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에너지, AI,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 투자를 더욱 확대하며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관세 15% 시대’를 맞아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고 미국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에너지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은 필수라고 보고 있는 만큼 관련 계열사에서 미국 내 투자를 더욱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미국 행정부와 상호 관세율을 15%로 합의하며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SK그룹은 조만간 발표를 앞둔 반도체 품목관세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외 지역에서 제조되는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미국에서 칩을 생산하고 있거나 제조시설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관세를 면제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천만 달러(약 5조2천억 원)를 투입해 첨단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만큼, 100% 관세 부과는 피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세부 품목관세가 공식화되기 전까지는 아직 안심할 수 없다.
또 미국의 상호관세 15%는 SK온의 배터리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이 미국에 공급하는 배터리 부품에 관세가 부과되는 데다 완성차에 15%의 관세가 적용되면 전기차 가격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기차 시장의 전반적인 수요가 위축된다면 SK온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최 회장은 미국에 투자를 확대해 관세 영향에서 최대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SK온은 이미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공급하고 있으며, 2026년에는 포드와 합작한 블로오벌SK 테네시 공장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미국을 중심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미국 내 생산 거점을 늘려 관세 부담을 회피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상호관세로 북미 내 전기차 수요 둔화, 2차전지 기업들의 원가 부담 등 존재한다”며 “하지만 북미 완성차업체가 중국 기술 라이선스 활용을 포기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듯이 북미 내 공장 보유 또는 계획 중인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은 구조적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25년 2월19일(현지시각) 워싱턴 미국 의회 도서관의 토마스 제퍼슨 빌딩 그레이트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의 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
최 회장은 AI와 반도체 분야에서도 미국 내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
미국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AI 산업을 선도하는 빅테크가 많고 기술 생태계가 잘 구축되어 있는 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은 투자 기회가 가장 많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AI 기업과 협력해 SK그룹의 AI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SK텔레콤이 AI 검색 엔진 스타트업인 퍼플렉시티에 1천만 달러(약 137억 원)를 투자한 것은 회사의 AI 개인비서 서비스 ‘에이닷(A.)’의 검색 기능을 고도화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또 SKC는 반도체 유리기판에서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과 협력하고 있으며, 올해 11월 SK온과 합병을 앞둔 SK엔무브가 보유한 액침냉각 기술은 미국 클라우드 기업이 운영하는 AI 데이터센터 열관리의 핵심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빅테크의 수요에 따라 SK온과 SKC는 미국 투자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도 반도체 관세 등 상황 변화에 따라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최 회장도 에너지와 AI,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은 필수라고 보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2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만나, 새로운 AI 서비스와 기술개발을 위한 파트너십 구축, 에너지 공급망 강화, 로봇과 배터리 등 미국 내 모빌리티 공급망 구축 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당시 미국 재무부 관계자와 면담에서 “앞으로도 전략적 협력 필요성이 큰 분야에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며 “금융기능의 활성화를 통해 (투자가) 촉진될 수 있도록 재무부에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