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11-27 15: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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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의원회관에서 11월27일 열린 지속가능한 상속증여 및 부동산 과세 개선방안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상속세·증여세가 이념화돼있는 부분이 있다. 지금처럼 산업의 전환 속도가 빠른 시대에 기업의 승계를 어렵게 하는 건 대응속도를 늦춰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이름으로 꼭 이 주제(상속세 개선)를 다뤄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27일 지속가능한 상속·증여 및 부동산 과세 개선방안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김병욱 의원은 민주당이 상속세를 ‘부의 대물림’이라는 전통적 관점으로만 접근하는 것을 벗어나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월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속·증여 및 부동산 과세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민주당에서 중소·중견기업 창업주들의 경영 승계를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해 상속세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을 받는다.
한국세무사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공동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김 의원 뿐 아니라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황희 의원, 박광온 의원,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찬대 최고위원, 임오경 의원 등 민주당 의원이 다수 참석해 상속세 개편 논의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을 나와 창당한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도 자리했다.
황희 의원은 “현행 우리나라 상속세는 전체 세수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그 상속세에 할증까지 매겨서 최대 60%까지 부과하기 때문에 불법·편법 상속이 매번 문제가 된다”라며 “(상속세를) OECD기준인 24~5%로 낮추면 범법자도 안 되고 세수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서도 새로운 진보의 가치를 고민하고 바꿔가야 하며 오늘이 그 시작이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상속세 문제가 기업 현장에서는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도 이견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며 “이러한 토론회가 민주당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자 하는 매우 의미 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월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속·증여 및 부동산 과세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일반적으로 기업 소유주의 상속세 부담 완화에 반대해 온 것으로 여겨진 민주당 내부에서 상속세 완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그만큼 기업승계 문제가 급박한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이 발표한 중소기업중앙회와 KED(한국기업데이터)와 공동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업력이 30년 이상 된 장수 중소기업 CEO 가운데 60대 이상이 80.9%에 이른다.
추 본부장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시기가 오면서 기업승계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기업 승계가 불발됐을 때 폐업으로 수출이 15조 원이 감소하고 약 60만 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진단했다.
토론 발제를 맡은 구재이 한국세무사회 회장은 현재 중소기업의 상속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문제점을 짚으며 개선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가업상속공제는 특정업종을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이나 규모 5천억 원 미만 중견기업의 경우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 40%(상장주식은 20%)에 대해 가업상속재산의 100%를 공제한다. 다만 가업승계라는 제도의 목적을 고려해 5년간 가업종사, 지분유지, 자산 60%유지, 업종유지, 고용급여유지, 근로자 수 등 사후관리요건을 두고 있다.
구 회장은 1997년에 도입된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과 규모가 2022년 기준으로 147건, 공제액 규모는 3429억 원에 불과해 제도 활용이 미미하다는 부분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 구재이 한국세무사회 회장이 11월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속·증여 및 부동산 과세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서토론 발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그는 “가업상속공제가 외면 받는 이유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기보다는 높은 상속세 부담을 피할 수 있도록 대상 기업규모와 공제액 확대에 역점을 뒀기 때문이다”라고 바라봤다.
가업상속공제의 불합리한 측면으로는 △과도한 사업무관자산(국민경제적 급부 유발없어 가업상속공제에서 제외) 분류 △피상속인의 유산총액 기준 상속세 과세 등을 꼽았다.
구 회장은 “사업운영에 부대되는 자산임에도 사업무관자산으로 분류돼 (공제액에서) 제외된다”며 “또 한국의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유산총액을 기준으로 과세되는데 이를 상속받는 가업승계 상속인이 실질적으로 취득하는 자산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유산취득형 상속세’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관련해서는 “조세정책방향이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임에도 불구하고 취득세 경감 없이 양도세 감면 등의 정책만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대별 주택 수 합산에 따른 다주택 세율 적용, 실거주 1세대 1주택의 종부세 과세대상 제외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상속세 제도개선 논의가 정치적 진영논리와 관계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문제 인식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이런 논의를 진보진영이라는 민주당에서 열어준 것에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며 기업승계와 상속세 문제는 좌파와 우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미래세대에 어떻게 잘 살게 되냐는 삶의 문제”라고 말했다.
▲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이 11월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속·증여 및 부동산 과세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서 기업 승계 및 상속에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 회장은 “좌파·우파 상관없이 국회에서 상속세나 증여세를 OECD 평균인 20~25% 선까지만 일단 낮춘 뒤에 경제에 어떠한 역동성이 있는가를 지켜봐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민주당이 가업승계 관련 상속세 완화를 당론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 증여세 연납기간의 연장(5→20년), 증여세 과세특례 저율(10%)과세 구간 확대(60억→300억) 등을 제시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세수부족을 비판하며 반대의사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의 상속제 개편 논의와 관련해 “정부가 역대급 세수 결손에 따른 경제 실패의 책임을 무겁게 느낀다면 결코 내놓을 수 없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날 최영전 기재부 재산세제과장은 조세소위 논의과정에 김병욱 의원이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다.
김병욱 의원은 “기업의 유지존속 되게끔 우리가 어떻게 지원할지 핵심 중 하나가 기업의 승계”라며 “상속세는 지금 피상속인의 재산을 기준으로 매기는데 상속받는 사람이 실제 받는 금액 기준으로 걷는 게 맞아 보인다”라고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