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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인터뷰] 서울 관악갑 국힘 예비후보 유종필, 옷 바꿔입고 험지 나선 이유

이준희 기자 swaggy@businesspost.co.kr 2024-02-21 15: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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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인터뷰] 서울 관악갑 국힘 예비후보 유종필, 옷 바꿔입고 험지 나선 이유
▲ 관악구갑에 단수공천을 받은 유종필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20일 서울대입구역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나는 기호 1번이여.”

서울대입구역에서 기호 2번을 달고 유세하던 유종필 국민의힘 예비후보에게 중년의 한 유권자가 지나가며 퉁명스럽게 한 마디를 던졌다.

유 예비후보는 그의 등 뒤로 “한 번 마음을 바꿔보십시오! 인물을 보고 투표해주세요”라고 말했다.

20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 선거 유세를 위해 길을 나서는 유 예비후보를 따라 나섰다.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길임에도 관악구청장을 두 번이나 지낸 유 예비후보를 알아보고 악수를 청하는 시민들이 꽤나 많았다.

관악구갑이 서울에서는 보수정당의 대표적인 험지로 알려져 있어 선거운동이 어려울 것이라는 애초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유 예비후보가 걸음을 옮기면서 만난 구민들은 그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을 건냈다.

물론 만연한 ‘정치혐오’에서 비롯된 것이든 ‘민주당 지지자’든지 간에 유 예비후보가 ‘기호 2번 유종필을 뽑아주세요’라며 다가가자 그에게 매몰찬 눈빛을 보내거나 무시하고 지나가는 유권자들도 많았다.

다만 유종필 예비후보는 이런 시선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유종필 예비후보는 지난 14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단수공천을 확정받았다.

전남 함평 출신으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유 예비후보는 민주당 소속으로 민선 5기·6기 관악구청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러나 유 예비후보는 2021년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의 특별고문을 맡으면서 26여년을 몸담은 민주당을 떠났다.

민주당을 떠난 이유를 묻자 유 예비후보는 정계를 잠시 떠난 동안 느낀 문재인정부의 잘못된 행보를 꼽았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지금 민주당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겠냐”고 날을 세웠다. 

유 예비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종북반미 외교노선 △탈원전 정책 △부동산 정책 등으로 대한민국이 소멸 위기로 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며 “그러던 와중에 2021년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경선 후보로부터 전화가 왔고 그를 만났다. 윤 후보를 만났을 때 나는 민주당 탈당은 했지만 국민의힘에 입당하진 않았다. 그저 후보를 도와서 정권교체에 일조하고 그걸로 끝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정말 출마를 안하려고 했다. 당선되려고 했으면 민주당 내에서 경선하는게 훨씬 더 편하다”며 권력에 힘입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당을 바꿨다는 일부 비판에 대해 반박했다. 
 
의도치 않게 상황에 이끌려 출마하게 됐다는 것이다. 
 
[동행인터뷰] 서울 관악갑 국힘 예비후보 유종필, 옷 바꿔입고 험지 나선 이유
▲ 유종필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길거리에서 한 유권자와 대화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유 예비후보는 “대선이 끝나고 지방선거 때 당시 당협위원장이 사고가 나서 물러났고 사령탑이 없어졌다”며 “각급 후보들이 나한테 유세 지원 요청을 해서 선거 내내 마이크를 잡고 다녔다. 타의 90%로 다시 정계에 들어오게 됐는데 최종 결정은 그래도 내가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옷을 바꿔입고 총선 출마를 선택한 유 예비후보에게 관악구는 양지에서 험지로 바뀌었다. 국민의힘 공관위에서 중진 의원들을 향해 험지 출마를 권고했지만 관악구는 이들조차도 감히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정도였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9번의 총선에서 관악갑 유권자들은 6차례 민주당 계열 정당 후보를 선택했다. 이 지역구에 서울대학교와 숭실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20·30대, 호남 출향민이 많이 사는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선거를 보면 그 추세는 더 확연하다. 제19·21대 총선에서는 유기홍 민주당 의원이 당선됐고 20대 총선에서는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이 당선됐다. 

