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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다타워도 네옴시티도 물 없이는 성공도 없다, 사우디 미래는 해수담수화에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3-10-24 16: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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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다타워도 네옴시티도 물 없이는 성공도 없다, 사우디 미래는 해수담수화에
▲ 사우디아라비아 곳곳에서는 비전2030과 관련된 홍보물을 볼 수 있다. 사진은 메디나 예언자의 모스크 인근에 설치된 비전2030 홍보물의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사우디아라비아 =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 대중음악과 공연, 영화관, 외국인에 관광비자 그리고 여성의 운전.

세계 대다수 국가에서 당연한 이 모든 것들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허용되지 않던 것들이다. 

기자가 직접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난 사람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사람이건 한국 사람이건 하나같이 대화 중에 “사우디아라비아가 많이 변했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만큼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사회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변화는 시작이 어렵다. 하지만 시작되면 속도가 붙는다.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는 적어도 변화의 시작 단계는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보수적 국가 가운데 하나로 꼽히던 사우디아라비아를 대대적 변화로 이끈 배경에는 절박함이 있다.

셰일 혁명 등에 따른 미국과 관계 변화, 세계적 탈탄소 움직임은 석유 수출에 국가 경제를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발등에 불을 붙였다.

이제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주류와 동떨어진 경제, 사회,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고서는 ‘중동의 맹주’ 자리는 고사하고 국가의 생존 자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적 고민에 따른 대응책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해 마련한 ‘사우디 비전 2030’으로 구체화 됐다.

사우디 비전2030을 놓고 한국에서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같은 굵직한 건설계획과 한국 기업의 수주 가능성 등 경제적 측면을 부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우디 비전2030의 3대 영역인 ‘활기찬 사회(A Vibrant Society)’, ‘번영하는 경제(A Thriving Economy)’, ‘진취적 국가(An Ambitious Nation)’와 영역별 세부목표를 살펴보면 단순히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변화까지 꾀하는 국가 개조 프로젝트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석유 중심 경제구조를 탈피하고 산업을 다각화하며 외국인 투자 확대, 민간 부문 역량 강화, 국민 복지 향상은 물론 관광, 문화, 교육 등 사회문화적 변화 추진이 모두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2030에 담겨있다.

거대한 국가적, 사회적 변화에는 뒷받침돼야 할 것들이 많다.

특히 인간의 모든 활동에서 바탕이 되는 물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사막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가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다.
 
제다타워도 네옴시티도 물 없이는 성공도 없다, 사우디 미래는 해수담수화에
▲ 2023년 10월12일 촬영한 제다타워의 모습. 제다 타워 인근 부지에서는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 제다 타워와 네옴시티, 사람이 모이는 곳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물’

넓은 평지 한 가운데 건설이 진행 중인 건물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높이 1km를 넘는 건물이 될 것이라는 제다 타워다.

제다 타워는 2013년에 착공했으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치적 상황, 코로나19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5년여 동안 공사가 중단됐다가 올해 9월 들어서야 공사 재추진이 시작됐다.

12일 직접 현장에서 찾아본 제다 타워는 2018년 공사 중단 당시 상태인 높이 266m 상태 그대로 서 있었다.

기자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미처 올라가지 못한 마천루가 아닌 주변에 드넓게 펼쳐진 인근 부지다. 산지가 많고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넓은 부지였다.

이 드넓은 평지에는 제다경제도시(Jeddah Economic City)가 들어설 예정이다. 두바이의 3배 규모 신도시로 계획됐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거대한 마천루와 신도시를 만들려는 주된 이유는 기업 유치, 관광 등 활성화를 통한 석유 의존 탈피다. 제다 타워와 제다경제도시 건설 계획 역시 사우디 비전 2030 이전에 진행된 프로젝트지만 목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토록 거대한 도시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하다는 점은 자명하다. 애초에 수자원 확보에 자신감이 없다면 추진되지도 못했을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자원 확보 자신감은 해수담수화 플랜트에서 나온다.
 
제다타워도 네옴시티도 물 없이는 성공도 없다, 사우디 미래는 해수담수화에
▲ 모센 알살미 슈아이바3 해수담수화 회사 CEO.

사우디 비전2030을 통해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발표됐을 때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네옴시티의 상수원 문제는 해수담수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모센 알살미 슈아이바3 해수담수화 회사 CEO는 11일 기자와 만나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여러 대규모 도시건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고 그만큼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통한 담수 공습 수요 역시 늘어날 것”이라며 “앞으로 수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해수담수화 플랜트 발주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슈아이바3 해수담수화 회사(Shuaibah Three Water Desalination Company)는 슈아이바 3단계 해수담수화 플랜트 프로젝트를 관리하기 위한 아크아파워의 특수목적법인이다.

