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8월 하와이 마우이섬 리하이나 마을이 산불에 피해를 본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하와이 산불이 1인당 피해 금액 기준으로 올해 최악의 기후재난에 꼽혔다.
27일(현지시각) 영국 비영리 자선단체인 크리스찬에이드(Christian Aid)는 ‘2023년 기후재난 피해 비용 집계(Counting the Cost 2023: A year of climate breakdown)’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기후재난의 경제적 영향을 조명하기 위해 올 한 해 전 세계에서 일어난 20건의 기후재난과 관련한 경제적 피해 규모 추산액을 해당 지역의 인구수로 나누어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8월8일 발생한 하와이 산불이 1인당 미화 4161달러의 경제적 피해를 일으켜 분석 대상 20건 가운데 가장 큰 1인당 피해 금액을 냈다.
다만 분석에 사용된 경제적 피해 규모는 재난 대응 기관 등에서 집계한 피해액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따라서 실제 기후재난의 피해는 숫자로 표현된 1인당 피해 규모를 더욱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하와이 산불은 모두 181명의 사망자와 7695명의 피해자를 냈으나 사상자 수 등은 4161달러라는 1인당 피해 규모 내용에 반영되지 않았다.
하와이 산불 다음으로 1인당 피해 규모가 큰 기후재난으로는 △5월 괌에 피해를 준 태풍 ‘마와르’가 1455달러 △3월 바누아투에 피해를 준 사이클론 ‘주디’와 ‘케빈’이 947달러 △2월 뉴질랜드에 피해를 준 사이클론 ‘가브리엘’이 468달러 등 순으로 조사됐다.
가뭄 가운데서는 4월 스페인에서 발생한 가뭄이 1인당 50달러의 피해를 준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분석 내용을 놓고 복원력이 약하거나 기후 위기에 취약한 농업 국가들에서 일어난 기후재난의 파급효과가 더욱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패트릭 와트(Patrick Watt) 크리스찬에이드 대표는 “기후위기가 극심해지면서 거주지역에 따라 영향이 크게 달라지는데 가난한 국가들이 더 불리한 환경에 놓여있다”며 “가난한 국가들은 기후재난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고 회복 자원도 적어 피해는 크고 복구는 더딘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3월11일 아프리카 남부 말라위를 강타한 사이클론 ‘프레디’는 가난한 국가에 기후재난이 더 치명적임을 잘 모여주는 사례로 꼽혔다.
과거 말라위는 인도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사이클론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곳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34일 동안 이어진 프레디의 영향으로 말라위에는 몇 주 사이 1년 치 비가 내렸다.
국제재난데이터베이스(EM-DAT)에 따르면 말라위에선 67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재민은 전체 인구 2000만 명의 10%가 넘는 200만 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또한 집중호우가 홍수로 이어져 주택이 유실되고 물에 잠겼고, 도로와 교량은 물론 전력 공급 및 관개 인프라가 물에 쓸려 나갔다. 생계와 식량 공급에 필수적인 농작물도 유실됐다.
재난구제평가(Post Disaster Needs Assessment)에 따르면 말라위의 완전한 복구에 6억8000만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말라위의 전체 경제규모 130억 달러 가운데 5%에 해당한다.
누쉬라트 초두리 크리스찬에이드 기후정의 정책고문은 “프레디는 기후 위기에 가장 적게 기여한 국가가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부유한 국가들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합의한 손실 및 피해 기금이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신속하게 지원될 수 있도록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