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신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위원장)으로 취임했다.
한 위원장은 총선 불출마까지 선언하며 '선민후사'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당면 과제인 비대위 구성부터 국민을 우선한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6일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한 위원장은 “선당후사 대신 선민후사 해야한다"며 "국민의힘보다도 국민이 우선이다”고 밝혔다. 이날 한 위원장은 내년 총선에 지역구는 물론 비례로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국민들이 합리적 비판을 하면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바로바로 반응하고 바꾸자”며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위원장이 취임 일성에 맞춰 비대위 구성 등을 어떻게 해나갈지 관심이 모이는 대목이다.
한동훈 비대위는 15명이 최대 인원인 비대위원 인선이 완료돼야 비로소 정식으로 출범한다. 이르면 28일 최고위원회의 의결과 29일 상임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비대위원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원까지 모두 임명되면 기존의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이 물러나고 최고위는 해체된다. 윤재옥 권한대행은 다시 원내대표직만 맡는다.
한 위원장은 취임식 이후 당직 인선 관련 질문에 “사실 저는 마음이 별로 안 급하다”며 “차분히 생각하고 지금은 빠른 답보다 맞는 답을 내는 게 더 중요한 때라고 생각한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한 위원장은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의견을 듣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분들은 진영과 상관없이 만나고 경청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에 부족한 경험과 관련해 경험이 안 중요한 것처럼 말씀드렸는데 그런 건 아니다"며 "경험은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경청하면서 잘 해 나갈 거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 위원장의 비대위 구성이 쉽지만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비대위 활동의 유불리를 판단할 수밖에 없어 마땅한 인물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와 김예지 의원 등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인물들이 연달아 고사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비대위원을 해서) 여의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선거를 한다는 것은 사실은 여기(지역구)를 비우는 상황"이라며 "현재 민주당 의원들이 지역을 돌보지 않는 것과 진배없는 꼴이 된다”며 비대위원직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현재 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김예지 의원도 25일 KBS 특집 1라디오 오늘에서 “(나는) 김기현 전 대표 시절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올라왔던 사람이지 선출직이 아니다”며 “전임 지도부의 뉘앙스가 남아 있어서 혹시 당에 누가 될 것 같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비대위의 주축이 789세대(70·80·90년대생)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주류인 86세대(운동권 출신 60년대생·80년대 학번)와 차별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기존에 우리 당이 어르신들만의 정당이었고 한때 대선 때는 2030 지지들이 꽤 있었는데 다시 빠졌고 다시 회복해야 한다”며 “‘789(70~90년대생) 비대위’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취임식 직후 대구·경북(TK) 지역 초선 의원인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는데 세대교체 신호탄으로 보는 시선도 떠오른다.
김 의원은 1975년생으로 한 위원장보다 두 살 아래 법조인이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나와 제45회 사법시험 합격 후 변호사로 활동하며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 등을 지냈다.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수석대변인을 맡는 등 계파색이 옅은 편이다.
▲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한 위원장은 비대위 구성 뒤에는 총선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공천관리위원장도 찾아야 한다.
공천관리위원장 선임은 한 위원장의 당 운영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표지인데다 총선 승리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당내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인물을 선임해야 한다는 시선이 많다.
정치권에서는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안대희 전 대법관, 김병준 전 위원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한편 한 위원장은 27일 탈당을 예고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담판도 내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전 대표의 탈당 예고일 전날까지 원론적 반응에만 그치고 있어 극적 대통합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여겨진다.
한 위원장은 이날 이 전 대표에게 탈당 만류 연락을 취하거나 따로 만날 계획이 있는지 질문을 받자 "우리 당이 자유민주주의 정당이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분들이 모일수록 강해진다”면서도 “지금 단계에서 어떤 특정한 분들을 전제로 하는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