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음악 공연장 '서울아레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카카오가 백현마이스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새로운 사옥 확보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가 총 사업비 2조7천억 원 규모의 백현마이스사업에 뛰어든다.
카카오는 전체 사업비 3천억 원가량이 필요한 대중음악 공연장 '서울아레나'의 착공을 고금리를 이유로 연기했는데 규모가 더 큰 사업에 참여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카카오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22일 시작되는 백현마이스 도시개발사업의 민간참여자 모집에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는 앞서 2월27일 마감된 백현마이스 사업참여확약서 접수기간에 확약서를 제출했다.
백현마이스사업은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번지 일원 20만6350m² 규모 부지에 '4차산업 기반 글로벌 시티'를 지원하는 전시·회의·관광 등 마이스(MICE)산업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2025년 착공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3월16~17일 시행된 추가접수까지 포함하면 모두 80개의 기업이 확약서를 제출했는데 대부분이 시공을 책임질 건설사나 자금을 조달할 증권·자산운용사다. 확약서 제출기업 목록에서 카카오가 눈에 띄는 이유다.
백현마이스 사업의 토지이용계획을 보면 카카오가 눈독을 들이는 부분은 3만3555m²규모의 업무시설로 보인다. 완공 후 성남시에 기부채납해야 되는 전시컨벤션 용지나 10년 임대 공동주택 420세대 이상을 건설해야 하는 복합업무시설은 카카오에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이지스자산운용과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백현마이스사업을 통해 새로운 사옥의 확보를 노리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카카오는 2019년 성남시가 판교역 인근의 구청사 부지를 매각할 때도 관심을 보였지만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부지는 엔씨소프트가 8377억 원에 매입했다.
현재 카카오의 공식적인 본사는 제주도에 있지만 대부분의 인력은 판교에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카카오는 2022년 7월 판교역 바로 옆 건물을 10년 임차해 ‘카카오 판교아지트’라는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에는 카카오와 카카오페이가 입주했다.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판교아지트와 마주보고 있는 알파돔타워를 임차했고 카카오뱅크는 역시 판교역과 붙어있는 테크원타워에 들어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직원들은 사업 분야에 따라 서울 종로, 마포, 판교 등 여러 사무실로 나뉘어져 일하고 있다.
카카오가 백현마이스사업의 민간참여자로 확정되면 업무시설을 카카오의 사옥으로 삼을 수 있게 된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여러 곳으로 분산된 계열사를 한 곳에 모아 업무효율성을 높이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사업확약서를 제출한 기업 대부분이 건설·금융과 관련됐고 일반기업은 카카오 외에 거의 없는 부분도 카카오가 민간참여자로 선정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다만 카카오가 금리인상 여파로 서울아레나 착공도 연기한 상황에서 또다른 대규모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서울시는 도봉구 창동에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을 조성하기 위해 서울아레나 복합문화시설 건립사업을 2015년부터 추진해 2019년 카카오가 97%의 지분을 보유한 특수목적법인 ‘서울아레나’를 시행사로 선정했다.
카카오는 서울아레나 건립사업으로 대형 공연장과 중형 공연장, 영화관, 판매·업무시설 등을 조성한 뒤 30년 동안 운영과 유지·관리를 담당한다. 시공사로는 한화건설이 유력하다.
지난해 4월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이사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아레나 건설사업의 실시협약을 체결하며 사업시행자로 선정됐다. 서울아레나 건설사업은 올해 6월 착공을 목표로 추진돼왔다.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기업은 1년 안에 자금조달과 시공방안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해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그러나 카카오는 지난 2월 금리인상으로 금융비용이 오르고 인건비, 자재비 인상으로 공사비가 증가했다며 서울시에 사업 실시계획 승인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고 서울시는 올해 10월까지 실시계획 승인기간을 연장해줬다.
카카오는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3월30일 서울아레나 법인에 360억 원을 추가로 출자했고 올해 11월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백현마이스사업의 총 사업비는 약 2조7천억 원으로 잡혀있다. 카카오가 민간참여자로 선정돼도 지분 구조에 따라 일부 금액만 부담하겠지만 이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서울아레나 건립사업에서도 비용 때문에 착공을 연기했던 점은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카카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크게 감소한 데다 올해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헬스케어 등에 대한 투자로 신사업 부문에서는 3천억 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카카오가 지난해 말 시점에 보유하고 있는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2487억 원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민간참여자 신청서 접수가 시작되는 5월22일 전까지는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