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메리츠금융그룹이 장원재 세일즈앤트레이딩(Sales&Trading) 부문장을 메리츠증권의 새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며 내부통제와 실적개선을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14년 동안 메리츠증권을 이끌던
최희문 부회장이 메리츠금융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바통을 이어받은 장 사장이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바라본다.
업계에서는 장 사장이 내부통제 등 리스크 관리와 영업에 모두 경험이 있어 메리츠증권의 위기를 돌파하기에 적합할 것으로 전망한다.
장 사장은 서울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뒤 삼성증권에서 금융공학팀, 주식운용 등의 업무를 맡다가 메리츠금융그룹으로 들어왔다.
메리츠화재에서 위험관리책임자(CRO) 부사장을 메리츠금융지주에서 위험관리책임자를 지냈다. 메리츠증권에서는 세일즈앤트레이딩 부문장으로 일했다. 상품 기획과 금융, 자산운용 사업부를 이끌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장 사장 선임과 함께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조직개편에도 나섰다.
메리츠증권은 이번 임원 인사와 함께 투자은행(IB) 부문을 3곳에서 1곳으로 통합했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초부터 투자은행 부문을 기업금융, 부동산금융,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나눠 운영해 왔다.
그러나 투자은행 부문 3곳 가운데 2곳에서 사모 전환사채 불공정거래 등 내부통제 문제가 발생하며 1년도 지나지 않아 통합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 부문이 통합된 만큼 경영 효율성과 내부통제를 위한 관리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자기자본이익률(ROE, 경영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이 10.9%로 하락했다. 2022년 말 15.3%였던 것과 비교하면 4.4%포인트 떨어졌다.
▲ 메리츠증권이 내부통제 위기를 극복하며 실적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증권업계에서 효율적 성과를 내는 기업의 주요 지표로 자기자본이익률 10% 이상을 꼽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아직 나쁜 지표라고 할 순 없지만 문턱에 걸려있어 위기의식을 느껴야 할 시점으로 여겨진다.
향후 금융당국의 추가 조사에 대응하기에도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은 메리츠증권의 기업금융 부문 검사를 계획하고 있다. 앞서 발표한 사모 전환사채 내부정보 활용에 이은 추가 검사다.
금감원은 메리츠증권 임직원들이 내부정보를 투자에 활용했다고 발표했다.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얻은 직무상 정보를 이용해 가족 명의로 사들여 사익을 챙긴 혐의다.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게 편익을 제공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확인한 사항에 관해 자본시장법 등 법규 위반 소지를 검토하고 위법사항에 관해 엄정하게 제재할 계획이다”며 “메리츠증권에 관한 추가 검사를 통해 자본시장 신뢰회복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5월 벌어진 이화전기 지분 매각을 두고도
이복현 금감원장이 “필요한 조치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하는 등 향후 강도 높은 조사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부통제에 문제가 발생하며 실적도 위축됐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617억 원, 순이익 1177억 원을 냈다. 2022년 3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은 34.7%, 순이익은 45.9% 급락했다. 누적 기준으로 해도 영업이익은 26.5%, 순이익은 27.2% 줄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최 부회장을 4연임 하며 장기적으로 이끌 계획을 세웠었다. 내부통제 위기와 실적 위축으로 14년 동안 이어오던 최 부회장의 리더십 임기 1년을 더 남겨두고 막을 내리게 됐다.
장 사장이 메리츠증권의 키를 쥐게 됐지만 결코 꽃길은 아닌 셈이 됐다. 내부통제 위기를 수습하며 금감원 조사에 협력하고 그 가운데 실적 개선까지 해내야 한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