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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윤석열 대통령 '선택적 침묵' 유감, 참모 뒤에 안 숨겠다는 약속 어디에

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 2023-07-27 14: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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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정부의 잘못은 솔직하게 고백하겠다.”

2022년 3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들을 향한 당선 인사에서 밝혔던 첫 일성이다. 
 
[기자의눈]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279'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윤석열</a> 대통령 '선택적 침묵' 유감, 참모 뒤에 안 숨겠다는 약속 어디에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정치적 현안에 선택적으로 침묵하면서 소통방식에 관한 비판이 늘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월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신임장 수여식에 입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취임 1주년을 넘긴 지금 윤 대통령의 이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향한 논란에 윤 대통령의 솔직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에게 유리한 사안에는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내는 반면 불리한 주제에는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는 '선택적 침묵'은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장모인 최은순 씨가 통장 잔고증명 위조 등의 혐의로 법정 구속된 데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장모가 구속된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윤 대통령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여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의 침묵을 변호하기에 바쁘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6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최은순씨 사건 같은 경우에는 2013년도에 있었던 아주 오래전의 일인데 윤 대통령이 최은순씨 사건에 어떤 개입되거나 연결되어 있는 고리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통령과 직접 관련이 없는데 꼭 나서서 특별한 입장을 밝혀야 하냐는 것이다. 일견 맞는 말 같지만 역대 다른 대통령들과 비교했을 때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민주화 이후 집권한 전임 대통령들 모두 친인척 비리 앞에서 국민들에게 사과했기 때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차남 김현철 씨가 기업인들로부터 수십 억 원대의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자 '아들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이란 말과 함께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도 각각 차남 김홍업 씨와 형 이상득 전 의원의 구속에 국민들 앞에 머리를 숙였다. 세 전직 대통령 모두 친인척의 비리혐의와 직접 관련이 있어서 사과한 것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처가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논란에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국토교통부가 알아서 해야 할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다. 

십 년 넘게 진행돼 오던 국책 사업에 논란이 발생한 근본 원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공직자 재산신고에 등록된 토지와 연관돼 있는데 국민들에게 아무런 해명 없이 부처에만 맡겨서 될 일인지 의문이 든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통령 공약이었고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돼서 진행되고 있는 1조8천억 원이 들어가는 대형 국책 사업인데 이것이 왜 국토부 장관 혼자 알아서 할 일이냐”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는 건 ‘처가’ 관련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민간인 신분의 풍수지리가 백재권 교수가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교수가 대통령 관저 후보지를 둘러봤다는 의혹에도 별다른 말이 없다. 

특히 대통령실은 이 사건과 관련해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을 직접 고발할 정도로 적극적 태도를 취했던 사건이다. 민간인 개입이 실제로 있었음이 드러난 이상 더더욱 사건 경위를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입장 표명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도 선택적 침묵이라는 비판이 커지는 이유다. 

대통령실은 장모 구속과 관련해 공식입장을 내지 않으면서 사법부 판결은 언급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또 김건희 여사가 해외순방 일정 도중 명품숍을 들렀던 일에는 '정쟁'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판결이 나오자 김건희 여사와 관련 없음이 명확해졌다며 민주당을 맹비난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25일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자마자 거대야당이 탄핵소추권을 남용했다며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사안 모두 사법부의 판결이었으며 대통령실의 메시지 역시 ‘정쟁’을 불러일으킬 내용을 담고 있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25일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불리한 때에만 이렇게 입을 싹 닫는 윤석열 대통령의 선택적 침묵이 국민 입장에서 굉장히 당황스럽다”며 대통령의 이중적 태도에 일침을 날렸다.

윤 대통령은 취임 전 많은 논란을 무릅쓰고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했다. 국민들과 소통을 늘리겠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도어스테핑이 중단된 뒤 제한적 소통만 이어가고 있다. 신년 기자회견은 물론 취임 1주년 기자회견도 열지 않았고 이따금씩 생중계되는 국무회의는 윤 대통령의 일방적 발언만 전달될 뿐이다.

가뜩이나 소통이 부족한데 윤 대통령이 민감한 현안에 침묵을 이어가는 사이 정쟁은 오히려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이 선택적 침묵을 깨고 취임하기 전 마음가짐을 되새겨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소통행보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김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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