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2023-08-01 13:2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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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EU)이 새로 도입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 공개 규정이 구조적으로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럽연합 내 활동기업들에 기후변화 관련 정보 공개 의무와 함께 공개 범위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권 또한 부여했기 때문이다.
▲ 유럽연합이 기업들에 중대성평가를 통해 내부 ESG 정보를 제출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기업이 자체적으로 공개할 정보를 판단할 수 있어 빈틈이 많은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은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위원회 본부. <위키미디아 커먼스>
31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유럽위원회가 지역 내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에 의무적으로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환경요인 등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규정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새 규정은 ‘유럽연합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의 시행을 위한 ‘유럽 지속가능성 보고표준’의 개정 사항으로 추가돼 2025년부터 시행된다.
규정에 따르면 유럽연합 내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자사 활동이 미치는 환경 및 사회적 영향의 내부 중대성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아울러 평가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보고서를 유럽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새 규정에서 의무화한 정보 공개는 빈틈이 많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먼저 분석을 하게 되면 공개할 정보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3G 기후변화 싱크탱크의 츠베텔리나 쿠즈마노바선임 정책고문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기업들에 정보 공개에 따른 자율권을 준 것은 향후 지속가능성 보고 프레임워크 구성에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며 “유럽위원회가 기업들의 압력에 굴복해 기후정보 공개를 철회한 결과”라고 말했다.
유럽에선 특히 이번 여름에 폭염과 가뭄, 산불 등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겪으면서 사회적으로 기후정보 공개 명시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이번 개정 결정이 있기 몇 주 전에도 유럽의 일부 자산 관리자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유럽위원회에 모든 기업 ESG 핵심 지표 공개 의무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유럽지속가능투자포럼의 알렉산드라 팔린스카 총괄 디렉터는 블룸버그를 통해 “투자자들이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투명하게 모든 정보를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며 “ESG 핵심 지표 공개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것이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유럽위원회는 중대성평가가 제3자의 감시 하에 의무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이레드 맥기네스 유럽금융서비스위원회 집행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개정은 기업들의 사내 정보 공개 부담과 친환경 정책 홍보 사이에서 균형을 맞췄다”며 “유럽연합의 지속가능 재무 정책을 유지하는데 있어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