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3-08-10 14:5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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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롯데웰푸드가 미래를 해외에서 찾고 있다.
기존 주력사업인 제과와 빙과사업으로는 국내에서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들다는 것이 롯데웰푸드의 현실이라는 점이 해외로 눈을 빠르게 돌리게 한 결정적 배경으로 꼽힌다.
▲ 롯데웰푸드가 미래를 해외에서 찾고 있다.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이사(사진)로서는 자신의 주특기를 발휘할 기회를 맞은 셈이기도 하다.
롯데웰푸드의 해외사업 확대 전략은 이창엽 대표이사가 LG생활건강에서 미처 뽐낼 수 없었던 해외사업 관련 특기를 마음껏 선보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10일 롯데웰푸드의 2분기 실적발표 자료를 살펴보면 해외사업을 확대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돋보인다.
롯데웰푸드는 9일 공개한 2분기 실적발표 자료에서 해외사업 관련 전략을 2장에 걸쳐 소개했다. 통상 1장에 압축해 설명해왔던 이전과 다른 모습이다.
우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 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이고 성장세를 지속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글로벌 1위 인구를 보유한 국가로서 생산력과 소비력이 향상하는 시장인데다 2027년에는 글로벌 3위 경제대국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결코 놓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웰푸드 내에서도 인도사업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인도사업에서만 매출 2472억 원을 냈다. 전통적으로 해외 매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카자흐스탄사업을 제치고 처음으로 해외 매출 1위 시장에 오른 것이다.
롯데웰푸드 인도법인은 올해 2분기에도 매출 861억 원을 내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거뒀다. 이는 롯데웰푸드 카자흐스탄법인이 낸 매출 669억 원보다 28.7% 많은 것이기도 하다.
기존에 세웠던 인도시장 공략 전략에도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2월만 하더라도 아이스크림 메가톤을 2024년 이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계획을 대폭 앞당겨 이미 4월에 메가톤을 인도에 선보였다. 이는 롯데웰푸드가 2분기에 인도 빙과사업에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인 637억 원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롯데웰푸드는 이밖에도 인도 현지에 초코파이와 관련한 공장 라인을 9월에 증설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초코파이는 애초 경쟁사인 오리온이 원조라는 평가를 받지만 인도에서만큼은 먼저 시장에 진입한 롯데웰푸드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새 공장이 들어서면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웰푸드는 인도 빙과사업을 놓고도 내년 3월에 푸네 신공장을 완공해 가동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인도사업과 관련한 전략을 집중적으로 소개한 뒤 해외사업 확대와 관련한 전반적 설명도 추가했다. 2027년까지 해외사업의 매출 비중을 전체의 30~50%로 맞추겠다는 목표를 다시 강조한 것이다. 이는 지난 5월에 처음 공개됐던 해외사업 목표다.
지난해 기준으로 롯데웰푸드에서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3%다. 이 비중을 5년 안에 최대 2배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은 다소 공격적 목표로 여겨진다.
롯데웰푸드는 “K스낵과 K푸드 등의 카테고리를 기반으로 빠르고 지속적인 세계화 기회를 확보하겠다”며 “K컬처를 활용해 해외사업의 매출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롯데웰푸드가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지점인 해외 선진 시장 진출과 관련해서도 인수합병이나 조인트벤처 설립과 같은 공격적 태도도 지향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현재 해외 8개 나라에 진출해 있지만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인도, 중국, 러시아, 미얀마 등 신흥국가 위주다.
롯데웰푸드의 이런 움직임은 기존 주력사업인 제과사업과 식품사업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제과·식품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최근 4년 동안 롯데웰푸드의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제과사업의 연매출은 1조7천억 원대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식품사업도 매출만 보면 2019~2021년까지 1조2천억~1조3천억 원대에 머물던 매출이 지난해 1조5천억 원대로 늘어나긴 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어 고민거리다.
롯데웰푸드는 5월만 하더라도 식품사업의 올해 매출 성장률을 4~5%로 전망했지만 9일 실적발표를 통해 이 예상치를 1~2%로 낮춰잡기도 했다.
이런 흐름을 살펴보면 결국 롯데웰푸드가 지향할 수밖에 없는 시장은 해외일 수밖에 없다. 출산률 감소에 따라 과자를 소비하는 인구가 줄어드는 데다 웰빙이 강조되는 국내 식품사업의 특성상 해외만이 롯데웰푸드의 새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 롯데웰푸드는 9일 공개한 2분기 실적발표 자료에서 해외사업 확대 전략을 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롯데웰푸드의 해외사업 확대 전략은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이사가 특기를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됐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한국P&G를 시작으로 허쉬 한국법인장, 한국코카콜라 대표, LG생활건강의 미국 자회사 더에이본컴퍼니 최고경영자(CEO) 등을 지낸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LG생활건강에 재직할 당시에는 차석용 부회장의 뒤를 이어 회사를 이끌 유력 CEO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차석용 부회장이 보고받는 자리에 이 대표가 항상 배석했다는 점은 LG생활건강 내에서 이 대표가 얼마나 주목받았던 인물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이 대표는 LG생활건강을 지난해 2분기에 나왔다. 그 이후 선택한 회사가 바로 롯데웰푸드였다.
신동빈 회장은 평소 롯데웰푸드를 놓고 글로벌화 해야 한다는 의지를 품고 있었는데 해외 전문가로 평가받는 이 대표가 눈에 들었고 그를 적임자로 발탁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말 롯데웰푸드 대표이사에 오른 뒤 해외사업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웰푸드는 9일 실적발표 자료에 이창엽 대표를 소개하는 장을 마련했는데 여기에서 이 대표는 회사의 4대 목표 가운데 하나로 세계화를 꼽았다. 그는 세계화를 위한 구체적 목표로 △전 세계로 시장 확대 △글로벌 식품사 도약 등 2가지를 제시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