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7-07 14: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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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한국을 찾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한국과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이번 방문에선 최근 발표한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안전성 최종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우리 정부 관계자 및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7월4일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계획은 과학적으로 신뢰할 만하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7일 저녁 우리나라에 도착해 2박3일 동안 머무른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번 방한 일정동안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 박진 외교부 장관과 만난 뒤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오염수 다핵종제거설비(ALPS)에 대한 성능 검증이 빠졌다는 점 등 IAEA의 최종보고서 내용을 두고 국내 정치권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IAEA 보고서를 신뢰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그로시 사무총장의 태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진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번 최종보고서를 전달하기 훨씬 이전부터 일본 오염수 방류에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2020년 2월 일본 원전 현지를 시찰하면서 “ALPS 처리수 처분방법의 두 가지 선택지(해양 방출, 수증기 방출)는 기술적으로 실행 가능하며 국제관행에 따르고 있다”고 일본의 처지를 두둔한 바 있다.
그 뒤 2022년 4월 IAEA 1차 중간보고서를 펴낼 때도 그로시는 "일본의 준비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TF는 일본 도쿄전력과 경제산업성이 2023년으로 예정된 방류를 위한 적절한 다음 단계를 확인한 데 대해 만족한다"고 일본 오염수 방류에 긍정적 시각을 나타냈다.
▲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2020년 2월26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 홈페이지>
그로시 사무총장의 과거 이력에 야권과 환경단체는 우려를 나타내며 그의 방한에 맞춰 항의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진보당은 이날 윤희숙 대표 등 지도부와 당직자들이 모여 외교부 앞에서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24시간 정당연설회에 돌입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환경단체들은 6일 '엉터리 IAEA 보고서 비판 및 사무총장 방한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원전 오염수 방류에 긍정적 입장을 보인 것과는 달리 원자력 발전 시설이 핵무기나 전쟁에 연관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그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 등 핵 활동을 동결·축소하고 서방국가들의 대 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란 핵합의'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또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한복판에 있는 자포리자 원전과 관련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핵 담판’으로 해결책을 모색한 일은 세계 널리 알려져있다.
특히 그로시 사무총장은 북한의 핵 실험 활동도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그는 2021년 IAEA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의 핵시설 운영을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2022년 12월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북한의 영변 핵시설 활동에 우려를 표하며 IAEA 사찰단 파견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부와 긍정적 소통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정부가 전임 정부보다 북한 핵 실험을 더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데다 원전 사업에 관해 우호적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말 방한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한국은 원자력 에너지 활용의 모범국가”라며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과 원자력 발전 관련 규제 완화, 새로운 규범 형성 과정 등에 한국의 주요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해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아르헨티나 외교관 출신으로 IAEA의 6번째 사무총장이다. 2019년 12월2일 첫 임기를 시작했고 올해 3월 사무총장에 재임명돼 2027년 12월2일까지 임기가 연장됐다.
그로시는 1961년 태어나 1985년 아르헨티나 외무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나토 주재 아르헨타나 대표, 주 오스트리아 대사 등을 역임했다.
특히 군축 및 비확산 분야에서 많은 경력을 쌓았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세계 각국의 재래식 무기 등록 문제를 다루는 유엔 내 정부 전문가 그룹에 소속돼 근무했다. IAEA로 근무지를 옮기고 2002년과 2007년 사이 북한 핵시설을 여러 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는 핵공급국그룹(NSG) 의장으로 활동했다. NSG 역사상 유일하게 의장 임기를 두 번 수행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