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새로운 라멘구조에 모듈형 건식바닥과 건식벽체, 모듈형 욕실, 자립식 가구 등의 인필(In-Fill) 시스템을 적용한 미래 주거모델 '넥스트 홈'을 선보인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
[비즈니스포스트] "래미안이 제시하는 ‘넥스트 홈’은 무한변신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정해진 공간의 제약이 없는 미래의 아파트를 들고 나왔다.
단순히 방 2개 구조, 방 3개 구조와 같은 옵션을 늘리는 수준이 아니다. 아파트 공간 내부 기둥을 없앤 라멘구조에 모듈형 바닥과 벽체, 욕실 등을 적용해 한 아파트에서도 모든 세대의 내부공간이 다른 래미안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내놓았다.
심지어 거주자의 삶이 변화하면 그에 맞춰 내부공간을 다시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방과 욕실의 개수, 주방부터 거실의 위치 등 모든 것을 ‘내맘대로’ 주문하고 변경할 수 있는 아파트가 정말 가능할까?
▲ 김명석 삼성물산 주택본부장 부사장이 23일 서울 송파구 래미안갤러리에서 진행한 ‘래미안, 더 넥스트’ 간담회에서 래미안의 미래 주거모델 '넥스트 홈'을 소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김명석 삼성물산 주택본부장 부사장은 23일 서울 송파구 래미안갤러리에서 진행한 ‘래미안, 더 넥스트’ 간담회에서 래미안의 넥스트 홈은 공간맞춤이 가능한 집이라고 소개했다.
30년 정도가 지나면 부수고 재건축을 진행하는 아파트가 아닌 ‘수명이 한정되지 않은 집’으로 주거의 진화를 이끌겠다고 자신했다.
김 부사장은 “아파트는 보안, 대형 커뮤니티, 안정적 단지 관리 등 장점이 많은 주거형태이지만 벽으로 구획된 획일화된 공간으로 모든 사람들의 삶이 다 똑같아지는 측면이 있다”며 “래미안의 넥스트 홈은 거주자의 다양한 요구와 삶의 변화까지 따라갈 수 있는 집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아파트시장은 ‘강남 아파트’, ‘한강변 아파트’처럼 입지에 따라 가격이 매겨진다. 하지만 사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대부분 평면 구조가 똑같다.
단독주택처럼 각 개인의 취향에 맞게 공간을 구성할 수 없다 보니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호해 사고 팔기 좋은 구조로 공급되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삼성물산도 가령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구성할 때 항상 최근 1인 가구가 많아졌으니 방 2개 구조를 해볼까 고민한다”며 “하지만 많은 고객들이 나중에 매매할 때를 생각해 방 3개를 원한다는 점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이날 소개한 래미안의 넥스트 홈은 이런 아파트의 한계를 극복한 미래 주거모델이다.
삼성물산은 이를 위해 넥스트 라멘구조와 인필(In-Fill) 시스템, 홈플랫폼 등 3가지 핵심기술을 개발했다.
▲ 주거공간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넥스트 라멘구조. <삼성물산 건설부문> |
넥스트 라멘구조는 기존 벽식구조에서 벗어나 수직 기둥에 수평 부재인 보를 더한 라멘구조를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기둥을 세대 바깥부분으로 배치해 내부 공간을 비웠다.
각종 배관이 지나가는 경로도 평면의 좌우에 둔다.
한 마디로 아파트 내부를 장애물이 없는 깨끗한 캔버스 같은 공간으로 만들어 각자가 원하는 집을 그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아파트는 벽이 슬라브를 받치고 있는 벽식구조다. 벽식구조는 경제적이지만 벽이 고정돼 있어 내부공간을 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삼성물산은 아파트 바닥과 벽체, 욕실, 가구 등도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채워넣을 수 있는 ‘인필 시스템’도 개발했다.
우선 조립식 형태의 모듈형 건식바닥 시스템을 통해 바닥을 띄워서 설치하고 바닥 하부에 배관을 설치해 주방과 욕실 등 물을 사용하는 공간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게 한다. 벽체 역시 모듈형 조립식 형태를 적용해 이동과 재설치가 가능하다.
