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니와 혼다가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에서 소프트웨어 및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통해 차별화를 노린다. 차량 시제품 '아필라' 내부 이미지. <소니혼다모빌리티> |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소니와 혼다가 합작법인을 통해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전기차가 운영체제(OS)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상당한 차별점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장점이 향후 자율주행 기술과 결합하면 테슬라 또는 애플의 자체 브랜드 전기차 ‘애플카’에 만만찮은 경쟁 상대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평가도 고개를 든다.
4일 미국 자동차 전문지 잘롭닉에 따르면 소니와 혼다가 개발하는 ‘아필라’는 현재 상용화된 전기차를 뛰어넘는 차별화 요소를 갖춰낼 잠재력을 두고 있다.
잘롭닉은 이들의 협력사인 퀄컴의 미국 본사에서 아필라 시제품의 외관과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능을 체험해본 뒤 이를 자세히 소개하는 기사를 전했다.
아필라는 소니와 혼다가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에 협력하기 위해 지난해 합작법인을 설립한 뒤 선보인 차량 시제품에 적용한 브랜드다.
소니는 게임과 영화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센서 등 반도체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며 혼다는 자동차 설계와 생산 분야의 역량을 활용해 개발에 참여한다.
아필라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퀄컴의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 플랫폼을 활용해 자율주행 관련 기술과 통신 기술 등을 구현한다.
특히 소니의 게임콘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출시된 여러 고사양 게임이나 게임 플랫폼업체 에픽게임즈의 PC용 게임을 차량 내부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게임과 같은 차량용 엔터테인먼트는 향후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은 높은 단계의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면 상당한 성장성을 나타낼 시장으로 꼽힌다.
소니는 전 세계에서 영화와 음악 배급, 게임 플랫폼 운영 등에 큰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을 두고 있다.
차량에 탑재된 대형 디스플레이와 고성능 음향설비도 아필라를 엔터테인먼트에 특화한 전기차로 돋보이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소니가 장기간 일본 최대 전자업체로 자리잡아 디스플레이와 음향기기 등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아필라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은 과거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구글 진영 사이 벌어졌던 운영체제 및 앱 플랫폼 경쟁을 재현할 만한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인포테인먼트의 주도권을 선점하는 기업이 향후 콘텐츠 판매와 구독형 서비스 등으로 강력한 수익 기반을 마련할 수 있고 자율주행 전기차의 차별화 요소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에 성과를 낸 기업은 애플이 아이폰 운영체제와 앱스토어 경쟁력으로 아이폰 및 주변기기, 자체 서비스를 모바일 시장의 최대 히트상품으로 자리잡도록 한 효과를 재현하게 될 공산이 크다.
▲ 소니와 혼다의 아필라 전기차 시제품 전시 사진. <소니혼다모빌리티> |
현재 시장에서 이러한 경쟁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기업은 애플과 테슬라로 꼽힌다. GM 등 기존 완성차 기업도 자체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구축해 성장 기반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애플은 이르면 2026년부터 자체 브랜드 전기차 ‘애플카’를 출시하고 여기서 활용되는 여러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직접 공급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계획을 추진한다.
아이폰의 성공 신화를 큰 성장성이 기대되는 자율주행차 시장에서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전기차 1위 기업인 테슬라는 이미 자체 인포테인먼트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장점을 인정받으며 다양한 콘텐츠와 구독형 서비스를 판매해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소니와 혼다 합작법인이 시장에 ‘다크호스’로 등장하며 차량 시제품과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애플은 자동차 제조 분야에 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안고 있으며 테슬라 역시 자체적으로 뚜렷한 콘텐츠 플랫폼이나 지식재산(IP)을 확보하지 않고 있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반면 소니와 혼다 합작법인은 이러한 분야에서 모두 장점을 갖추고 있어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모두 인정받기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잘롭닉은 “아필라는 운전자에게 단순히 차량 운전 경험만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소프트웨어가 완전히 새로운 사용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잘롭닉은 아필라 전기차가 아직 시제품에 불과한 만큼 2026년 정식 출시 때까지 많은 요소들이 바뀔 수 있다며 소비자들의 기다림을 충족할 만한 제품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혼다가 유명 자동차 브랜드로 높은 인지도를 갖추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에서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다는 점도 향후 아필라의 출시 뒤 실제 성능과 판매량에 변수로 꼽힌다.
아필라의 판매 예상 가격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소니가 고가 전기차 수요를 공략한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대중화를 노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