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상생금융 방안을 빠르게 마련하며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상생금융방안 조율을 높이 평가하며 조 회장이 존재감을 키웠다. 다만 은행권은 역대 최대 규모 상생금융방안에 부담을 안게 됐다. 조 회장이 이에 내년에는 은행권의 규제 완화 목소리도 높일지 주목된다.
▲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존재감을 키운 가운데 은행권의 규제 완화 목소리도 낼지 주목된다. 조 회장(앞줄 가운데)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앞줄 왼쪽) 및 김주현 금융위원장(앞줄 오른쪽), 은행장들과 2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간담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DB금융투자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은 순이익의 10~18% 수준의 금액을 상생금융 관련 지원을 위해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다.
DB금융투자는 KB국민은행은 3590억 원, 하나은행은 3360억 원, 신한은행은 2890억 원, 우리은행은 2670억 원, NH농협은행은 2070억 원을 상생금융지원액으로 지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은행 순이익 감소가 임박해 주주환원이 후퇴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시중은행과 IBK기업은행의 지원금액은 2천억~3천억 수준이 될 것”이라며 “5% 내외의 순이익 감소로 올해 은행의 주주환원 규모에 소폭 영향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은행권은 이에 상생금융 지원액의 비용 적용시점을 고심하고 있다. 비용인식 시점에 따라 올해 초 제시됐던 목표실적에서 멀어지느냐, 내년 실적 감소냐의 문제가 달려 있어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용을 언제 반영할지 논의하고 있다”며 “올해 반영되면 실적목표 등에 영향이 있기 때문에 내년 적용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대략적 가이드라인만 제시됐을 뿐 세부사항은 없었다"며 “내년 은행이 어렵다고 하는데 비용을 그때 반영하면 문제가 될 수 있고 관련 부서도 많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상생금융방안 은행별 부담 예상액. < DB금융투자 >
은행권 악재가 겹친 셈이다. 은행 순이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자이익 전망도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이자장사’ 비판이 거센데다 기준금리가 정점을 찍어 좋지 않다.
더구나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로 비이자이익 중심에 있는 신탁사업이 위축돼 비이자이익도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권은 결국 주장해 온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투자일임업 전면허용과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가 대표적이다.
현재 은행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제외하고는 투자일임업이 허용돼 있지 않다. 은행 자산관리 분야 경쟁력은 이에 다른 금융업계 대비 떨어진다는 평가도 받았다.
은행에서 보험을 팔 수 있는 방카슈랑스는 판매방법과 비율, 인원 등에서 제한돼 있었다. 종신보험과 자동차보험을 팔 수 없는 것이 대표적이다.
알뜰폰 사업 등 비금융사업 진출도 은행권이 비이자이익 증대를 위해 원하는 분야로 꼽힌다.
은행권 기대감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취임하면서부터 금산분리 등 금융권 규제 완화를 내걸어 큰 편이었다.
김 위원장은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출범시켜 혁신에 힘을 실었고 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엠’에는 계속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취임사에서도 “금산분리 등 과거의 전통적 틀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