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5-08-08 13: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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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의 경기도 이천 전임직 노동조합 간부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영업이익의 10%를 전액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성과급 상한선을 없앨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 노사가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측은 성과급(PS) 상한선을 두고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상한선 폐지를 주장하고 있어 사실상 올해 임금협상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총파업 결의까지 밝히고 있는 만큼,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승승장구하던 SK하이닉스가 ‘노사 갈등’에 발목이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SK하이닉스 이천 전임직 노조 간부들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시위를 벌이며 “SK그룹 경영진들은 각성하라”며 “정당하게 성과를 배분할 것으로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복수 노조 체제인 SK하이닉스는 민주노총 소속 기술사무직 노조와 한국노총 소속의 이천·청주공장 전임직 노조가 있다.
이날 시위를 이끈 황용준 SK하이닉스 이천노조 위원장은 “회사가 어려울 때는 항상 희생을 강요하더니, 잘 될 때는 우리가 건강하게 노력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으려 한다”며 “그룹 경영진은 SK하이닉스 (임금 협상에) 참견하지 말고, 우리가 정당하게 노력한 대가를 지급하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노조는 지난 6일 충북 청주3캠퍼스에서 총파업 투쟁 1차 결의대회를 열었고, 오는 12일에는 이천 슈펙스센터에서 2차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SK하이닉스가 임금협상 결렬로 총파업 투쟁 결의대회를 여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SK하이닉스 노사 갈등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PS) 상한선 여부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0% 성과급 + 상한선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사측이 2021년부터 전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를 지키라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약속했던 영업이익 10% 성과급 지급 원칙을 일방적으로 뒤집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노조와 교섭 과정에서 성과급 상한선을 1000%에서 1700%로 상향하고, 이를 지급하고 남은 영업이익의 10% 내 재원 중 50%를 구성원의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측은 협의에 따라 성과급 상한 기준은 조정할 수 있지만, 성과급 상한선 자체를 없애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측은 과거에도 영업이익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했지, 이를 모두 성과급으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라며 “협상 전제부터 노조와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창사 첫 파업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HBM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만약 실제 파업이 일어나면 생산 차질로 인해 HBM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속 성장을 위해 올해 노조와 성과급을 둘러싼 임금협상을 원만히 타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 SK하이닉스 >
반도체 공장은 잠시라도 멈추면 생산라인에 있던 웨이퍼 제품을 모두 폐기해야 한다. 이 때문에 24시간 가동돼야 하는데, 하루만 가동 중단(셧다운)돼도 조 단위의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현재 회사의 성장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임금협상을 원만히 타결할 필요가 커 보인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실적 전망은 매우 밝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매출 66조1930억 원, 영업이익 23조4673억 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으며, 올해는 매출 80조 원에 영업이익 30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약 3조 원의 내년 성과급 재원이 마련되는 셈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실적 호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의 HBM 기술력이 상당 수준 올라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경쟁심화로 2026년부터 HBM 수익성이 2024~2025년 수준에는 못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도 SK하이닉스 뉴스룸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 2분기 실적이) HBM 경쟁 심화에 따른 우려와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했다고 판단하기엔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가시적으로 보이는 2025년 하반기 대비 2026년 전망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