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과 LG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사진은 삼성전자 자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이동형 양팔로봇 'RB-Y1'. <레인보우로보틱스>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그룹과 LG그룹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투자 확대와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휴머노이드는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글로벌 인재와 기술 확보가 치열한 가운데 국내 기업은 이제 걸음마를 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이나 LG는 자체 기술 개발 외에도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전략적 투자를 더 공격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전자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최근 휴머노이드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미래로봇추진단은 지난 5일부터 구성원 대상 잡포스팅(사내 직무전환)을 시행하며 휴머노이드 사업 확대를 위한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미래로봇추진단은 2024년 말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신설된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AI 기반 보행·전신 제어, 로봇 조작 기술, 기구 설계 등을 연구·개발할 인력을 모집한다.
최근 디바이스경험(DX)부문에 신설된 ‘이노X 랩’과 미래로봇추진단의 협업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노X 랩은 피지컬 AI 기술을 통한 제조 자동화, 휴머노이드 로봇 핵심기술 개발 등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실행형 조직이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도 삼성전자의 휴머노이드 경쟁 참전으로 로봇 트렌드의 궤를 같이하게 됐다”며 “가격과 성능 수준을 고려한 완전 상용화까지는 10여 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전자는 현재 지분 7.4%를 보유한 국내 로봇기업 ‘로보티즈’를 통해 휴머노이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로보티즈는 AI가 탑재된 휴머노이드 로봇 ‘AI 워커’를 챗GPT로 유명한 오픈AI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워커는 피지컬 인공지능(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올해 4월 처음 공개됐다. 현재는 고정형 로봇이지만 올해 하반기 이동형 버전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보티즈는 이미 LG전자에 연구용 ‘AI 워커’를 납품했으며 올해 100대, 2026년 200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잡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인 애지봇(AGIBot)에 전략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애지봇은 올해 2월 자전거를 타는 휴머노이드 로봇 ‘링시 X2’를 공개해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으로, 이번 투자는 휴머노이드 기술 협력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 로보티즈의 작업형 휴머노이드 로봇 'AI 워커'. <로보티즈> |
삼성과 LG는 휴머노이드 로봇 부품 시장에서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LG이노텍은 현대자동차그룹 로봇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카메라 모듈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부품 공급망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옵티머스에 들어갈 AI6 인공지능 반도체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휴머노이드가 삼성과 LG의 새로운 미래 사업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과 유사한 외형과 동작을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와 공간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 자동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물류 산업에서 단일작업용 휴머노이드 실험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는 2024년 32억8천만 달러(약 4조6천억 원)에서 2032년 660억 달러(약 92조5천억 원)로 연평균 45.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아직 휴머노이드 기술력에서 미국이나 중국 기업에 비해 상당히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모델을 공개한 세계 기업 66곳 가운데 중국 기업은 40곳으로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은 2024년 이동형 양팔형 로봇 ‘RB-Y1’를 출시한 레인보우로보틱스 한 곳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삼성과 LG는 앞으로 해외 로봇 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나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을 확보하며, 선두기업과 격차를 좁히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수 iM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레인보우로보틱스 외에 추가적으로 휴머노이드 관련 핵심 업체를 인수하는 이벤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레인보우로보틱스도 현재 협동로봇보다 휴머노이드 사업에 집중하며, 양산을 염두에 둔 새로운 휴머노이드 제품을 빠른 시일 내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