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대형 건설사들에 4천억 원이 넘는 과징금이 부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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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
2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과정에서 담합한 28개 건설사에 시정명령을 내리는 동시에 과징금 4천355억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 건설사 법인과 주요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과징금 규모는 역대 건설업계 담합사건 중 가장 많은 액수다.
호남고속철도 공사는 19개 공구로 나눠서 발주됐다. 최저가낙찰제 13개 공구와 대안·턴키 6개 공구다.
이 가운데 최저가낙찰제 13개 공구에서 공구분할과 들러리에 합의한 28개 건설회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천479억 원이 부과됐다.
이른바 건설업계 '빅7'인 현대건설, 대우건설, SK건설, GS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은 2009년 6월 호남고속철도 노반 신설공사 13개 공구 공사에 대해 전체 공구를 분할해 낙찰받기로 계획했다.
그뒤 이들을 포함한 21개 건설사는 각 공구별로 낙찰 예정자를 정하고 나머지는 들러리를 서주기로 합의했다. 포스코건설, 두산중공업 등은 공구 분할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들러리를 서줬다.
또 대안방식으로 발주한 3개 공구와 턴키방식으로 발주한 차량기지 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11개 건설사에 대해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876억 원이 부과됐다.
이 입찰에 현대건설이 동부건설에 들러리 입찰참여를 제의하고 동부건설이 협조해 현대건설이 낙찰받을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담합이 이뤄졌다.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는 총 사업비 8조3500억 원으로 2006년부터 추진돼 올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입찰담합 규모는 3조5980억 원에 이른다.
공정위 관계자는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에서도 건설업계의 고질적 담합이 이뤄졌다"며 "공공입찰 담합 감시를 강화해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담합 적발과 과징금 부과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건설사들의 과징금 부과는 4대강 사업을 비롯해 인천도시철도 2호선, 대구지하철 공사, 경인운하사업에 이어 벌써 네 번째다.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과거에 잘못된 관행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정부에서 너무 지나치게 제재를 가하는 것 같다"며 "수익성이 거의 없는 공사에 당시 정부가 국책사업에 대형사가 참여해야 한다고 독려해 참여했는데 정권이 바뀌자 이 때문에 과징금 세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일사업을 여러 개의 공구로 분할해 동시발주하면서 1개사 1공구로 수주를 제한하는 등 업체 간 공구배분을 조장한 것은 사실상 당시 정부였다"고 주장했다.
건설회사들은 과징금 규모에 대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 건설사들이 내야 하는 과징금은 평균 156억 원인데 가장 많이 과징금을 내야 하는 업체는 836억 원이나 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몇 년째 장기불황에 허덕이다 지난해부터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데 벌어들인 돈을 모두 벌금으로 내게 생겼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정부가 발주하는 모든 공공공사에 입찰 참여가 제한되는 데다 손해배상 소송 등이 잇따를 가능성이 높아 경영에 더욱 압박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대 2년간 공공공사 입찰이 제한되면 영업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해외에서 수주활동을 하는 데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건설업계는 지난 23일 '건설공사 입찰담합 근절 및 경영위기 극복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는데 대형 건설사 대표들이 참석해 지금까지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직접 머리 숙여 사과했다. 또 그동안 불공정 행위를 반성하면서 중복된 제재로 경영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