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올해부터 시작된 전방 전기차 산업의 수요 둔화에 따라 영업 확대를 위한 방향으로 경영진 교체가 이뤄질 여지도 있다.
6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SK온이 업황 악화에도 기대 이상의 영업 성과를 거두며 이르면 4분기에는 영업흑자를 낼 가능이 점쳐지고 있다.
SK온은 올해 3분기에 매출 3조1727억 원, 영업손실 861억 원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보다 영업손실 규모를 454억 원 축소하며 역대 최소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
다만 원료 금속의 가격 하락과 전방 수요 둔화 등의 악재 때문에 매출은 직전 2분기보다 14% 줄어들었다.
최근 리튬을 비롯한 원료 가격의 하락 추세는 배터리 셀 제품의 평균판매단가(ASP)를 낮추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셀·양극재 제조사들은 과거 가격이 비쌀 때 구매한 원료 비중이 많은 상황에서 제품 가격이 하락한 탓에 실적에 악영향을 입고 있다.
전방산업인 전기차의 수요 둔화도 후방 2차전지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미국 공장의 생산성 향상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으로 3분기 영업손실은 당초 추정치보다 훨씬 양호한 수준인 861억 원에 머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는 2분기 1198억 원에서 3분기 2099억 원으로 확대되며 영업손실 축소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혜택의 규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또 미국 공장의 수율이 6월 80%, 10월 90%로 지속해서 개선되고 있는 데다 연말 9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생산성도 점점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SK온 측도 이런 점들을 고려해 4분기에는 분기 기준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한다고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3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도 SK온의 4분기 흑자전환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공장의 생산성 향상, 비용 효율화,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확대 등으로 4분기에 첫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객사인 포드의 픽업트럭 제품인 F-150 라이트닝 생산·판매 증가에 힘입어 4분기에 영업이익 122억 원을 내며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 연구원의 영업이익 전망은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혜택이 4분기에 2763억 원으로 확대될 것이란 추정 아래 나왔다.
물론 4분기에 적자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온이 4분기에 영업손실 380억 원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전 연구원도 매국 공장의 생산성 추가 개선과 2천억 원을 넘는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보조금 반영에 따라 영업손실 규모가 줄어들고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분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온 출범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사업을 총괄했던 지동섭 사장으로서는 그동안의 노고를 흑자전환으로 보상받을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 사장은 SK온이 분사하기 전인 2019년 12월부터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를 맡은 뒤 2021년 10월 SK온이 새로 출범하자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돼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다.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로 임기가 만료된다.
지 사장은 SK온의 배터리 사업을 총괄하며 북미를 중심으로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생산성을 향상하는 데 공을 기울여 왔다.
현재 SK온은 전기차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북미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생산능력을 가장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북미는 유럽, 중국과 함께 3대 전기차 시장으로 분류되는데 나머지 두 개 거대 시장과 비교해 전기차 전환율이 낮아 성장 잠재력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픽업트럭과 SUV 등 큰 차체의 차량 선호도가 높아 유럽이나 중국과 비교하면 전기차 한 대에 쓰이는 배터리 용량이 더 커 고객사가 전기차 한 대를 판매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매출이나 이익도 더 클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현재 미국 조지아 단독공장을 통해 연산 20GWh 넘는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앞으로 여러 합작공장을 통해 생산능력을 지속해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지동섭 사장은 북미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를 포함해 글로벌 생산능력을 2025년 연산 280GWh, 2030년 500GWh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정하고 여기에 필요한 자금조달과 더불어 생산성 향상과 같은 후속조치에 경영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미국 공장의 생산성 향상과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혜택이 SK온의 영업수지 개선의 가장 주요한 배경이 되고 있는 만큼 지 사장의 노력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 사장은 국가 차원의 배터리산업 발전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최근 은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배터리 기술력을 높이고 글로벌 생산체계를 공고히 구축하며 국내 배터리 산업 생태계 발전과 고용 창출 등에 기여한 점을 인정 받았다.
지 사장은 은탑산업훈장을 받으며 "SK온은 매년 매출이 2배씩 증가해 온 쾌속 성장 기조에 더해 향후 내실 경영을 통한 수익성 제고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며 "협력사들과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한국 배터리 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데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장(왼쪽)이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제 3회 배터리 산업의 날' 기념식에서 국내 배터리 산업 성장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부터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 SK온 >
지 사장이 SK온의 이익기반을 구축해 놓은 만큼 연임 가능성도 한결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글로벌 배터리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라 경영 전략의 지속성을 유지한다는 점에서도 지 사장의 연임을 점치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SK온의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내년에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데 결과에 따라 배터리산업의 중장기 전망이 수정될 여지가 많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전기차 전환에 대한 우호적 정책기조가 유지되겠지만 공화당이 승리하게 된다면 기존의 정책의 상당 부분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배터리산업은 역내 보호주의와 중국 경쟁기업들의 급성장, 공급망 불안정성 등이 부각되는 전쟁 같은 상황인 만큼 재계 안팎에서는 전쟁 중 장수를 교체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근거해 지 사장의 유임에 무게를 싣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전방 수요 둔화로 연초 예상보다 실적 개선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셀 제조사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아직도 흑자 전환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도 ‘옥의 티’다.
영업실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해 영업에 강점이 있는 전문 경영인이 새로 CEO를 맡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SK온 고객사인 포드의 전기차 출하량이 반등했지만 목표치 달성을 위해서는 현재보다 월 판매가 100~200% 증가해야 한다”며 “현재 수준에서 판매량이 더 증가하지 못한다면 2024년 초에는 대규모 배터리 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일부 고객사 쪽 물량 변동성은 당분간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