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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 CEO |
미국에서 손꼽히는 두 기업사냥꾼들이 벌이는 혈투의 승자는 누가 될까?
미국 투자업계의 ‘큰손’이자 억만장자인 빌 애크먼이 다단계 판매회사 허벌라이프를 놓고 주식시장에서 승부를 벌였으나 패배했다.
애크먼은 예전에도 허벌라이프를 놓고 또 다른 기업사냥꾼인 칼 아이칸과 승부를 벌여 5천억 원의 손실을 입은 적이 있어 복수에 나섰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애크먼과 아이칸은 앙숙으로 그동안 사사건건 싸움을 벌여왔다.
◆ 애크먼, 허벌라이프 주가하락 시도 실패
애크먼은 22일 뉴욕 맨하탄에서 설명회를 열어 “허벌라이프는 범죄기업이고 지금 문을 닫아야 할 때”라며 맹렬히 비난했다. 그는 또 회사 내부문건과 영상자료를 공개하며 “허벌라이프의 피라미드 참여자는 1년 평균 1만2천 달러를 손해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애크먼은 전날 CNBC 방송에 출연해 “허벌라이프에 타격을 줄만한 내용을 폭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실행한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실망했다. 애크먼의 주장이 전혀 구체적이지 않았고 기존에 했던 말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허벌라이프의 주가는 67.77달러로 올랐다. 애크먼이 허벌라이프에 대해 폭로를 하겠다고 밝히자 허벌라이프 주가는 11%나 떨어졌지만 애크먼의 폭로에 별다른 내용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곧바로 25% 급등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크먼이 제시한 근거들이 투자자를 설득시키기에 역부족이었으며 시장의 공감을 얻는 데도 실패했다”고 말했다.
투자전문가들은 애크먼이 과거에 허벌라이프를 상대로 승부를 벌이다 실패한 것을 만회하려다 무리수를 뒀다고 지적했다.
◆ 아이칸과 승부에서 진 애크먼
애크먼은 미국에서 대표적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과 앙숙이다. 두 사람은 허벌라이프를 놓고도 이미 승부를 벌인 적이 있다.
애크먼은 지난 2012년 10억 달러 상당의 허벌라이프 주식을 공매도했다. 이는 허벌라이프 전체 주식의 20%에 이르는 수치다.
공매도란 해당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채 매도주문을 내는 투자기법으로 주가가 떨어질수록 공매도를 한 사람은 많은 이익을 얻는다. 반대로 주가가 오를수록 공매도 한 사람은 손해를 본다.
애크먼은 공매도를 하고 공개 기자회견을 열어 허벌라이프를 ‘피라미드 사기회사’로 규정하며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서였다.
애크먼의 기자회견 후 허벌라이프 주식은 폭락했다. 애크먼은 허벌라이프 주식에서 대규모 이익을 내는 듯 했다. 그런데 아이칸이 끼어들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아이칸은 애크먼의 공매도 규모에 육박하는 허벌라이프 주식을 사들였다. 소로스펀드, 서드포인트 등 다른 헤지펀드들도 이에 동참했다. 허벌라이프의 주가는 급등했다.
당시 애크먼은 5억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 손실을 입었다. 아이칸은 그만큼 이익을 봤다. 이번에도 애크먼이 허벌라이프 주가를 떨어뜨리려 하자 아이칸은 반대로 애크만의 시도를 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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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 아이칸 |
◆ 끊임없이 맞붙는 애크먼과 아이칸
아이칸이 애크먼을 방해하는 이유는 애크먼에게 나쁜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애크먼은 2003년 아이칸을 상대로 소송을 했다. 아이칸이 애크먼에게 팔았던 홀우드 리얼티 주식 관련 차익 중 450만 달러를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애크먼은 이 소송에서 이겨 돈을 받아냈다.
아이칸은 2003년 애크먼에게 홀우드 리얼티 주식을 사면서 3년 내에 매도해 차익을 남길 경우 이익을 배분하기로 합의했다. 2004년 홀우드가 다른 기업과 합병하면서 주가가 급등했을 때 아이칸은 차익배분을 거절했다. 아이칸은 합병으로 주식평가액이 오른 것이지 주식을 팔아 차익을 남긴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소송 이후 둘은 사사건건 충돌했다.
애크먼은 2012년 한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던 중 “아이칸을 전혀 존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칸은 월스트리트 저널과 인터뷰에서 “애크먼이 하는 모든 비난은 칭찬으로 들린다”고 응수했다.
◆ 애크먼은 누구인가
애크먼은 헤지펀드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그가 나섰다 하면 애플이나 삼성, 소니 등 굴지의 대기업들도 긴장한다. 주가가 요동치기 때문이다.
애크먼은 주가를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가차없이 기업에게 경영진 교체나 기업분할을 요구한다. 배당금을 늘려달라거나 자사주를 사라고 압박하기도 한다.
애크먼은 기업들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공매도를 통해 기업 주가를 떨어뜨리거나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 경영권을 빼앗겠다고 위협한다. 이러다 보니 기업들은 그의 전화를 두려워할 정도다.
애크먼은 2005년 패스트푸드 체인 ‘웬디스 인터내서널’ 주식을 상당량 매수하고 ‘팀 호튼스’ 도넛 체인을 분사하도록 압박했다. 팀 호튼스 분사 후 애크먼은 지분을 팔아 상당한 차익을 남겼다.
최근 애크먼은 캐나다 최대 제약사인 밸리언트와 손잡고 보톡스 제조사로 유명한 미국 앨러간을 상대로 적대적 인수를 추진해 큰 이익을 봤다. 지난 4월 116달러 선이었던 이 회사 주가는 지난 6일 168.85달러로 51% 급등했다.
애크먼은 1988년 하버드대학을 2등으로 졸업하고 1992년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애크먼은 2004년 퍼싱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설립하고 손을 대는 기업마다 높은 수익을 올려 10여년 만에 막대한 부를 쌓았다. 헤지펀드 업계를 대표하는 스타매니저라는 명성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