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은 애초 롯데지주에서 신사업 발굴과 인수합병, 재무 관리, 비즈니스 전략 등을 담당해왔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송용덕 전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의 용퇴로 송 전 부회장이 맡고 있던 롯데그룹의 인사관리와 인재양성 관련 업무도 아우르고 있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임무가 없지만 이 가운데서도 원래 담당하고 있던 신사업 발굴과 인수합병, 재무관리 등의 역할이 이 부회장의 핵심 업무인 것으로 파악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그룹의 발전을 위해 롯데지주가 역할을 해줄 것을 그동안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으며 이동우 부회장도 롯데지주 대표이사에 선임될 때 “그룹의 포트폴리오와 미래전략을 개선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미 롯데지주는 시장에서 사실상 ‘투자형 지주회사’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런 흐름들을 감안할 때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고 지원하면서 동시에 롯데지주의 재무적 부담을 적절하게 통제하는 것은 이 부회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 롯데지주는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은 상황이다. 사진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경. <롯데그룹>
문제는 롯데지주의 주요 자회사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롯데지주의 수입은 주로 자회사들의 배당을 통한 수익과 상표권 사용 수익, 경영 지원 수익 등으로 이뤄진다. 롯데지주가 올해 상반기에 별도기준으로 벌어들인 매출 2118억 원 가운데 배당 수익은 1043억 원으로 절반 수준이었으며 상표권 사용 수익(605억 원), 경영 지원 수익(217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배당은 자회사들의 순이익이 나아져야만 커질 가능성이 높은데 올해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모두 상반기 순이익은 뒷걸음질했다.
상표권 사용 수익 역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지주는 각 자회사의 매출에서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금액의 0.2%를 롯데라는 브랜드를 사용한 대가로 받게 돼 있는데 자회사들의 매출 역시 후퇴하고 있어 이 수익도 줄어들 공산이 커 보인다.
롯데지주가 상반기 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모두 3917억 원이다. 2022년 말보다 4264억 원 줄었다. 향후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 차입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동선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6월 “계열사 지분 취득 규모가 회사의 현금 창출 규모를 상회할 것으료 예상됨에 따라 외부 차입금 증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앞으로 상표권 사용요율 인상 등을 통해 영업수익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