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3-05-24 14: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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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 3차 발사 이후 관련주 주가는 어떻게 움직일까?
2021년 10월 1차와 2022년 6월 2차 발사 때는 누리호가 우주로 향한 다음날 주요 관련주 주가는 시장지수보다 더 많이 내리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 누리호가 3차 발사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조립동에서 발사대로 옮겨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하지만 중장기적으론 누리호 수혜주로 꼽히는 종목 대부분이 시장 지수를 크게 뛰어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누리호 2차 발사 체계종합 책임을 맡았던 한국항공우주(KAI) 주가는 누리호 2차 발사 성공 다음날인 2022년 6월22일 3.92% 내렸다.
한국항공우주뿐 아니라 코스피에서 누리호 관련주로 꼽힌 한화에어로스페이스(-9.48%), 한화시스템(-8.04%), 한화(-6.15%) 등 한화그룹주, 현대로템(-4.94%), LIG넥스원(-6.55%) 등의 주가도 크게 부진했다.
코스닥 종목은 더 많이 빠졌다.
코스닥에서 우주항공주로 분류돼 누리호 수혜주로 꼽힌 제노코(-15.38%), 쎄트렉아이(-13.85%),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12.45%) 등의 주가는 10% 이상 내렸다.
당시 국내증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전환에 따른 글로벌 경기 전반의 불확실성으로 코스피와 코스닥도 각각 2.74%와 4.03% 하락했다.
누리호 관련주 주가가 2차 발사 성공 쾌거에도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보다 더 많이 빠진 셈인데 재료 소멸에 따른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지면서 하락폭이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누리호 관련 종목 주가가 시장 지수보다 더 많이 빠진 것은 1차 발사 때도 마찬가지다.
누리호 1차 발사 다음날인 2021년 10월22일 한국항공우주(-4.68%)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4.46%) 주가는 4% 이상 하락했다.
LIG넥스원(-1.58%)과 한화시스템(-1.19%), 한화(-0.88%) 등의 주가도 코스피보다 많이 내렸다. 당시 코스피는 0.04% 하락하는 데 그쳤다.
코스닥에서도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7.42%)와 쎄트렉아이(-6.17%), 제노코(-4.15%) 등 주요 우주항공주 주가가 코스닥 지수 움직임과 달리 급락했다. 당시 코스닥은 0.14%(1.37포인트) 상승한 995.07에 장을 마쳤다.
누리호 1차 발사는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지 못했으나 해외 기술의 도움을 받지 않고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발사체를 우주로 안정적으로 보내는 데 처음 성공하면서 미완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누리호 관련주는 1차와 2차 때 모두 발사 다음날 주가는 시장보다 부진했으나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뛰어넘는 수익률을 보였다.
2차 발사 다음날인 2022년 6월22일과 2023년 5월23일 주가를 비교해보면 약 11개월 사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137% 상승했다.
현대로템(64.42%)과 한화(22.92%), LIG넥스원(14.31%), 한화시스템(10.11%) 등도 코스피를 웃도는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9.55% 올랐다.
이 기간 코스닥시장에서도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59.43%), 인텔리안테크(35.64%) 등이 코스닥 상승률 15.02%를 훌쩍 넘어섰다. 쎄트렉아이(11.11%)와 제노코(6.59%)도 코스닥 지수 추세와 비교하면 부진했으나 역시 상승세를 보였다.
1차 발사와 2차 발사 사이에도 주요 우주항공주 주가는 상승세를 나타났다.
2021년 10월22일(1차 발사 다음날)부터 2022년 6월21일(2차 발사 당일)까지 한국항공우주 주가는 69.62% 상승했다. LIG넥스원(60.00%), 한화에어로스페이스(9.77%) 등도 크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3006.16에서 2408.93으로 20% 가량 빠졌다.
한화그룹 계열사는 물론 한국항공우주, LIG넥스원 등은 국내 주요 우주항공주인 동시에 국내 대표 방산주로도 평가된다. 국내 방산주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폴란드 등으로 신규 수출 계약을 다수 맺었는데 이 덕도 크게 봤다.
▲ 누리호가 3차 발사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서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부는 누리호와 관련해 2027년 6차 발사까지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도 누리호 관련주 주가가 발사 직후 단기적으로 흔들릴 수 있으나 1차, 2차 발사 때를 비춰볼 때 큰틀에서 국내 우주산업의 전반적 성장 기대감이 반영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우주산업은 국내증시 주요 테마 가운데 하나로 증권업계에서도 성장성을 밝게 보고 있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리포트에서 “우주항공과 방위산업은 첨단기술과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고 국방력과도 직결되는 만큼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한 시기에 큰 폭으로 성장하는 경향이 있다”며 “신냉전시대는 우주항공 관련주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새로운 우주시대를 맞아 단기간 저비용 개발이 가능한 저궤도초소형위성을 바탕으로 우주산업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초소형 위성체계사업 본격화 등이 수요 확대로 이어지며 우주산업 성장을 이끌 것이다”고 내다봤다.
누리호 3차 발사에는 1차, 2차 때와 달리 모형이 아닌 실제 소형위성이 처음으로 실린다.
누리호는 애초 이날 오후 6시24분 우주를 향할 계획이었으나 발사를 몇 시간 앞두고 기술적 문제가 발생해 이날 발사가 취소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발사 준비 과정 중 저온 헬륨공급밸브 제어 과정에서 발사제어 컴퓨터와 발사대 설비제어 컴퓨터간 통신 이상이 발생해 부득이하게 발사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이날 오후 4시10분 나로우주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내일 발사가 가능한지 여부는 시스템 문제 원인 파악 및 해결 여부에 따라 달려 있다”며 “(내일) 발사 가능 여부를 발사관리위원회를 열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