크 기업을 새 파운드리 고객사로 확보하는데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인텔은 또 삼성 파운드리 대형 고객사인 미국 퀄컴(주로 스마트폰용 CPU 칩 위탁)까지 자사 파운드리로 이전토록 할 것이라고까지 밝혔다.
더 미세한 나노 공정으로 반도체를 생산할수록 하나의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칩 개수가 많아져 생산성이 올라간다. 이로 인해 고난도 기술의 칩을 더 저렴하게 생산해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1위 TSMC와 추격하는 인텔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면하려면, 자체 AI 칩 개발을 준비하는 세계 주요 빅테크를 고객사로 시급히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현재 삼성전자와 가장 협력 가능성이 높은 빅테크로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페이스북 운영사인 메타가 꼽힌다.
오픈AI와 메타 모두 자체 AI 칩 개발을 추진하고 있고, 자신들이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해줄 파운드리사를 물색하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26일 한국을 방문해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대표이사 사장과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오픈AI에겐 반도체 설계를 비롯해 D램, 낸드플래시, 파운드리 서비스까지 한 번에 제공할 수 있는 삼성전자와 협력이 매력적인 선택일 수 있다.
▲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파운드리 업체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
지난해 독자 개발 AI 칩 ‘MSVP’와 ‘MTIA’를 공개한 메타도 삼성전자와 협력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이르면 2월 말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 AI 반도체 양산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도 삼성전자의 오랜 파트너다. 현재 구글의 자체 AI 반도체 'TPU'는 TSMC가 위탁 생산하고 있지만, 구글 모바일용 반도체는 삼성전자가 위탁 생산하는 만큼, 향후 AI 칩에서도 손을 잡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TSMC의 현재 생산설비만으론 많은 AI 반도체 위탁생산 수요를 감당하긴 어렵다. TSMC가 AI 칩을 생산해 공급하는 엔비디아 측도 지난 21일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AI 반도체는 당분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세계 AI 반도체 시장이 2027년까지 지난해보다 배 이상 성장해 약 1400억 달러(약 18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최근 “구글, 메타, MS, 아마존이 자체 개발하는 AI 칩이 바로 엔비디아를 추월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빅테크는 AI 반도체 산업에서 그동안 할 수 없는 일들을 할 능력이 있다”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