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2023-10-26 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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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영풍제지 쇼크’로 주가가 크게 내린 키움증권에 대해 증권사들이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실적 하락 위기에도 기존에 약속한 주주환원 정책을 실행에 옮기면서 '저가 매수'를 권고하는 것인데 영풍제지 주가 추가 급락에 따른 주가 불확실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근 주가가 크게 내린 키움증권에 대해 증권가에선 저가매수 기회라는 의견을 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낸 보고서에서 “키움증권 주가는 바겐 세일 구간이다”며 “주가 하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주가 추가 하락은 제한적이다”고 보았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700억 원 규모 자사주 취득 계획을 공시했다”며 “최소 전년도 DPS(주당배당금)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계획도 고려하면 주주환원율은 35%에 이를 것”이라 말했다.
이어 “미수금 사태로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었으며 이제는 주가 상승 압력이 더 높은 구간이다”고도 말했다.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타격을 받았음에도 적극적이고 신속한 주주환원 제고 정책을 발표했으므로 키움증권의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올해 큰 호재가 없었음에도 주가가 700%가량 증가하며 주가조작 종목으로 의심받던 영풍제지가 지난 18일 갑자기 주가가 하한가로 추락하자 19일 당국이 거래를 정지시켰다.
미수거래가 많이 쌓여있던 영풍제지 종목에서 급작스런 하한가 사태가 터지자 대규모 미수채권이 발생했다. 특히 키움증권 계좌에서만 약 5천억 원가량의 미수채권이 쏟아져 나왔다.
결국 영풍제지 사태는 미수거래 등 레버리지 차입을 이용한 주가조작인 것으로 판명났으며 타 증권사와 달리 영풍제지 종목 증거금률을 줄곧 40%로 유지해 오던 키움증권 계좌에 주가조작 세력들이 몰려들었던 것이다.
미수채권 발생으로 하반기 실적충격 우려가 불가피할 전망이 나오면서 이달 들어 10만 원선을 유지하던 키움증권 주가는 23일 한 때 24%가량 빠지며 7만 원 선까지 내렸다.
그럼에도 키움증권은 향후 6개월 동안 7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전날 공시했다.
침몰하는 주가를 방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자사주 취득 결정은 지난 10일 발표한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의 첫 구체적 실행안인데 당시 향후 주주환원율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 공시하면서 주가가 11일 15.10% 급등한 바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번 자사주 매입 결정으로 거래대금 6.8% 증가, 거래량 7.8% 증가의 수급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종합하면 지난 18일 미래에셋증권이 주주환원 제고를 발표하며 주가가 4.49% 상승한 뒤 좋은 흐름을 이어온 것처럼 이번 키움증권의 자사주 매입도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면서 주가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키움증권의 주가는 이날 오히려 3.10% 빠진 채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영풍제지 거래가 재개됐는데 곧장 하한가로 직행하자 추가 미수채권 발생 우려에 키움증권의 자사주 매입 기대감이 빛바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영풍제지 평택공장에서 끼임 후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가동이 전면 중지돼 전체 매출액에 해당하는 생산량이 생산 중단된 상태라는 점이다.
▲ 영풍제지의 생산 중단으로 키움증권에 드리운 먹구름이 더 짙어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분간 영풍제지의 하한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하한가를 기록할 때마다 키움증권 실적 충격 확대 우려가 커지며 투심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
키움증권의 추정 손실액은 고객들의 미수채권 변제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보수적으로 예상해도 수천억 원대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적으로 증권업계에서 미수채권의 변제율은 30~5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키움증권이 밝힌 이번 사태에서 예상 변제율도 이와 같으며 현재 증권가에서 추산하는 수치도 마찬가지다.
다올투자증권은 예상 변제율 30~50% 기준 이날 영풍제지 하한가로 키움증권에 이미 906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추가로 영풍제지가 하한가까지 내릴 때마다 손실액이 각각 2117억 원, 2965억 원, 3558억 원, 3974억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도 내다봤다.
IBK투자증권도 이날 키움증권에 882억 원 손실이 이미 발생했으며 향후 2100억 원, 2953억 원, 3550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종합하면 최악의 경우 키움증권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5697억 원)의 약 62~70%에 이르는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주주환원 제고보다는 지난 4월 CFD(차액결제거래) 사태에 이어 불거진 키움증권 리스크 관리에 대한 우려의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키움증권은 향후 주주환원 제고 외에도 리스크 관리 강화 방침을 내놓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