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2022년 2월 호남 기반의 중견 건설사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당시 중흥그룹의 건설사 중흥건설은 시공능력 평가기준 업계 15위, 대우건설은 시공능력 평가 6위의 대형 건설사였기 때문에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채 안된 지금 대우건설은 그야말로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다. 중흥그룹에 인수되기 전인 2021년 매출은 약 8조 6천억 원이었지만 2022년에는 10조4192억 원으로 올랐으며 2023년에는 매출 11조4천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공능력 평가 역시 3위까지 올랐다.
대우건설의 전성기를 이끌어 낸 주인공은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대우건설 인수를 진두지휘했으며 2023년 6월 대우건설 회장으로 취임했다.
특히 정 부회장은 대우건설의 도약을 위해 해외에서 대우건설의 수주를 위해 힘쓰고 있다. 정 부회장의 해외 세일즈 결과 대우건설은 2023년 1분기에만 해외 수주액 1조8천억 원을 달성하며 연간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과연
정원주 부회장은 글로벌 대우의 옛 명성을 재현하고 건설업계에 또다른 역사를 써낼 수 있을까?
오늘은 고래를 삼킨 새우에서 글로벌 건설사로 도약을 꿈꾸는 정 부회장의 리더십을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 중흥그룹의 역사, 세종시 개발 사업부터 대우건설 인수까지
중흥그룹은 1983년, 정창선 회장이 설립한 주택개발 전문 건설사다. 8,90년대 부동산 호황기를 타고 호남지역에서 입지를 굳힌 중흥그룹은 세종시 개발 사업을 기점으로 2010년대 들어 전국구 건설회사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중흥그룹은 2011년 부동산 침체 여파로 땅도 안 팔리고 분양도 저조했던 세종시의 땅을 대거 사들여 개발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세종시가 행정복합중심도시로 위상이 강화되면서 1만 3천여 가구의 대규모 아파트를 공급하며 분양 완판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정 부회장은 이 즈음부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 부회장은 ‘사업을 이끌려면 공사현장부터 알아야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건설현장에서 경험을 쌓았는데 중흥 S클래스 아파트의 수도권, 서울 진출을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2020년 서울 길훈아파트 재건축사업과 봉천2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하고 서울 강동구 밀레니얼 중흥 S클래스의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사업규모만 2조 원대에 이르는 평택 브레인시티 사업의 순항도 이끌었다.
정 부회장의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중흥그룹은 재계 순위 34위까지 뛰어오르게 됐으며 2022년 대우건설을 품에 안으면서 명실상부 굴지의 건설 대기업으로 도약했다.
◆ 대우건설 쾌속 질주 이끈 정원주의 3가지 승부수
인수 이후 대우건설의 쾌속 질주를 이끌었던 정 부회장의 승부수는 크게 내실 경영, 해외 영토 개척, 신사업 발굴 등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정원주 부회장은 대우건설 인수 직후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이 100% 이하가 되기 전까지는 배당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책임 경영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결국 인수 당시 부채비율은 213.6%였으나 2023년 6월말 기준 188.3%까지 감소했으며 시공능력평가의 경영평가 부문 순위 역시 같은 기간 11위에서 9위로 2계단 상승했다. 정 부회장의 체질 개선 노력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 부회장의 철저한 자금관리 경영은 아버지 정창선 회장의 ‘3불 원칙’을 계승한 것이다.
정창선 회장은 △비업무용 자산은 사지 않는다 △보증은 서지 않는다 △적자가 예상되는 프로젝트는 수주하지 않는다 등 3불 원칙을 바탕으로 3년 자금계획을 미리 짜고 3개월마다 이를 검토하는 방식을 통해 회사를 키워왔다.
주목할만한 점은 돈을 써야할 곳에는 아낌없이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 후 연구개발비를 60억 가까이 늘리면서 신기술 확보를 지원하고 있다. 덕분에 대우건설은 올해, 신기술 역량의 척도인 신인도평가에서 업계 1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쟁쟁한 경쟁사들을 제치고 낸 성과다.
정원주 부회장의 두번째 승부수는 바로 해외 영토 개척이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가장 대표적으로 나왔던 부정적 의견이 바로 주택개발 사업만 해오던 회사가 대우건설의 해외 사업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대우건설 실무진과 원팀을 이뤄 전세계 건설 현장을 발로 뛰며 점검하고 나이지리아, 베트남, 필리핀, 투르메니스탄 등의 정상급 지도자들을 직접 만나면서 광폭 세일즈 행보를 펼쳤다.
정 부회장의 이런 노력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들어서만 나이지리아 카두나 정유시설 공사, 리비아 가스 화력발전소 공사 등 대형 프로젝트를 연이어 따냈다.
특히 베트남, 나이지리아, 리비아, 이라크 등 기존 거점시장에 더해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매출이 1년 동안 30% 이상 늘어나면서 대우건설의 해외 영토가 계속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정 부회장은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텍사스주와 도시개발 업무협약등을 체결하는 등 북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 부회장은 도시개발 사업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중흥그룹의 장점과 대우건설의 기술력, 해외사업 경험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원주 부회장의 세번째 승부수는 새로운 미래 먹거리 발굴이다.
중흥그룹과 대우건설은 여전히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국내 주택사업에서 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를 위해 원자력 사업 등 신사업 확보에 힘쓰고 있다.
대우건설은 대형 상용 원전과 관련해 설계와 시공, 해체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토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독보적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정 부회장은 폴란드 건설협회와 MOU 체결을 맺고 동유럽 원전 사업에 진출하는 등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 ‘대기업’ 된 중흥그룹, 여전히 과제도 많다
지방의 작은 건설사로 출발한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드라마틱한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다.
물론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그동안 중흥건설은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 입찰을 받거나 내부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워왔는데 재계서열 20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되면서 이에 걸맞는 대응을 해야 할 필요성이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 중흥 S클래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 역시 앞으로 주택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글로벌 초일류 건설사로의 도약을 꿈꾸는 중흥그룹, 과연 정 부회장의 야심이 ‘K-건설’의 또다른 성공신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기획제작 : 성현모, 서지영, 강윤이 / 촬영 : 김원유, 김여진 / 진행 : 윤연아 / 출연 : 류수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