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국내 경차와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시장에 주력 모델과 전기차 신차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치열한 판매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기아 셀토스. <기아>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국내 신차 누적 판매에서 최상위권을 중형급 이상 큰차들이 독식하고 있는 가운데 완성차업체들은 경차 및 소형 SUV 판매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중차 브랜드로서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비싼차를 많이 팔면 좋지만 판매량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려면 소형 및 경형 라인업 경쟁력도 반드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국내 경차와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시장에 전기차 새 모델과 다양한 주력 모델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치열한 판매 경쟁을 펼치고 있다.
25일 온라인 자동차 플랫폼 다나와자동차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에서 소형 SUV는 모두 13만7385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15.5%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에서 수요가 많은 준중형 SUV와 중형 SUV 합산 판매 증가율 11.2%보다 높은 수치다.
올해 1~9월 국내에서 경차는 모두 9만500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9만8520대)보다 판매량이 8%가량 줄었지만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들어 국내 경차시장에선 한국GM 쉐보레 브랜드의 스파크가 단종되고 기아 모닝과 레이, 현대차 캐스퍼 등 단 3개 차종으로 축소재편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스파크는 연간 1만 대가 넘는 판매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국내 경차 시장에선 모두 13만3023대가 판매돼 2019년 이후 3년 만에 10만 대 선을 다시 돌파했다.
2021년 10월 본격 판매를 시작한 캐스퍼의 신차효과와 2022년 9월 2차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고 출시 12년차에 역대 연간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레이의 활약에 힘입은 바가 컸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올해 신차 판매 순위에서 톱3를 현대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와 기아의 중형 SUV 쏘렌토, 대형 RV 카니발이 싹쓸이할 정도로 큰차 수요가 많은데 이들 중대형 차량은 수익성 측면에서도 소형차보다 완성차업체에 유리하다.
하지만 대중차 브랜드로서 완성차업체가 판매볼륨을 지키기 위해선 경차부터 대형차까지 풀라인업을 갖추고 잠재적 구매자를 확보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이는 마케팅이나 판매 과정에서 한 번의 홍보로 다양한 소비자를 노릴 수 있는 '범위의 경제'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특히 국내와 달리 유럽 등 세계 시장에서 소형 SUV(B-SUV)는 가장 인기가 많은 차급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상대적으로 몸집 작은 차 수요가 적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각 완성차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경·소형차 시장에서 더욱 뜨거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급 가운데 소형 SUV는 유일하게 국내 5개 완성차업체가 모두 브랜드 대표 모델을 갖추고 있다.
한국GM은 2013년 국내 최초 소형 SUV 트랙스를 국내에 출시했고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는 티볼리를 흥행시키며 소형 SUV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현대차는 2017년 6월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소형 SUV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야심차게 코나를 출시했다.
기아가 2019년 출시한 셀토스는 2020년부터 내리 국내 소형 SUV 왕좌를 지키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국산 소형 SUV 모델은 2023년 현재 9개 차종(셀토스, 니로, 트랙스 크로스오버, XM3, 트레일블레이저, 티볼리, 베뉴, 코나, 니로 플러스)로 늘어났다.
판매실적도 인기 중대형 차량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셀토스는 올해 1~9월 국내에서 4만176대가 팔려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22.5% 늘었다. 사상 첫 연간 판매 5만 대를 넘어서는 판매 추세다.
올해 초 완전변경 2세대 모델이 나온 현대차 코나 역시 올해 들어 9월까지 2만6491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6.3%나 증가했다.
한국GM이 트랙스 후속으로 올 4월 국내에 내놓은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2천만 원 초반 대의 시작가격이 화제를 모으며 출시 뒤 9월까지 단 6개월 만에 1만6670대가 국내에서 판매됐다.
올해부터 3파전에 돌입한 경차 시장에서도 현대차와 기아가 모두 신차를 내놓으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새 모닝은 동급 최초로 LED 헤드램프와 센터 포지셔닝 램프(차폭등)를 적용하고 기아의 새로운 패밀리룩인 세로형 헤드램프를 달고 완전변경(풀체인지) 수준으로 디자인을 확 바꿨다.
특히 올해 국내에서는 경차 전기차 시대가 본격 시작됐다.
기아는 지난달 11년 만에 레이 EV를 국내에 다시 내놨다.
기아는 2012년 구형 레이 EV를 국내에 출시한 적이 있지만 91km 수준에 그친 짧은 1회 충전 주행거리와 잦은 고장으로 2018년 단종했다.
하지만 신형 레이 EV는 탑재 배터리 용량을 기존 16kWh(킬로와트시)에서 35.2kWh로 키워 도심 233km, 복합 205km의 준수한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레이 EV는 국고 및 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서울 기준 2천만 원 초반대 가격에 살 수 있는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이달부터 도심형 전기차 공략에 본격 나선다.
현대차 캐스퍼를 위탁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역시 내년 하반기 캐스퍼 전기차를 출시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형 전기차의 재등장은 올해 들어 뒷걸음친 국내 경차 시장이 반등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 관계자는 "레이 EV는 합리적인 가격대를 기반으로 도심 주행에 최적화한 도심 엔트리(진입) 전기차(EV)로서 전동화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