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자구안 제출 마감시한을 연장하고 자구안 제출을 위한 막판 협상에 매달리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당초 한진해운의 자구안 제출시기에 대해 “19일이나 20일로 잡고 있다”며 압박했던 데서 한발 물러섰다.
한진해운이 이미 이동걸 회장이 말한 마감기한을 넘기며 버티자 채권단이 한진해운 설득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채권단도 손실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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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22일 채권단에 따르면 한진해운과 채권단은 자구안에 담길 내용과 구체적 제출시기를 놓고 최종 조율을 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자율협약은 9월4일 끝난다. 실무절차 등을 고려할 때 최대한 빨리 추가 자구안을 제출해야 한다.
채권단은 부족 자금 가운데 최소 7천억 원을 한진그룹 차원에서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한진그룹은 아직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채권단의 추가지원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버티면서 여러 말들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이 한진해운이 이미 위기에 빠진 2014년부터 한진해운을 맡아 그룹 차원에서 1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등 할 만큼 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오너로서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온다.
조 회장이 결정을 망설이는 이유는 자칫 한진그룹 전체로 위험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이 요구하는 자금을 대한항공 등 계열사를 동원해 무리하게 끌어올 경우 한진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1000%를 넘어섰다. 대한항공은 최근 4달 동안 1조2천억 원에 이르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할 정도로 재무사정이 좋지 않다.
그룹 차원에서 자금을 지원한 뒤 한진해운이 경영정상화에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해운업황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진해운의 정상화 가능성도 지금으로서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조 회장이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물류기업을 꿈꿔왔다는 점에서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자율협약 종료일까지 한진그룹과 채권단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채권단 지원이 자동 철회되고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된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곧바로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법원은 법정관리 기업을 실사한 뒤 존속이나 청산여부를 결정한다.
한진해운의 경우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되면 해외 선주 등 채권자들이 채권 회수에 나서면서 한진해운 선박 90여 척이 세계 곳곳에서 압류된다. 출범을 앞두고 있는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에서도 퇴출당한다. 결국 정상적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파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지분 33.2%를 들고 있는 대한항공은 지분 감액손실 등으로 5300억 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진해운은 현재 용선료 협상에서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뤄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9월 초에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회사채 만기 연장도 시도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