2022년 20대 대선에서도 관악갑을 포함한 관악 표심은 민주당을 향했다. 당시 관악구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50.3% 득표율로 45.2%를 얻은 윤석열 대통령을 5.1%포인트 차로 눌렀다. 바로 뒤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박준희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이행자 국민의힘 후보를 5.87% 차로 누르며 구청장에 당선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당을 바꿨을 때 주변 반응이 어땠는지’를 묻자 유 예비후보는 “일부는 ‘배신자’라는 사람도 있었고 '민주당이 당신 같은 사람이 왜 나가도록 했냐'며 안타깝다고 말한 사람들도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주변에서 모두 사리사욕을 위해 당적을 바꾼 것이 아니라고 인정해줬다고 덧붙였다.

유종필 예비후보는 보수진영에서 자신을 환영하는 분위기였지만 ‘위장귀순’ 아니냐며 못마땅해 하는 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의견에 대해 “그렇게 따지면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귀순 용사’”라며 “좌우의 이념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좌파 정권의 도구로써 우파 정권을 아작내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국민의힘에서 관악구갑에 도전장을 낸 인물은 유종필 후보가 유일했다. 민주당에서는 현재 해당 지역구에 3선을 역임한 유기홍 의원이 현역 의원으로 있고 민주당 공관위는 유기홍 의원과 박민규 관악경제사회연구소장과의 2인 경선을 결정했다.

유 예비후보는 누가 후보로 나오든 ‘페어플레이’를 하자고 강조했다.

동행하면서 기자의 귀에 유 예비후보의 찐한 호남 사투리가 맴돌았다. 유 후보가 2005년 민주당 대변인을 지낼 당시 했던 “홍어는 민주당의 상징어족”이라는 말이 지금까지 정계에서 회자될 정도다. 

유 예비후보에게 ‘관악구를 정치적 고향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고 묻자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스토리를 꺼냈다.

그는 “1995년 당시 신민주연합당 정책위원회 부의장를 맡고 있던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해 관악구에 출마했다”며 “한겨레신문을 그만두고 산천유람을 하고 다닐 시기에 민주당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젊음 △전라도 출신 △서울대 출신이라는 조건에 맞는 인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동행인터뷰] 서울 관악갑 국힘 예비후보 유종필, 옷 바꿔입고 험지 나선 이유
▲ 유종필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서울대입구역에서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유 예비후보는 전문가와의 회의 약속이 있다며 사무실로 이동해야 한다고 했다. 기다렸다가 회의를 마친 그에게 ‘어떤 내용이냐’고 묻자 ‘재건축·재개발’ 사안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주거 개량 사업과 경전철 서부선 연장(장승배기-서울대) 조속 착공을 관악구갑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았다. 

유 예비후보는 “이번 회의에서 전문가를 만난 것도 모아타운(서울시의 저층 주거지 소규모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지역 내 3곳 재건축·재개발 현안 논의를 위해 만난 것이다”며 “박원순 서울시장 재직 당시 재개발·재건축을 하지 않고 벽화나 그리고 하면서 주민들의 (재개발·재건축) 욕구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다시 선거 유세를 위해 길을 나서는 유 후보에게 ‘국회의원 되면 어떤 위원회 가고 싶고 어떤 일을 이루고 싶냐’고 물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가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유 예비후보는 “관악구청장을 역임하면서 34개의 작은 도서관과 5군데의 무인 도서관을 설치했다"며 "관악구에 서울시 독서동아리의 3분의 1이 있을 정도로 독서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고 인문학의 중요성은 이런 시대일수록 부각된다. 젊은 세대가 유튜브 쇼츠 등에 중독돼 ‘디지털 디톡스’가 주목받고 있다”며 “국민의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기 위해 문체위에서 활동하고 싶다. 국민의힘 공관위에도 이런 내용을 써냈다”고 덧붙였다.

유 예비후보는 1957년생으로 전남 함평 출신이다.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동국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에서 언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졸업 뒤 한국일보 기자로 근무하다가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요원으로 참여했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이 됐다. 같은 해 새정치국민회의가 창당되자 당적을 옮긴 뒤 부대변인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뒤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을 역임했고 2002년 제16대 대선에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공보특보를 맡았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관악구을에 출마했지만 이해찬 열린우리당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국회도서관장을 지낸 뒤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관악구청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뒤 제6회 지선까지 재선에 성공했다. 

2021년 8월16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윤석열 대통령 후보 선거캠프에 합류했다. 2022년 12월28일 관악구갑 당협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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