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비야디(BYD)가 상반기 200% 이상 급증한 순이익을 냈다. 사진은 6월16일 중국 선전시 선전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 모터쇼 '오토 선전 2023'에 등장한 BYD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세단 '친(Qin) 플러스 DM-i 2023'형 모델.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BYD가 내수시장 판매 호조로 2023년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와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면서도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BYD가 중국 내수시장에서 잠재력을 증명한 만큼 중저가 차량을 앞세워 유럽 등 국가에서 점차 입지를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BYD는 2023년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205% 증가한 15억5000만 달러(약 2조487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BYD가 대규모 순이익을 거둔 이유로 중국 내수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량(PHEV)과 전기차(BEV)를 합한 친환경차 판매가를 인하해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 꼽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BYD는 2월부터 8종의 차량 가격을 기존보다 4%에서 최대 25%까지 낮춰 내놓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궈리안 증권의 애널리스트 황쳉바오의 보고서를 인용해 “BYD의 상반기 차량 판매량이 크게 늘면서 순이익 증가로 이어졌다”며 “중국 전기차 1위 기업으로 확실히 자리잡았다”고 보도했다.
상반기 매출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73% 증가한 357억 달러(약 47조1989억 원)를 기록했다.
BYD는 2022년에도 직전 해보다 400% 증가한 순이익을 거뒀었다. 가파른 성장세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BYD가 테슬라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테슬라가 미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전기차 가격을 대폭 낮추며 점유율을 확대하려 했지만 오히려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가격 경쟁을 자극하는 역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BYD는 올해 상반기 중국 친환경차 판매순위 상위 10개 차량 가운데 7개의 자사 모델을 올려놓으며 3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했다.
반면 2021년까지 중국 시장에서 친환경차 판매 1위를 지켜왔던 테슬라는 2023년 9% 미만의 점유율을 보이며 BYD에 크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 BYD는 테슬라의 공격적인 가격인하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에서 친환경차 점유율 1위를 지켰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테슬라 기가팩토리 내부 모습. <연합뉴스> |
파이낸셜타임스는 BYD가 중국 시장에서 테슬라와 경쟁에 우위를 점한 이유를 수직계열화에서 찾았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 채굴에서부터 배터리 생산과 완성차 제조까지 모든 공정을 수직통합했다는 점이 테슬라를 비롯 다른 전기차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만드는 요소로 지목됐다.
중국 자동차 조사업체 오토모빌리티의 창업자 빌 루소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대다수의 전기차 회사가 BYD와 같이 생산의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회사와 경쟁하기 어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BYD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친환경차 1위 지위를 확고히 한 뒤 수출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미국을 제외하고 유럽연합(EU)과 동남아시아 그리고 남아메리카 등 지역에 중국에서 생산한 차량을 수출하거나 생산 설비를 활발히 건설하고 있다.
실제로 BYD의 친환경차 수출 증가는 상반기에 중국이 일본을 넘고 자동차 수출 1위로 등극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BYD가 중국 내수시장에서 거두는 막대한 순이익과 수직계열화 효과를 등에 엎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다면 전기차 업계에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다.
결국 테슬라가 촉발한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이 오히려 BYD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한편에서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BYD는 치열한 가격 경쟁을 이겨내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며 “BYD가 중저가형 전기차 수출에 눈을 돌리면서 전 세계 전기차 업체들에 경고를 보낸 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2분기 매출만 놓고 봤을 때 BYD가 2022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분기별 매출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다른 전기차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할인 경쟁에 뛰어들면서 BYD의 수요를 잠식했다는 분석이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