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3-06-05 15: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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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요기요가 수익성 악화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
쿠팡이츠가 촉발한 배달 앱(애플리케이션) 시장의 할인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요기요도 배달비를 무제한 할인해주는 구독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이것이 회사의 손익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에게 요기요의 수익성 악화는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에게도 요기요의 수익성 악화는 부담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허 부회장은 퀵커머스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요기요에 3천억 원을 투자했는데 자칫하다가는 투자 손실까지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5일 배달 앱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가 시장의 판도를 흔들기 위해 시작한 할인 프로모션이 업계 전반에 퍼지면서 요기요의 영업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배달 앱 시장은 모처럼 만에 할인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쿠팡이츠가 4월 초 쿠팡의 유료멤버십인 와우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모든 주문 금액의 5~10%를 할인해주는 정책을 실시하면서부터다.
배달의민족은 5월22일부터 모든 메뉴에 적용되는 10% 할인 쿠폰을 발행하기 시작했고 요기요는 이보다 앞선 5월17일부터 1만7천 원 이상 주문시 배달요금을 무료로 해주는 구독서비스 ‘요기패스X’ 판매를 시작했다.
배달비가 급등하면서 배달 앱 자체를 쓰지 않으려는 소비자들이 많아지자 배달 앱 3사가 공격적 정책으로 소비자 모시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쿠팡이츠가 와우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상시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배달 앱 3사의 할인 전쟁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호응이 적지 않은 만큼 배달 앱 업계 1·2위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도 쿠팡이츠의 정책에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업체가 할인 정책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를 놓고는 전망이 갈린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지난해 4천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기 때문에 한동안 주문 할인 프로모션을 이어갈 힘이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이츠는 쿠팡이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을 무기로 앞세워 당분간 공격적 마케팅을 지속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요기요는 이들과 상황이 다르다는 데 배달 앱 업계의 시각이 일치한다. 흑자를 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자금을 대줄 수 있는 든든한 모회사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요기요의 구독서비스는 사업 구조상 지속적으로 회사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정책으로 여겨진다. 월 9900원을 내면 배달비를 무제한 무료로 제공하는 정책은 그 속성상 1인당 주문 2~3건이 넘어가면 무조건 요기요의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기요는 요기패스X에 가입한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배달비 무료 혜택을 회사에서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배달 앱 3사의 할인 경쟁이 지속되면 요기요의 실적이 악화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부정적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요기요의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한다면 GS리테일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요기요를 운영하는 주체는 ‘컴바인드딜리버리플랫폼인베스트먼트(CDPI)’라는 곳이다. GS리테일이 2021년 7월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요기요를 운영하는 위대한상상(옛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다.
GS리테일은 CDPI의 지분 30%를 들고 있고 나머지 지분 70%는 컴바인드푸드딜리버리리미티드, 세븐플랫폼파이브리미티드가 반씩 나눠 보유하고 있다.
GS리테일이 요기요를 인수하는 데 나선 것은 허연수 부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허 부회장은 2021년경 시장에 매물로 나온 요기요가 GS리테일의 사업과 시너지를 낼 부분이 많다고 판단해 총 3천억 원을 베팅해 요기요를 품에 안았다. 요기요가 강점을 가진 배달 서비스를 GS리테일의 편의점과 기업형슈퍼마켓(SSM)에 결합하면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허 부회장이 기대했던 요기요와 GS리테일의 시너지는 일정 부분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와 기업형슈퍼마켓 GS더프레시는 현재 요기요 플랫폼에 ‘요편의점’ ‘요마트’라는 형태로 입점해 있다. 이를 통해 GS리테일이 얻는 수익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GS리테일 측의 설명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요기요가 배달 앱 시장에서 30% 안팎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 플랫폼을 통해 GS리테일의 수익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라며 “요기요의 지분을 들고 있기 때문에 다른 편의점업계가 쉽게 도전하지 못하고 있는 퀵커머스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기요 자체만 보면 본업인 배달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 요기요가 5월17일 출시한 배달비 무료 구독서비스는 비즈니스모델의 특성 상 요기요의 수익성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CDPI가 4월 처음으로 공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CDPI는 지난해 매출 2640억 원, 영업손실 1116억 원을 냈다. 배달 앱 시장 1위인 배달의민족이 영업이익 4241억 원을 내며 3년 만의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과 대비되는 성적표다.
CDPI의 적자는 실제로 GS리테일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GS리테일은 요기요를 인수했던 첫 해만 해도 CDPI의 장부가액을 2973억 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CDPI의 장부가액은 2778억 원이다. 약 1년 반 만에 장부가액이 200억 원 줄어든 셈이다.
요기요가 할인 정책을 펼치다 수익성이 더 뒷걸음질한다면 GS리테일이 CDPI의 기업가치를 더 낮춰잡아야 하는 상황과 마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허 부회장이 GS리테일을 통해 요기요를 완전히 인수하는 그림까지 그려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요기요의 실적 악화는 더욱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GS리테일은 사업보고서에 CDPI 지분 보유와 관련해 “GS리테일은 일정 기간 투자자들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GS리테일이 보유한 CDPI 지분 30%의 전부나 일부를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다”며 “동시에 우선매수권과 동반매도참여권, 동반매도요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해놨다.
허 부회장이 GS리테일을 통해 요기요 지분 전부를 사들일 수 있도록 옵션계약을 맺었다는 것은 그만큼 요기요의 성장성을 크게 보고 투자했다는 뜻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배달 앱의 고객 유입이 확대되면 GS리테일에게도 긍정적 효과가 적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