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현대중공업의 수주활동에 필수요소인 선수금환급보증(RG)을 분담해 발급하기로 결정해 수주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권오갑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경영정상화는 더욱 탄력이 붙게 됐다.
권 사장은 하이투자증권 매각과 노조와 임단협 타결 등에 더욱 역량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 현대중공업, 수주회복 기대감 커져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을 비롯해 7개 은행이 조만간 현대중공업에 대한 선수급환급보증(RG) 발급 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
|
|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현대중공업은 8월에 그리스 선사 알미탱커스로부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수주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이 현대중공업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져)을 늘리는 것을 꺼리면서 수주활동에 필수적인 선수급환급보증(RG)을 발급하지 않아 수주확정이 미뤄졌다.
선수금환급보증은 선주가 주문한 선박을 인도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은행 등 금융기관이 보증을 서는 것을 의미한다. 선수금환급보증이 발급되지 않으면 수주가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농협은행이 선수금환급보증 발급에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쳐 한달반 가까이 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이 중단됐다. 그러나 농협은행을 제외한 채권단이 선수금환급보증을 분담해 발급하기로 결정하면서 현대중공업은 수주활동에 숨통을 트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데 수주까지 회복할 경우 경영정상화 작업에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19일 “현대중공업의 현재 수주실적은 미미하지만 LNG(액화천연가스)선과 유조선 위주로 수주를 조금씩 회복하고 내년에는 다른 선종으로 수주가 완만히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이 선박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해양플랜트 수주를 회복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전 연구원은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수준에 안착한다면 해양플랜트 발주가 재개돼 현대중공업이 수주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해양플랜트 발주에 발목을 잡았던 유가는 9월에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45~5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하이투자증권 매각과 임단협 타결이 관건
권오갑 사장이 이제 현대중공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는 두가지로 꼽힌다. 하이투자증권 매각 등 비핵심자산 매각과 노조와 임단협 협상타결이다.
현대중공업은 5월에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안에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넣어뒀다. 권 사장은 조선업계 CEO 간담회에서 “경영상황이 안 좋으면 회사의 몸집을 줄여서 대응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현재 하이투자증권 매각작업은 순탄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이투자증권 매각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최근 인수후보자들로부터 하이투자증권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했다. 하지만 LIG투자증권과 사모펀드(PEF) 등 2곳만 인수의향서를 제출해 하이투자증권 매각작업이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하이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이 LIG투자증권의 3배가 넘는 점을 고려하면 LIG투자증권이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인력감축 방안을 놓고도 노조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권 사장은 전체직원의 10%인 3천 명가량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상반기에 사무직과 생산직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등 인력감축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가 무리하게 인력감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반발해 임단협 협상도 교착상태에 빠졌다.
노조는 회사가 인력감축과 일부 사업부의 분사 등 현재 진행하고 있는 구조조정 작업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임단협 교섭에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인력감원은 경영합리화 작업의 일부로서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