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라면과 만두, 소스 등 국내 식품업계가 글로벌 진출에 방점을 찍고 '한식의 맛'을 알리는 데 몰두하고 있다.
식품기업들이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과 맞물려 내수 시장에 한계를 느끼면서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 식품업계가 글로벌 진출에 사활을 거는 가운데 K 제품을 맛보도록 하는 데 각 사 강점을 활용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삼양식품은 해외 유튜버 소개로 소비자들이 먼저 찾으며 매출 성장을 거듭해왔다. |
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업계는 글로벌 소비자가 한번이라도 K 제품을 맛보도록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업계는 국내 대형마트에서처럼 시식 행사도 열지만 K 팝·드라마 등 K 컬처·콘텐츠 등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스포츠 행사 등 각 사별 강점과 노하우를 한껏 살리고 있다.
특히 글로벌 K 푸드를 대표하는 삼양식품은 해외 시장 진출과 성공, 글로벌 소비자 시식 과정 통틀어 라면업계에서 이례적 사례로 꼽힌다.
현재 삼양식품 글로벌 시장은 성장세다. 해외 매출 비중은 작년 기준 67% 정도다. 한화투자증권은 이 비중이 2024년이면 70.3%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삼양식품 해외 매출을 견인한 제품은 불닭볶음면인데 지난해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이 80%대를 보였다. 하지만 애초에 '불닭볶음면'의 맛을 글로벌 소비자에 처음 알리려고 나선 곳은 삼양식품이 아니었다.
2015년 '영국 남자' 유튜버 '조쉬'가 유튜브 채널에 불닭볶음면을 극강의 매운 맛 한국 라면으로 소개하면서 글로벌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후 2016년 말, 2017년부터 수출이 지속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볶음면은 해외 소비자들이 먼저 찾고 구입하며 매출이 성장한 경우다. 초반엔 수요 맞춰 생산하고 내보내는 데 정신이 없었을 정도"라며 "이 때문에 삼양식품이 글로벌 마케팅 행사를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라고 전했다.
삼양식품은 K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왔다. 지난해 BTS LA 콘서트 당시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기도 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우리 식문화를 함께 알리자는 취지로 스폰서 등 K 콘텐츠·컬처와 마케팅을 많이 하려고 한다"고 했다.
동종업계 농심은 미국 등 글로벌 소비자가 신라면·짜파게티뿐 아니라 현지화한 신제품을 맛보도록 할 때 통상 국내에서와 엇비슷한 방법을 썼다. 길거리 시식 매장 내 시식 이벤트에 집중한 것이다.
오뚜기는 현지화한 제품 '보들보들 치즈 라면'을 대만과 필리핀,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 판매할 때 제품 설명회을 열고 현지 박람회에 참가하는 것은 물론 유통 바이어·에이전시 테스트 시식 등을 진행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매콤한 라면 국물에 치즈 분말 스프를 뿌려 즐기는 라면"이라며 "특히 러시아 시장은 치즈 가공 식품 니즈가 있지만 현지 시장 내 치즈를 접목한 제품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보들보들 치즈 라면 판촉 활동을 펼쳤다"고 강조했다.
작년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농심 36%가량, 오뚜기 10%선이다.
농심과 오뚜기도 글로벌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K 콘텐츠를 최대한 활용했다. 농심은 K 팝 관련 행사에 참여해 인지도를 높이면서 버스·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광고를 활용했다. 오뚜기는 치즈 라면의 쫄깃한 면발을 형상화한 댄스를 만들며 인지도를 확보해왔다.
소스 기업 대상도 해외에서 대형마트 시식 행사, 오프라인 행사를 열면서 소비자들이 직접 먹어보도록 유도했다. 특히 종가 김치 경우 현지 요리학교 요리 대회(2022년 프랑스 김치 요리 대회)를 후원하며 소비자들이 먹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샘표는 내수 중심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10% 정도이긴 하지만 고추장 등 K 소스 글로벌화를 염두에 두고 교두보격으로 2018년부터 뉴욕 맨해튼에 시식 및 체험 공간으로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아직 뉴욕 한 곳이긴하지만 콩 발효 순식물성 요리 에센스 연두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어볼 수 있는 공간으로 비건 트렌드와 맞물려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 CJ제일제당이 미국 '비비고 신화'를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더 CJ컵', 'K콘' 등을 적극 활용해 시식 기회 등을 늘리는 등 강점을 살려 노력한 결과다. |
미국 '비비고 신화'를 이뤄낸 CJ제일제당은 스포츠 문화 플랫폼 PGA 투어 '더 CJ컵(2017년~)', 'K콘(KCON)' 등을 활용해왔다. CJ제일제당은 이들 행사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가상·중간 광고를 통해 '비비고'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노출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기존 CJ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해 대중적인 스포츠, 문화 연계 시식 기회를 늘리면서 현지 선수들 포함, 소비자들이 많이 접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부분 만두 위주이긴 하지만 대형마트 시식 행사도 병행해왔다"고 했다.
이런 노력은 작년 해외 매출만 5조 원을 넘어서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중 미국 매출만 4조356억 원으로 비중 80%를 차지했다. 미국 매출 상승을 주도한 품목은 만두(작년 점유율 41.4%)다. 2021년 처음 일본 아지노모토를 제끼고 만두 품목 1위로 올라섰다.
CJ제일제당은 "재작년부터 한식 고유 속성을 보유하면서 글로벌 대형화가 가능한 '글로벌 전략 제품(GSP)' 7종을 선정, K 푸드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뿐 아니라 중국·일본·베트남·유럽 등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해나간다"고 했다.
이어 "이와 동시에 K 컬처 등과 연계해 스포츠와 문화 등 보유 플랫폼을 기반으로 현지 시식 기회를 늘리며 한식의 맛을 소비자들이 많이 접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