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과 현대상선 합병설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두 회사를 하나로 합쳐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은 과연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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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 |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합병하기 위해서는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현대상선과 합병할 경우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이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자율협약 아래에서 경영정상화가 추진된 뒤 합병이 추진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 한진해운 법정관리 가면 현대상선과 합병 어려워
29일 해운업계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진해운은 현재 법정관리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청산이나 회생 수순을 밟게 된다. 한진해운이 회생 절차를 밟게 될 경우 현대상선과 합병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과정에서 회생하기보다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해운동맹에서 퇴출당하고 화주들도 계약을 해지해 사실상 정상적 영업이 불가능하다. 한진해운 소속 선박 90여 척도 세계 곳곳에서 압류당한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합병하려면 먼저 한진해운이 정상화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현대상선도 영업력 회복 등 갈 길이 먼 상황에서 또 다른 '부실 덩어리'인 한진해운을 떠안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합병할 경우 한진해운의 부실이 모조리 현대상선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정상화를 마무리한다는 전제 하에 합병이 유리한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도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에 대해 “한진해운이 정상화하면 현대상선과 합병도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 합병 위해 채권단 지원 필요, 채권단 고민 커질듯
결국 두 회사의 합병을 위해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추가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당초 최상의 시나리오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각각 정상화에 성공한 뒤 두 회사의 최대주주가 된 산업은행이 두 회사를 합병하는 방안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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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그러나 현재 한진해운은 자체적으로 정상화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한진그룹이 25일 5천억 원 규모의 자구안을 내놓았지만 내년까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 운영자금 최소 1조 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규모다.
한진그룹은 “할 만큼 했다”며 정부와 채권단에 추가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채권단은 그동안 여러 차례 추가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런 만큼 두 회사의 합병을 위해서라는 명분이 있어도 그동안 내세웠던 원칙을 깨고 추가 자금을 지원하기 부담스럽다.
특히 한진해운 구조조정이 정부가 추진해온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시금석으로 간주되고 있는 만큼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앞둔 기업의 눈과 귀가 온통 한진해운과 채권단에 쏠려 있다”며 “채권단이 원칙을 고수하기도, 원칙을 깨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해운업을 위해서라도 두 회사가 합병해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 나오고 있다. 해운업 불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단기처방이 아닌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도 29일 열린 ‘해상수송시장의 건전한 발전방안’ 정책 세미나에서 “한진해운을 정상화하고 현대상선과 합병해야 국내 해운산업이 생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회생이 아니라 청산할 수밖에 없다”며 “한진해운을 정상화한 뒤 현대상선과의 합병해 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진해운 주가는 29일 직전 거래일보다 1.24% 오른 1635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초반 현대상선과 합병추진 가능성이 떠오르며 5% 안팎의 강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