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키움증권이 올해 1분기 분기 기준 사상 최대실적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여파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어서다.
▲ 키움증권이 1분기에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SG증권발 주가폭락사태로 향후 실적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
10일 증권사 투자리포트를 종합하면 키움증권 목표주가를 하향하며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키움증권은 1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3889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2.4% 늘었다. 순이익도 2924억 원으로 107.2% 증가했다.
당초 시장 예상치를 영업이익이 62%, 순이익이 46%를 각각 웃돌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현재까지 1분기 실적을 공시한 증권사 가운데 영업이익, 순이익 기준으로 모두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키움증권 자체 성과로도 분기기준 사상최대 실적을 썼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별도기준 증권 운용손익이 1438억 원으로 지난해(-357억 원) 대비 크게 개선됐다.
여기에 주식수수료 수익(1094억 원)이 거래대금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1169억 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으며, 이자손익도 성장했다. IB(기업금융) 부문은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수익이 줄면서 부진했다.
1분기 증시 회복구간에서 키움증권의 ‘깜짝실적’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수익구조에서 부동산PF 비중이 적고, 위탁매매에서의 경쟁력을 통해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같은 호실적에도 증권가에서 키움증권을 보는 눈은 싸늘하다. 최근 SG증권발 주가폭락사태의 여파가 쉽게 걷히지 않으면서 키움증권 2분기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실적발표 이후 신한투자증권이 키움증권의 목표주가를 13만5천 원에서 12만 원으로 내려 잡았고, 삼성증권도 13만7천 원에서 12만5천 원으로 하향했다.
이날 ‘깜짝 실적’에 최대 3% 가까이 올랐던 주가도 점차 상승폭을 줄이더니 장 후반 하락 전환해 장을 마쳤다. 최근 1분기 실적시즌을 맞아 실적에 따른 개별종목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CFD 사태와 최근 주식시장 거래대금 감소를 근거로 증권업종 상승 모멘텀이 부재한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서는 CFD사태의 여파를 걷어내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될 것으로 파악된다.
▲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CFD사태의 여파를 걷어내는 일이 시급하다. |
금융감독원이 양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3월말 기준 CFD 거래잔액은 5576억 원으로 국내증권사 가운데 교보증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에 따른 미수채권 발생과 충당금 설정 등이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키움증권을 둘러싸고 잡음이 계속해서 일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키움증권 CFD거래와
김익래 회장에 대해 금융당국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룹사 김 회장이 사퇴를 결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를 둘러싼 여론 악화, 연내 목표로 제시했던 초대형IB(투자은행) 인가 지연 가능성, 키움증권 대상 집단소송 움직임 등 악재가 겹치면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키움증권은 기업차원에서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꺼지지 않고 있다. 진실을 가리기 위한 수사, 소송 등이 연이어 예고된 만큼 명확한 결과가 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황현순 대표의 경영행보에 따라 CFD여파가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마무리된다면 이번 실적에서 확인한 키움증권의 강점이 연이어 발휘될 가능성도 있다.
임희연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부동산 PF 관련 익스포져가 제한적인 만큼 추후 부동산 경기 둔화 심화에도 상대적으로 유동성과 신용 리스크에서는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