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AMD의 위탁생산 수주 사례를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텔 반도체공장 내부 사진. <인텔> |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신사업으로 키우는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AMD와 같은 경쟁사의 제품 위탁생산 수주 사례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프로세서 경쟁사인 퀄컴의 파운드리 협력사로 자리잡은 것처럼 인텔도 자체 반도체 사업과 이해관계 충돌 문제를 순조롭게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25일 IT전문지 더레지스터에 따르면 TSMC가 전 세계 첨단 반도체 생산을 사실상 독점하는 지금의 상황이 계속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TSMC의 파운드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객사 주문에 모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모든 공장이 대만에 위치하고 있어 중국의 침공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주요 고객사 가운데 한 곳인 AMD의 리사 수 CEO가 최근 닛케이아시아와 인터뷰에서 TSMC 이외에 다른 파운드리 업체와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점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그는 AMD가 현실적으로 전 세계 첨단 반도체 공급을 과점하는 TSMC에 의존을 낮추기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더레지스터는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 인텔을 AMD 반도체 위탁생산의 대안으로 꼽았다.
특히 인텔이 AMD의 파운드리 협력사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인텔은 미국과 독일 등으로 반도체 생산거점을 다변화하고 있어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더레지스터는 이런 가능성을 두고 “불가능도 가능한 일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인텔과 AMD는 PC와 서버용 CPU 시장에서 최대 경쟁사로 꼽힌다. 따라서 AMD가 인텔에 이러한 제품의 위탁생산을 맡기는 시나리오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시장 조사기관 가트너는 더레지스터를 통해 AMD를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는지가 향후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방향성과 성공 가능성에 중요한 요소라고 진단했다.
가트너는 “TSMC를 대체할 수 있는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 업체는 삼성전자와 인텔뿐”이라며 “인텔이 파운드리 기업으로 성공하려면 경쟁사 제품을 수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인텔이 경쟁사인 AMD의 반도체 위탁생산을 담당한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고객사의 반도체 기술 유출이나 이해관계 충돌, 미세공정 기술력 등 측면에서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필요한 조건을 모두 갖춰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 AMD가 설계하는 PC용 CPU 패키지. < AMD > |
인텔은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설계해 생산하는 동시에 고객사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사업 구조를 갖추려 하고 있다. 자연히 AMD 등 잠재 고객사는 이를 꺼릴 수밖에 없다.
AMD가 인텔 파운드리로 반도체를 생산한다면 이는 곧 인텔이 이러한 우려를 뛰어넘을 만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등 장점을 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확보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자연히 다른 고객사들도 적극적으로 인텔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려 하게 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인텔의 이러한 사업모델 구축에 ‘모범사례’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프로세서 경쟁사인 퀄컴의 제품을 수주해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퀄컴이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기술 유출과 이해관계 충돌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덜어낼 수 있었다는 근거에 해당한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AMD와 같은 경쟁사 제품을 수주해야 한다는 가트너의 분석도 이러한 배경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가트너는 “인텔의 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하게 될 고객사는 결국 모두 인텔의 경쟁사에 해당한다”고 바라봤다.
만약 인텔이 AMD와 엔비디아, 애플 등 반도체기업에 수주 기회를 잡는 데 실패한다면 삼성전자가 이들의 제품을 위탁생산할 기회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역시 최근 대만에서 열린 IT행사에 참석해 TSMC 이외 파운드리 업체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인텔의 미세공정 기술력에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다만 그는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와 오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