삼성물산은 모듈형 욕실도 자체개발해 특허출원을 마쳤다. 모듈형 욕실은 공장에서 사전제작해 설치하는 방식으로 이미 삼성물산 현장에서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고객이 입주한 뒤에도 생활의 변화에 따라 욕실 위치를 바꿀 수 있는 시스템도 추가로 개발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래미안 넥스트 홈에서는 가구도 달라진다.
보통 현재 건설사들이 제공하는 옵션 가구는 붙박이장 등 고정형이다. 삼성물산은 자유롭게 이동과 설치가 가능해 필요하면 벽의 역할도 할 수 있는 자립식 가구를 개발해 넥스트 홈에 적용한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넥스트 홈에 관한 지적재산권을 확보했고 모듈형 건식바닥 시스템, 건식벽체, 욕실 팟(POD), 자립식 가구 등 각 요소기술에 관한 출원 및 특허도 80% 이상 진행했다.
2024년 상반기까지는 전체 특허 등록을 완료하고 각 요소기술들을 단계적으로 실제 주택에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 김상국 삼성물산 건축주택사업부장 부사장이 23일 서울 송파구 래미안갤러리에서 열린 '래미안, 더 넥스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삼성물산은 래미안 넥스트 홈 기술을 무기로 도시정비 등 주택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김 부사장은 간담회에서 넥스트 홈 적용기술들을 소개한 뒤 마지막으로 “여의도, 성수, 압구정 등 초고층 아파트 프로젝트에 이런 상품들을 제안하고 적용해 주택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넥스트 홈 프리젠테이션 뒤 질의응답 시간에도 “삼성물산이 그동안 주택사업 사업성, 클린수주 방침 등을 바탕으로 조금 소극적 행보를 보여온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서울시 조례개정 등으로 많은 랜드마크 아파트 물량이 나올 예정이기 때문에 수주전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넥스트 라멘구조와 인필 시스템을 적용한 ‘풀세트’의 넥스트 홈은 인허가 등 절차부터 받아야 해 실제 도입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적용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물산은 넥스트 홈이 아파트 공간변화의 혁신 외에도 공장제작을 통한 균일한 품질 보장, 모듈형 건식바닥을 통한 층간소음 저감 효과, 현장 시공 감소를 통한 건설안전 확보 등에 기여할 것으로 바라봤다.
넥스트 라멘구조로 돌출되는 기둥과 보를 활용해 더욱 다양한 외관디자인을 제공하고 건물에 일체화된 태양광패널로 제로에너지건축물 구현 등에도 용이할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물산은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을 2000년 론칭했다. 그 뒤 아파트시장에 하이엔드 브랜드 바람이 불어도 새로운 브랜드 없이 래미안으로 꾸준히 업계 ‘탑’을 지키고 있다.
김상국 삼성물산 건축주택사업부장 부사장은 이날 간담회 첫 인사를 맡아 “최초와 최고로 상징되는 래미안이 공간의 변화를 넘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혁신기술의 요구에 응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겠다”며 “삼성물산이 선보이는 미래의 아파트를 통해 미래 주거의 혁신적 변화를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 23일 서울 송파구 래미안갤러리에서 열린 삼성물산 건설부문 '래미안, 더 넥스트' 간담회에서 넥스트 홈 프로젝트를 이끈 임직원들이 무대로 올라와 인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날 간담회 마지막에는 래미안 넥스트 홈 프로젝트를 이끈 임직원들이 무대에 올랐다. 넥스트 홈으로 새로운 래미안 시대를 열겠다는 기대와 의지를 보였다.
삼성물산은 1983년 서울 신길동에서 삼성아파트를 최초로 분양했다. 그 뒤 1994년 한국 최초 재건축 아파트 마포삼성아파트를 지었고 2000년 래미안을 론칭했다. 2005년에는 고객서비스 브랜드 ‘헤스티아’를 내놓았고 2009년에는 친환경기술을 적용한 주택 ‘그린 투모로우’를 개관했다.
삼성물산은 2018년 스마트홈 기술 연구공간인 ‘래미안 IoT 홈랩’, 친환경 주거트렌드 체험공간 ‘그린에너지 홈랩’을 개관했다. 2020년에는 층간소음연구소를 신설하고 2021년 래미안 브랜드 이미지를 재단장했다.
2022년 10월에는 “집을 어디까지 변화시킬 수 있죠?”라는 문구를 담은 ‘미래는 이미 래미안에’ 브랜드 광고를 내놓았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