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자리라는 부회장에 오르면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김해성 이마트 부회장, 강승수 한샘 부회장 등이 올해 새로 부회장에 올랐다.
부회장이라는 자리가 높은 만큼 실적에 대한 부담도 무겁다. 올해도 벌써 반환점을 돌았다.
◆ 정철길, 부회장 위상 다져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SK그룹의 에너지사업을 총괄하며 SK그룹의 전체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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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 |
정 회장은 SK그룹에서 SK이노베이션의 위상을 다시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업황의 호조에 힘입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1조9643억 원을 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는 그동안 SK그룹의 핵심이었던 SK하이닉스나 SK텔레콤의 실적을 뛰어넘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2분기에 영업이익 4530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13분기 만에 가장 낮은 영업이익이다.
SK텔레콤도 2분기에 영업이익 4074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뒷걸음질 했다. 더욱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무산되면서 향후 성장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성적표만으로 향후 상황을 낙관하기가 만만찮다. 유가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는 정유사업의 특성상 하반기 유가의 향방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을 2018년까지 기업가치 30조 원의 평가를 받는 회사로 키우고 연간 영업이익 3조 원 이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큰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를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사업재편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의 체질을 바꿔나가겠다 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새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화학과 배터리 등 비정유부문의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한상범 권영수, 실적 방어했지만 과제도 많아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LG화학에서 LG유플러스로 자리를 옮겼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상반기에 매출 5조5919억 원, 영업이익 3507억 원을 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7.2%, 영업이익은 1% 늘어났다. 올해 초 목표치인 매출 8조9200억 원의 62%를 이미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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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왼쪽),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
실적만을 놓고 보면 권 부회장은 순항하고 있는 셈이다.
권 부회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도 주력하고 있다. 최근 IoT(사물인터넷)사업을 최고경영자(CEO) 직속부서로 개편하며 미래 먹거리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홈IoT(사물인터넷) 분야에서 매월 2만 명 이상의 가입자 순증세를 유지하며 SK텔레콤과 KT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다. 지난해 7월 출시한 뒤 1년 만에 36만 명 이상의 유료가입자를 확보했다.
5월에 있었던 주파수 경매에서도 2.1GHz 광대역 주파수를 최저가로 확보해 롱텀에볼루션(LTE) 품질향상을 위한 초석도 마련했다.
하지만 권 부회장은 훨씬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다. 바로 LG유플러스에 '1등 DNA'를 심는 일이다. 이동통시장은 점유율 구도가 고착돼 있어 깨기가 쉽지 않다. 1등 DNA를 심기 위해서는 1등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을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디스플레이는 2분기에 매출 5조8550억 원, 영업이익 440억 원을 냈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91% 급감했다. 그러나 시장기대치였던 300억 원 중반대를 웃도는 영업이익을 내 선방했다.
LG디스플레이가 주력으로 삼는 LCD패널부문은 중국기업들의 공세에 사업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 부회장은 TV 올레드패널의 시장을 키우는 한편으로 중소형 올레드패널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한 부회장은 7월 말에 2조 원을 투자해 중소형 올레드패널 생산시설을 확보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후발주자로 중소형 올레드패널에서 삼성디스플레이 추격에 본격적으로 나선 셈이다.
◆ 김해성 강승수, 이마트와 한샘 성장동력 확보 안간힘
김해성 이마트 부회장은 성장한계에 봉착한 대형마트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마트는 2분기에 총매출 3조9414억 원, 영업이익 470억 원을 냈다. 지난해 2분기보다 총매출은 8%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8.5%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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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성 이마트 부회장(왼쪽), 강승수 한샘 부회장. |
이마트는 오프라인 마트의 비중이 전체매출에서 80%를 차지하는데 모바일쇼핑이 확산되면서 가격경쟁력으로 고객을 유입하는 데 한계에 봉착해 있다.
이마트는 트레이더스이마트몰, 이마트타운, 노브랜드 등의 사업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오프라인 마트의 의존도를 낮추지 않는 한 향후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 부회장은 해외사업과 스타필드하남 같은 새로운 개념의 쇼핑몰을 통해 탈출구를 찾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이마트가 총력을 쏟고 있는 베트남 진출과 스타필드하남의 성공에 이마트 성장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강승수 한샘 부회장은 한국과 중국을 격주로 오가며 중국 인테리어 시장을 공략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중국 홈인테리어 시장은 최근 20년 동안 매년 30% 이상 고속성장해 2014년 기준으로 740조 원 규모에 이른다.
한샘은 그동안 중국에서 B2B(기업간거래)만 했지만 향후 B2C(기업·소비자간거래)의 성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는데 감 부회장은 한샘의 중국진출 전략을 짜는 데 총력을 펼치고 있다.
중국진출의 성공은 한샘의 미래를 좌우가 달려있다. 한샘은 이케아의 한국진출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고성장을 해왔지만 올해 들어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최양하 한샘 회장이 신년사에서 “한샘의 미래는 중국시장에 달려있다”며 “우리는 중국 홈인테리어시장에 가구와 생활용품, 건자재까지 유통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밝힐 정도다.
강승수 한샘 부회장은 사장 직함을 단지 2년 만인 지난해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강 부회장이 한샘 사장에 취임한 뒤 실적 성장을 이어온 점이 높게 평가됐다.
한샘이 중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느냐 하는 점은 강 부회장이 더 높은 자리로 갈 수 있느냐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