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이 2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부산에서 만나 양자 회담에 앞서 악수 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한일 외교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승소 판결 등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26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방한한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약 85분간 회담했다
양국 장관은 23일 서울고법에서 나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승소 판결에 대해 입장을 공유했다.
일본 정부는 해당 판결이 나온 뒤 법원 측에 강하게 항의하면서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한국 정부가 강구하라고 요구했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일본 정부의 입장을 박 장관에게 다시 전달했고 박 장관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양국 간 공식 합의로서 존중한다”며 한국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장관은) 합의문에 나와 있듯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해 나가기 위해서 양국이 노력해야 하며 이런 가운데 양국이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계속 모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한일 정부는 2015년 일본의 사죄와 정부 예산 10억엔 거출 등을 담은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합의 등으로 문제가 해결됐다며 한국 사법부의 판단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나타났듯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이 살아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논란의 불씨가 살아있는 것이다.
‘2015년 합의를 존중한다’는 한국 정부 입장은 2015년 합의 내용을 바탕으로 외교적 틀 내에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가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법적인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묻는 질문에 “가장 중시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 양국이 노력한다는 것”이라며 “양국간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소통해 나가자는 취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두 장관은 한일·한미일 첨단기술 분야 협력, 한일 영사 당국간 협력 등을 도모하자는 데 공감했고 유엔 등 다자 무대에서 양국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계속 소통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두 장관은 22일 북한의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북러 무기거래 등 북한 문제에 대해 한일·한미일이 계속해서 긴밀히 대응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아울러 4년 만에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재개된 만큼 3국간 협력 프로세스를 더욱 활성화하고 3국 정상회의가 조기에 개최될 수 있도록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
부산에서 진행된 회담은 당초 예정했던 60분을 넘어 85분 동안 진행됐다. 한일 회담이 길어지면서 다음 순서인 한중 외교장관 회담도 다소 지연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 분위기에 대해 “쟁점이 돌출돼 서로 공방을 벌인 것이 아니라 제반 사안에 대한 협력 평가 및 나아갈 방향을 양 장관이 조목조목 말하다 보니 초과된 것”이라며 “논박 등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미래지향적이고 건설적인 한일관계 발전을 전반적으로 모색하는 가운데 당연히 있는 현안에 대해서는 잘 관리하면서 지혜를 모아 극복해 나가자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했다.
이번 회담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정병원 차관보와 이동렬 장관특별보좌관,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임수석 대변인, 이한상 주일대사관 공사참사관, 서민정 아태국장, 윤주경 아태1과장이 배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가미카와 외무상을 비롯해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심의관, 나마즈 히로유키 아시아대양주국장,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 고바야시 마키 외무보도관, 미바에 다이스케 아시아대양주심의관, 고다이라 미쓰루 대신비서관, 요시히로 도모코 북동아1과장이 배석했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9월 취임 뒤 첫 방한이다. 한일 외교장관이 만나는 것은 15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을 가진 뒤 11일 만이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