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3-05-10 12: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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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잦은 설화로 당 윤리위원회 징계에 회부됐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최고위원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태영호 의원의 최고위원 자진사퇴로 당 지도부가 부담을 덜었다. 이에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서 내려질 태영호 최고위원의 징계수위가 낮아져 총선에 도전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5월10일 최고위원직에서 자진사퇴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이해 저는 더이상 당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4·3 김일성 지시’ 발언을 비롯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불거진 더불어민주당을 “쓰레기(Junk)·돈(Money)·성(Sex) 민주당”이라고 비난하는 SNS글 게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당무 개입' 의혹을 일으킨 녹취록 유출 파문 등 3가지 이유로 윤리위원회 징계에 회부된 바 있다.
태 의원은 “제 부족함으로 최근 여러 논란을 만들어 국민과 당원들, 당과 윤석열 정부에 큰 누를 끼쳤다”며 “저의 논란으로 당과 대통령실에 누가 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백의종군하며 계속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며 “제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만을 생각하며 앞으로 뚜벅뚜벅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태 의원은 사퇴발표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자진 사퇴를 두고 당 지도부와 용산 대통령실 등과 소통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 최종 결심을 두고 당 지도부와 용산과 상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저를 지지해주고 지난 전당대회 때 버스를 타고 전국을 함께 다닌 분들과 거취를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태 의원은 9일 최고위원 사퇴를 사실상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태 의원이 9일 저녁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의 단체대화방에서 나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는 “어제 저녁에 정말 고민이 많았다”며 “제 개인의 일탈 때문에 다른 최고위원들의 불만이 큰 것 같아서 저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도 마음의 부담을 더는 드려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는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의 페이스북 발언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 오찬 행사(10일)에 최고위원들이 초청받지 못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 취임 1주년 행사에 최고위원들이 배제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문제가 되는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태영호 의원이 이날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당 지도부는 부담을 덜게 됐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의하면 탈당 권유 또는 제명에 따른 최고위원 부재 때에는 30일 이내에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후임을 선출할 수 있다. 반면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으면 궐위가 아닌 직무 정지에 해당해 자진사퇴를 하지 않는 한 공석이 유지된다.
태영호와 김재원 두 최고위원이 당원권 정지의 징계를 받고도 자진사퇴를 하지 않으면 사실상 국민의힘 지도부 공백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지난 8일 윤리위원회가 두 최고위원 징계를 미룬 것을 두고 국민의힘 당 지도부가 두 최고위원에게 사실상 자진사퇴 기회를 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황정근 윤리위원장 또한 8일 윤리위원회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자진사퇴가 양형 사유에 반영되겠나’라는 질문에 “정치적 해법이 등장한다면 거기에 따른 징계 수위는 여러분이 예상하는 바와 같을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태 최고위원이 당 지도부의 의중을 따른 만큼 징계 수위가 당원권 1년 정지보다는 경감된 당원권 6개월 정지 정도로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태 의원에게 최소한 내년 4월 열리는 총선에 출마할 수 있는 기회 정도는 부여한다는 것이다.
다만 태 의원이 총선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천을 받더라도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여당 텃밭이자 현 지역구인 강남 대신 험지 출마를 요청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아직 거취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태 의원이 자진 사퇴를 결심한 만큼 김 최고위원의 부담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 8일 매듭짓지 못한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