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고체 배터리를 놓고 토요타와 삼성SDI의 한일전이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토요타가 배터리 밀도와 주행거리, 무게 등 측면에서 장점을 갖춘 신기술 기반의 전고체 배터리를 2027년부터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거듭 천명했다.
전기차 시장 성장에 뒤늦게 대응한 토요타가 전고체 배터리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내며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업체와 정면승부를 펼치게 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4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토요타는 현재 일반적으로 쓰이는 전기차 배터리보다 크기와 무게, 가격을 모두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자신하고 있다.
토요타는 6월8일 ‘토요타 기술 워크숍’을 통해 2027년부터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를 통해 더욱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기술적 특징 등이 공개된 것이다.
토요타의 탄소중립 연구개발(R&D) 센터장 케이지 가이타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배터리는 모두 크고 무거우며 비싸다”며 “토요타는 이러한 측면에서 우수성을 갖춘 전고체 배터리를 내놓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전기차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액체 상태의 전해질을 사용해 온도 변화와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화재 등을 방지하는 안전장치도 배터리 내부에 따로 장착해야 한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고체 상태라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체 특성상 액체보다 밀도가 높아 크기와 무게 등을 줄이기도 유리하다.
가이타 센터장은 “토요타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한 기술과 소재를 모두 갖췄다”며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저렴한 생산 비용으로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요타가 계획한 대로 2027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성공하면 전기차 업계 경쟁사들에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다른 전기차 제조사들이 해당 시점까지 전고체 배터리 기반 전기차를 선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토요타가 이르면 2027년에 크기와 무게 그리고 가격까지 절반 수준으로 낮춘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자신하고 있다. 사진은 토요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인 bZ4X 2023년형 Limited 모델의 모습. <토요타> |
다만 한국 배터리 3사 가운데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삼성SDI가 토요타의 경쟁상대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SDI 역시 2027년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으로 목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획대로 대량생산이 시작되면 주요 고객사에 납품도 진행될 공산이 크다.
현재 삼성SDI는 경기도 수원 연구소에 국내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 시험생산(파일럿) 생산라인인 ‘S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7월 가동을 시작해 올해 하반기 시제품 공개를 계획하고 있다.
3월 열린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에서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의 자세한 기술적 사양도 공개했다. 배터리 수명을 높이는 자체 기술을 적용한 점이 특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4월 발표한 '2차전지 산업경쟁력 강화 국가전략'에서 전고체 배터리의 세계 최초 상용화를 위해 20조 원에 이르는 민관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물론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모두 전고체 배터리시장 진출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 도움을 등에 업게 된 셈이다.
토요타가 개발하는 전고체 배터리는 주로 자사 전기차에 탑재될 것이라는 점에서 삼성SDI 등 배터리 전문업체와 직접적으로 비교선상에 놓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삼성SDI가 2027년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해 주요 고객사에 공급을 시작한다면 토요타가 세계 최초 전고체 배터리 기반 전기차 제조사로 시장 선점효과를 노리기는 어려워진다.
삼성SDI도 토요타를 제치고 세계 최초 전고체 배터리 제조사로 이름을 올린다면 글로벌 자동차 고객사 확보에 우수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세계 배터리시장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중국업체들이 전고체 배터리시장에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 1위 업체인 중국 CATL은 4월 중국 상하이 자동차산업 전시회에서 전고체 배터리의 이전 단계 기술에 해당하는 ‘반고체 배터리’를 공개했다. CATL은 2025년까지 1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