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카드가 최근 금융권에 충격을 준 100억 원대 금융사고로 지지부진하던 매각작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에 휩싸이고 있다.
재매각 시점까지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이사 사장으로서는 고객과 금융당국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집중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 우선 신뢰회복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이 롯데카드 경영진에 요청한 '배임대책 확약서'에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대책이 담겨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사항은 검사팀에서 안내가 나갔을 것이다"며 "나머지는 (롯데카드 측에서) 자체적으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임대책 확약서는
조좌진 사장과 이사회 전원의 동의를 받아 작성될 것으로 알려져 이후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이행 구속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강수를 두는 이유는 카드업계에서 흔치 않은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8월14일 롯데카드 마케팅팀 직원 2인이 협력업체 대표와 공모해 105억 원을 취득한 배임 혐의를 확인하고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윤창현 의원실이 올해 3월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카드업계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1천만 원 규모의 1건이 전부였다.
이번 사고는 규모도 상당하지만 롯데카드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됐다.
금감원 조사 결과 업체 선정부터 평가자 선정까지 담당부서가 아닌 마케팅팀이 진행하며 비정상적 계약이 체결됐음에도 내부에서는 2년이 넘도록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롯데카드는 이 같은 내부통제 실패로 금융당국의 조사와 제재가 진행되며 영업활동에 제약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통제 관련 대상자를 가려내고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인력 공백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금감원은 배임을 저지른 직원 2인 뿐만 아니라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 대해서도 엄정 조치를 요구했다.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업에서는 이미지 실추로 기업가치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화되면 고객들이 발길을 끊을 수 있어 문제는 커진다.
이날 기준 카카오톡 대화 화면에서 바로 검색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샵검색’에서 롯데카드를 검색하면 나타나는 관련 검색어는 ‘롯데카드 횡령’과 ‘롯데카드 배임’이다.
▲ 롯데카드가 100억 원대 금융사고의 여파로 추진하던 매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
다른 카드회사의 관련 검색어가 ‘홈페이지’와 ‘고객센터’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롯데카드와 금융사고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묶여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조좌진 사장이 취임한 뒤 높아진 시장점유율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롯데카드의 시장점유율은 2021년 8.7%에서 2022년 9.0%, 2023년 3월 말 9.4%으로 늘었다.
이는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거두며 이미 매물가치가 떨어지고 있던 롯데카드로서는 뜻하지 않던 암초까지 만난 셈이다.
롯데카드는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 올해 상반기 자회사 로카모빌리티의 매각 이익을 제외하면 지난해보다 39.1% 줄어든 순이익을 거뒀다.
조 사장은 금융사고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뢰회복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조 사장이 롯데카드 재매각 시점까지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바라본다. 2022년 3월 대표이사로 재선임된 때에도 재매각 여부 등을 고려해 결정된 것이란 시각이 나왔다.
조 사장이 이미 내부통제 강화에 여러 시도를 했던 만큼 ‘작동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려면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은 2021년 7월 업계 처음으로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준법경영시스템(ISO37301) 공식 인증을 받았다. 2021년 2월에는 준법감시인을 외부에서 영입해 독립성을 강화했고 준법부서 관련 인력은 점차 확대해왔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