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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화학 올해 잇단 신용도 하락, 조현준 '아픈 손가락' 베트남법인 내년 기대

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 2023-12-12 15: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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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효성화학 재무 안정성에 경고등이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연이어 신용등급 및 전망을 내려 잡은 것이다.

효성화학 재무구조 악화에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베트남법인의 실적 부진이 한 원인으로 꼽힌다.
 
효성화학 올해 잇단 신용도 하락,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0339'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조현준</a> '아픈 손가락' 베트남법인 내년 기대
▲ 효성화학의 신용등급 및 전망이 잇따라 하락했다. 다만 효성화학 신용도 하락의 한 원인이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사진)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효성화학 베트남법인에 관한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조 회장은 효성화학 베트남법인의 반등을 통해 실적 및 재무구조 개선의 기회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인이 올해 3분기부터 정상적으로 가동된 데다 향후 베트남 내수 시장 역시 탄탄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12일 신용평가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효성화학이 올해 신용도 하락에 직면한 주요 원인은 수익성 하락으로 재무구조가 큰 폭으로 악화했지만 이 재무구조를 다시 개선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6월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내린 데 이어 8일 신용등급 전망을 A-(부정적)으로 낮춰 잡았다. 신용등급이 BBB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금융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다.

효성화학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3378억 원을 본 뒤 올해도 영업손실 1700억 원 안팎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효성화학은 올해 1~3분기 영업손실 1514억 원을 기록했다.

대규모 손실이 누적되면서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부채비율(자산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불어났다. 효성화학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21년 말 522.1%에서 2023년 9월 말 3474.7%까지 급등했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694개 법인 가운데 분석제외법인을 제외한 613개 법인)의 2023년 9월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 자료를 보면 효성화학이 단연 가장 높다. 2위인 아시아나항공(2121.5%)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총자본에서 외부에서 조달한 차입금 비중)도 66.7%에서 78.6%로 늘었다. 이자 상환부담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풀이된다.

이는 주력 제품인 폴리프로필렌(PP) 사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탓이다. 폴리프로필렌은 파이프, 자동차 소재, 의료용 주사기, 포장재, 섬유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는 화학제품이다.

효성화학은 폴리프로필렌, 테레프탈산(TPA), 필름, 삼불화질소, 폴리케톤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폴리프로필렌 매출이 전체 매출의 63%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폴리프로필렌 사업에서 나온 적자 규모는 1700억 원으로 전체 영업손실(1514억 원)을 넘어선다.

전방산업의 경기 둔화 탓에 폴리프로필렌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라 폴리프로필렌 주 원재료인 액화석유가스(LPG) 가격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폴리프로필렌을 생산하는 베트남법인(효성비나케미칼)의 실적 부진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효성화학 베트남법인은 2020년 2분기부터 매출을 내기 시작한 이래로 올해 2분기까지 13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기간 효성화학 베트남법인의 누적 영업손실은 4천억 원이 넘는다. 2022년부터로 기간을 좁혀도 적자 규모는 3500억 원을 웃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효성화학은 폴리프로필렌 업황 둔화와 베트남법인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 등 재무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큰 폭으로 저하됐다”며 “업황 부진에 따른 더딘 이익창출력 개선 전망, 확대된 이자비용 부담 등을 고려하면 재무부담 완화 또는 재무 안정성 지표 회복은 더디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업황이 나아지거나 베트남법인의 실적이 나아지면 재무 건전성이 차츰 나아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 회장에게는 효성화학 부진의 한 축인 베트남법인이 일명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효성그룹은 조 회장이 주요 계열사의 사업전략을 세우고 각 대표이사가 경영실무에 집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효성화학 베트남법인은 조 회장의 의지가 담겼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베트남을 ‘포스트 차이나’로 점찍고 현지에서 사업 확대를 추진해왔다. 효성그룹은 2007년 베트남에 진출한 뒤 현재 8개의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기조 아래 효성화학은 2021년 7월까지 베트남법인에 모두 1조5천억 원을 들여 폴리프로필렌 연간 60만 톤 생산공장을 지었다. 국내 폴리프로필렌 생산능력 60만 톤과 맞먹는 규모다.

이와 함께 베트남법인에는 LPG 저장탱크, 탈수소화 공정(DH)에 이르는 수직계열화 생산 체제도 구축했다. 원료인 LPG를 저장탱크에 보관하다 수소를 떼어내는 탈수소화 공정을 거쳐 프로필렌을 생산하고 이 프로필렌을 가공해 폴리프로필렌을 생산하는 구조다.

효성화학 베트남법인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직계열화 체제를 갖췄지만 생산 차질 문제가 거듭됐다. 실적 부진과 관련해 단순히 업황 악화 이외에 다른 요인인 것이다.

효성화학 베트남법인은 2021년 말부터 4차례나 가동을 중단했다. 탈수소화공정 가동률 상향 중에 설비 문제가 발생하면서 2021년 11월과 2022년 2월, 5월, 9월 각각 1달가량씩 보수 작업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1조5천억 원이 들어간 효성화학의 베트남 전초기지가 사실상 1년 넘게 제대로 된 가동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조 회장은 정상화에 접어든 효성화학 베트남법인에 큰 기대를 걸 것으로 보인다.

효성화학 베트남법인은 올해 2분기 정기보수를 거쳐 8월부터 가동률 100%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효성화학 베트남법인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2억 원을 내며 설립 뒤 처음으로 분기 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전 분기인 2분기 영업손실이 916억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개 분기 만에 930억 원에 이르는 이익을 만회한 셈이다.

베트남법인의 실적 개선은 고스란히 효성화학 전체 실적 반등으로 이어졌다. 효성화학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2분기 1033억 원에서 3분기 28억 원으로 97% 이상 축소됐다.

증권업계에서는 향후 효성화학 베트남법인의 폴리프로필렌 판매 전망을 밝게 본 시각이 나왔다.

효성화학 베트남법인 폴리프로필렌 판매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베트남 내수 시장이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3년 기준 베트남 폴리프로필렌 내수 수요는 172.2만 톤으로 단일 국가 기준 전 세계 7위”라며 “또 2024~2025년 베트남 폴리프로필렌 수요의 연평균 증가율은 6.0%로 인도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의 내년 효성화학 연결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는 1297억 원으로 3년 만에 흑자전환하는 것이다. 사업장별, 분기별 구체적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다.

효성화학도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서 범용 프로필렌 제품 판매를 늘리면서 유럽, 일본 등을 겨냥한 고부가 제품 비중도 꾸준히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조 회장은 올해 6월 정부의 베트남 경제사절단에 참가하면서 직접 현지 사업 진행 상황과 투자계획을 점검하기도 했다.

효성그룹은 조 회장의 당시 베트남 방문과 함께 낸 자료를 통해 효성화학 베트남법인과 관련해 수직계열화 생산 체제를 강조하면서 “어려운 대외환경을 극복하고 베트남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장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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