◆ 사우디아라비아에는 강이 없다, 결국 상수원 해법은 해수담수화

사우디아라비아는 국토 면적이 214만9690㎢로 한국보다 20배 넓다. 세계적으로도 국토 면적 순위가 12위에 이를 정도로 큰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넓은 국토에 상시 흐르는 강이 하나도 없다. 비가 내릴 때 일시적으로 물 흐르는 간헐하천인 와디(Wadi)와 지하수, 지하수가 표출된 오아시스 정도가 사우디아라비아 땅 위에서 얻을 수 있는 담수원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과거에는 수자원의 거의 대부분을 사막 아래에 축적된 지하수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연간 강수량이 100mm에도 미치지 못하는 건조한 지역이다. 비가 내려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으니 지하수가 다시 채워지지 않는다.

나이프 아즈란 알콰라시 슈아이바3 해수담수화 회사의 프로젝트 매니저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지하수가 고갈될 것이라는 위기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하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규제가 따른다”고 말했다.
 
제다타워도 네옴시티도 물 없이는 성공도 없다, 사우디 미래는 해수담수화에
▲ 제다 인근 수로 시설의 모습. 사우디아라비아는 거의 비가 내리지 않는 건조한 지역인 만큼 수로시설도 평상시에는 말라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결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물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은 비록 염수일지라도 바다뿐이다.

해수담수화 플랜트는 바다에서 담수를 얻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매력적 선택지다.

비록 대규모 자본과 부지,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모두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최근 들어 해수담수화 플랜트에 적용되는 주류 기술이 다단증발법(MSF), 다중효율증발법(MED)에서 역삼투압법(RO)으로 넘어가면서 사용되는 에너지의 양이 줄어드는 등 담수 생산의 경제성도 나아지고 있다.

배석영 아크아파워 상무는 “역삼투압법이 적용되는 해수담수화 플랜트들도 에너지 효율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기존 해수담수화 플랜트 시설을 새로 고치는 컨버젼 프로젝트의 진행도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제다타워도 네옴시티도 물 없이는 성공도 없다, 사우디 미래는 해수담수화에
▲ 제다 외곽 지대의 풍경. 사진 가운데서 우측 하방으로 비가 내릴 때 물이 흐르는 길이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 짊어진 해수담수화 플랜트, 핵심 보안시설로 관리

사우디아라비아가 국가적 과제로 비전2030을 추진하고 있고 비전2030의 성패에는 물 확보가 바탕이 돼야 한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물 확보는 결국 해수담수화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해수담수화 플랜트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국가적 핵심 시설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해수담수화 시설을 직접 방문해 취재하려는 기자의 여러 시도도 실패로 끝났을 정도로 해수담수화 플랜트의 보안 수준은 매우 높았다. 

나이프 아즈란 알콰라시 슈아이바3 해수담수화 회사의 프로젝트 매니저는 기자에게 “해수담수화 플랜트에는 총을 든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으며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며 “드론 공격 등에도 대비하기 위한 시설이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장 중요한 시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납득할 만한 설명이었다.

국내 대표적 중동 전문가로 꼽히는 이희수 한양대 명예교수 역시 신동아 2023년 5월호에 실린 기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동부의 석유와 천연가스 시설이 대거 파괴되는 것보다 더 두려운 건 이 지역의 전력과 담수화 시설이 공격당하는 것”이라며 “여름철에 물과 전기 공급이 중단되거나 크게 줄어든다는 건 사우디아라비아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끔찍한 상황”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물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물을 구하기 어려운 사막에 터전을 잡고 살아온 사우디아라비아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다.

나이프 아즈란 알콰라시 매니저와 대화를 나누던 중 “사우디아라비아 사람들에게 물은 어떤 의미인가?”라고 질문을 던져 봤다.

말하고 나서 다소 뜬금없고 애매한 우문(愚問)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사뭇 진지한 현답(賢答)이 돌아왔다.

그는 “모두가 알다시피 물은 생명체라면 생명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지만 우리에게는 종교적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무슬림은 하루 5번 기도를 올리기 전에 손발을 닦고 입을 헹궈 깨끗한 몸을 만든다. 그래서 물을 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제다타워도 네옴시티도 물 없이는 성공도 없다, 사우디 미래는 해수담수화에
▲ 메디나 예언자의 모스크에 마련된 세면시설에서 순례객이 몸을 씻고 있다. 무슬림들은 하루 5번 기도하기 전에 물로 몸을 씻어야 한다(우두). <비즈니스포스트>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워터리스크, 물이 산업안보다] 폭우와 가뭄 등 극단적 기후현상은 세계 많은 지역에서 점차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9월 한반도에 몰아친 115년 이래 최악의 폭우로 포항제철소 고로는 사상 처음 가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공장 운영에 필요한 수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투자 계획을 고심하고 있다. 물이 너무 많아도, 부족해도 문제다.
인구 증가와 산업 활성화, 기후변화로 ‘워터리스크(water risk)’, 물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산업 안보에 중요한 과제가 됐다. 워터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반도체, 철강, 화학, 발전 등 주요 산업은 물론 국가와 지역경제도 위험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는 CDP한국위원회를 맡고 있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함께 국내외 주요 기업과 물 관리 선진국의 리스크 관리 및 대응사례를 발굴해 보도한다. 최신 동향과 해법 관련 기사들은 비즈니스포스트 워터리스크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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