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4-01-17 15: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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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칠성음료가 연 매출 3조원 시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가 신동빈 회장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유통업계 시선을 끌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연 매출 3조 원’을 달성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 매출 2조 원을 넘긴 지 12년 만의 기록일 뿐만 아니라 주류업계 가운데 최초로 연 매출 3조 원을 넘기는 것이라는 점에서 값진 성과로 여겨진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연공서열을 파괴하면서까지 수장에 앉힌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가 기대에 그대로 부응하는 모양새다.
17일 증권가 전망을 종합하면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1954억 원, 영업이익 2340억 원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보다 매출은 12.5%, 영업이익은 5.0% 늘어나는 것이다.
▲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매출 3조 원대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
최근 롯데칠성음료 실적 추정치를 내놓는 증권사를 보면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매출 3조2천억 원대를 무난히 달성했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롯데칠성음료에게 매출 3조 원이라는 의미는 적지 않다.
롯데칠성음료가 연 매출 2조 원의 벽을 넘은 시기는 2011년이다. 그동안 부침도 없진 않았으나 꾸준히 매출을 끌어올려왔는데 12년 만에 매출 3조 원대 벽을 넘게 됐다.
경쟁사와 비교하면 롯데칠성음료의 성과는 더욱 돋보인다. 롯데칠성음료와 주류시장에서 맞붙고 있는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현재 각각 매출 2조 원대, 1조 원대에 머물러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주류뿐 아니라 음료사업도 함께 펼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세 회사의 매출을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외형 측면에서 어느 정도 경쟁사들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지점이다.
롯데칠성음료 내부적으로는 소주 새로의 선전이 실적을 견인하는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이 반가울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시장 점유율은 21%다. 2019년만 해도 11%까지 떨어졌었는데 약 4년 만에 점유율을 두 배 가까이 올린 것이다.
2022년 9월 출시한 소주 새로 덕분에 이런 성과가 가능했다.
롯데칠성음료는 과거 소주 시장에서 20%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하이트진로가 2019년 4월 신제품 소주 진로이즈백을 내놓으면서 영향력을 대폭 상실했다. 롯데그룹을 향한 불매 운동까지 겹치며 점유율이 1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롯데칠성음료가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절치부심해 내놓은 제품이 바로 '새로'였다. 롯데칠성음료는 초록색 병 일색이었던 소주 시장에 흰 투명병을 처음으로 사용하며 관심을 모았으며 스토리텔링을 입힌 마케팅으로 MZ세대에게 다가갔다.
성과는 즉각 나타났다.
'새로'의 매출은 2022년 4분기 155억 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1분기 280억 원, 2분기 320억 원, 3분기 327억 원 등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새로'의 시장 점유율은 출시 직후 3.3%에서 지난해 3분기 8.5%까지 높아졌다.
롯데칠성음료는 새 소주를 통해 소주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했다는 평가까지 듣고 있다. '새로'는 제로슈거 콘셉트로 시장에 나왔는데 이것이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1월 ‘제로슈거 진로’를 출시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새 맥주 크러시도 현재 시장에서 서서히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맥주사업은 사실 롯데칠성음료에게 ‘아픈 손가락’과 같은 사업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3분기에 맥주사업에서 매출 600억 원을 냈는데 이는 2022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22.7%나 빠진 것이다.
같은 기간 소주와 청주의 매출은 각각 27.9%, 10.7%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맥주사업의 부진은 뼈아픈 지점일 수밖에 없다. 성과가 부진했던 와인사업의 매출 감소폭도 14.5%로 맥주사업보다는 나았다.
롯데칠성음료는 역시 맥주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맥주’라는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워 '크러시'를 내놨다.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걸그룹 에스파의 리더 카리나를 홍보 모델로 기용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현재 크러시는 수도권 기준으로 가게 입점률이 20~30%대까지 올라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입점률을 높이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는데 앞으로 입점률이 50%대까지 올라가게 되면 더 많은 고객들에게 제품을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롯데칠성음료가 2023년 11월 출시한 새 맥주 크러시는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사진은 걸그룹 에스파 리더 카리나가 모델로 나온 새 맥주 크러시 광고 모습. <롯데칠성음료>
당시 롯데칠성음료 내부에는 박 대표보다 직급이 높거나 임원 연차가 많은 선배들이 10명가량 있었는데 이들보다 먼저 회사 수장에 올랐다는 점에서 박 대표의 수장 선임은 큰 주목을 받았다.
박 대표는 롯데칠성음료를 맡은 2021년 이후부터 2023년까지 내리 회사 실적을 성장시키며 신 회장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매출은 2020년 2조2천억 원대였지만 2021년 2조5천억 원, 2022년 2조8천억 원대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박 대표에게 올해는 더욱 큰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음료가 연 매출 3조 원을 넘긴지 1년 만인 올해 연 매출 4조 원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9월 필리핀펩시의 경영권을 취득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필리핀펩시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롯데칠성음료의 연결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는데 필리핀펩시가 2022년에 이미 1조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냈다는 점에서 올해 연 매출 4조 원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