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2023-06-29 16: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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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언제부터 계정공유금지를 시작할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넷플릭스는 1분기 실적발표 때 2분기 안에 계정공유금지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원래는 1분기 때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시기를 미룬 건데요.
▲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언제부터 계정공유금지를 시작할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
2분기도 이제 이틀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넷플릭스는 현재 전 세계 100여 개 나라까지 확대한 계정공유금지를 한국에는 왜 도입하지 않고 있을까요?
29일 넷플릭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새로운 계정공유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새로운 계정공유를 시작하게 되면 고객들에게 미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넷플릭스는 ‘계정공유금지’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새로운 계정공유’라는 말을 사용하죠.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도 한국을 방문해 지난 22일 열린 넷플릭스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 계정공유금지가 언제 시행될지에 대한 질문에 현재로서는 알려줄 수 있는게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않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자 행사장에 있던 기자들이 탄식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언제부터 계정공유금지가 시작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일러야 8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넷플릭스 약관 때문인데요.
사실 한국에 적용되고 있는 넷플릭스 약관에는 지금도 ‘이용 중인 멤버십이 달리 허용하지 않는 한 회원의 가구 구성원이 아닌 개인과 공유해서는 안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계정공유금지 얘기가 나오면서 최근에 추가된 문구가 아닙니다. 원래부터 있던 문구였습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계정공유금지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이유는 넷플릭스가 서비스 초기 ‘비밀번호 공유는 사랑입니다’라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계정공유를 오히려 장려했기 때문이죠.
넷플릭스 약관에는 약관을 변경할 때 변경 사항이 적용되기 최소 30일 이전에 관련 내용을 회원에게 통지하도록 돼있습니다.
하지만 계정공유금지는 이미 있던 문구기 때문에 약관상으로 회원들에게 미리 통지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당장 내일부터 계정공유금지를 시작한다 해도 약관 위반은 아닌 것입니다.
하지만 계정공유금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큰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사전 통지도 없이 계정공유금지를 시작하는 무리수를 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회원들에게 중요한 변경 사항이 시행될 경우 보통 30일 이전에 통지합니다.
일러야 8월에나 계정공유금지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만약 시행 30일 이전에 통지가 이뤄진다면 말이죠.
이미 세계 100여 개 나라에서 시작한 계정공유금지 도입을 한국에서만 머뭇거리는 이유는 한국 시장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에서는 5월부터 계정공유금지를 시작했습니다.
넷플릭스는 1분기 실적발표 때 “일부 구독을 취소하는 가입자들이 발생하겠지만 단기적 영향일 것이다”며 “독립형 계정이 추가됨에 따라 수익 개선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말은 미국에서 계정공유금지를 시작하면서 증명됐습니다. 나흘간 하루 평균 가입자 수가 7만3천 명을 기록하며 이전 2달 동안 일평균 가입자 수보다 102%가 증가한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 상황만 놓고 한국도 계정공유금지를 시작하면 오히려 가입자가 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실제로 올해 2월 초 스페인에서 계정공유금지를 시작했을 때는 1분기에만 넷플릭스 사용자 100만 명이 감소했습니다. 이 가운데 3분의2가 다른 사람의 비밀번호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일단 미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점유율 1위는 넷플릭스가 아닙니다.
미국 스트리밍 전문 검색엔진인 저스트워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OTT 시장 점유율은 프라임비디오 21%, 넷플릭스 20%, 디즈니+ 15%, 맥스 14%를 기록했습니다. 1위~4위까지 점유율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사실 미국사람들은 넷플릭스로 ‘국내콘텐츠’를 보는 셈입니다. 미국에서는 “커피 한 잔 할래?”처럼 “넷플릭스 할래?”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만큼 미국사람들에게는 넷플릭스가 생활의 일부라는 뜻이겠죠.
▲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7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사진은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CEO가 6월2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우리나라에서는 넷플릭스가 압도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1월~5월 OTT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수는 넷플릭스가 1198만 명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습니다. 2위인 쿠팡플레이가 466만 명이니까 2위와 비교해 2.5배가 넘는 사용자 수를 기록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계정공유금지가 시작되면 넷플릭스 이용을 중단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 부분이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계정공유금지 도입을 머뭇거리는 가장 큰 이유로 보입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계정공유로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62.8%가 계정공유금지가 시작되면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추가 요금을 더 분담하고라도 계속 넷플릭스를 이용하겠다고 한 사람들은 7.7%였고, 계정을 새로 만들어 넷플릭스에 가입하겠다고 한 사람은 6.4%에 그쳤습니다.
넷플릭스는 한국콘텐츠 시장에 앞으로 4년 동안 3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상태입니다. 그만큼 넷플릭스 입장에서 한국 시장이 중요해졌다는 얘기죠. 이것은 테드 서랜도스 CEO가 7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고는 하지만 오징어 게임을 제외하면 한국콘텐츠 소비가 가장 활발한 것은 결국 한국 시장입니다.
한국에서 일단 큰 인기를 얻어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도 바라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넷플릭스는 한국콘텐츠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시장 가입자 이탈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시행 시기를 계속 미루며 고민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한국에서만 계정공유금지를 도입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시기가 문제일 뿐 언젠가는 도입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