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 부회장이 자살하면서 신동빈 회장이 경영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2인자' 로서 오너일가를 보필하며 경영현안을 조율하는 ‘해결사’ 역할을 해왔는데 그의 자살로 롯데그룹은 경영상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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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 |
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안고 있는 현안은 한둘이 아니다.
롯데그룹은 9월부터 시작되는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입찰에 참여해 지난해 사업권을 빼앗긴 잠실 롯데월드타워점을 다시 살려내야 한다.
연말까지 롯데그룹의 최대 사업인 롯데월드타워도 완공해야 한다. 눈앞에 닥친 롯데홈쇼핑 영업정지 위기도 해결해야 한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장소로 롯데스카이힐 성주컨트리클럽이 유력 후보지로 부상하면서 정부의 공식 제의가 들어올 경우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정부의 제의를 거절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선뜻 수용하기도 쉽지 않은 문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이 9월부터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며 “이런 와중에 회사의 맏형격인 이 부회장까지 갑자기 세상을 떠나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한 6월 이후 롯데그룹은 사실상 경영이 마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수사 착수 이후 신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호텔롯데 연내 상장(IPO)은 포기됐다. 롯데케미칼이 추진했던 미국 화학기업 엑시올사 인수합병(M&A)도 무산됐다.
검찰의 칼끝이 신 회장과 핵심임원들은 정조준하면서 경영전략을 구상해야 할 참모들은 검찰수사 대응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오너일가에 대한 검찰의 집중 수사가 진행되면서 경영상 결재 상당수가 이 부회장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부회장의 자살로 4분기 경영계획 수립은 물론 계열사 보고 일정 등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내부에서 지금까지 어떤 식으로든 검찰 조사를 받은 사람이 300여 명, 조사를 받은 횟수를 모두 더하면 400~500차례는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요 계열사 실적이 하반기 이후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롯데그룹 계열사 가운데 최대 실적을 낸 롯데케미칼의 경우 상반기 영업이익 1조1675억 원으로 반기 최고기록을 세웠지만 향후 실적이 후퇴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화업종은 대규모 투자가 중요한데 지금과 같은 경영공백 상태에서는 책임을 질 수 있는 판단을 내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주력사업인 유통은 이미 성장의 한계에 부닥친 듯한 모습을 보인다. 롯데쇼핑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 1710억 원을 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 뒷걸음질한 것이다.
이 부회장의 자살로 비게 된 정책본부장 자리는 당분간 공석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검찰 수사와 경영권 분쟁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신 회장이 당장 이 부회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인사를 실시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