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모함메드 Y.알 카타니 사우디 아람코 수석부사장, 김두겸 울산시장,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CEO, 윤석열 대통령, 아민 H.나세르 사우디 아람코 사장&CEO, 손경익 에쓰오일 노동조합위원장, 이재훈 에쓰오일 이사회 의장이 2023년 3월9일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에쓰오일> |
[비즈니스포스트] 에쓰오일이 국내 석유화학 단일 프로젝트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9조3천억 원가량을 투자하는 석유화학설비 건설사업 ‘샤힌(shaheen)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환경계는 향후 샤힌 프로젝트에서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뿐 아니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반면, 정부와 산업계는 샤힌 프로젝트를 통한 경제적 효과를 부각하고 있다.
세계적 탄소중립(넷제로·Net Zero) 기조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샤힌 프로젝트의 완공 시점은 2026년으로 3년가량 남아 있어 이 프로젝트로 유발되는 영향이 정확히 파악되기 전까지 논쟁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환경계에 따르면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를 놓고 다양한 비판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비판의 선두에 선 곳은 녹색전환연구소다. 이 연구소의 이유진 부소장은 샤힌 프로젝트에서 최소 연간 300만 톤 이상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에쓰오일에 따르면 샤힌 프로젝트는 에틸렌 생산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 연산 180만 톤 규모다.
이에 녹색전환연구소는 샤힌 프로젝트가 최소 30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정했다. 에틸렌 생산업체인 대한유화가 연간 90만 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면서 연간 170만 톤 내외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이 부소장은 연구소 칼럼을 통해 “에쓰오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1년 1003만 톤으로 지속해서 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샤힌 프로젝트로 생산설비가 늘어나게 되면 온실가스 배출은 폭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에쓰오일의 기존 석유화학시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로 추측하면 샤힌 프로젝트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 규모는 800만 톤에 이를 수도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에쓰오일의 중질유분해시설 및 올레핀하류시설(RUC/ODC)이 연간 75만 톤을 생산하면서 연 평균 206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데에 근거한 것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석유화학제품 기준으로 연간 최대 320만 톤 즉 RUC/ODC 설비의 4배를 생산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샤힌 프로젝트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관련해선 최소 300만 톤설에서 최대 2천만 톤설까지 다양한 추산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21일 발표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기본계획)’이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존보다 810만 톤 줄인 것이 샤힌 프로젝트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이 부소장은 “기본계획에서 산업 부문 감축량이 줄어든 것은 샤힌 프로젝트 등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난 것 때문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 부문에서 800만 톤이 넘는 감축 부담을 줄여줬다면 샤힌 프로젝트를 포함한 산업 부문의 구체적 배출 전망치와 세부 감축 대책 등 합당한 정보공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만약 이번 산업 부문의 감축목표 축소에 최근 산업계에서 신규로 추진한 다수의 대규모 석유화학 생산설비 건설 추진이 반영됐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산업계에서는 신규 석유화학 설비를 ‘알박기’ 식으로 집어넣고 차후에 정부에 감축목표 수정을 요구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온실가스 배출 측면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세계적 기후대응 등으로 석유화학 업계 전망이 중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감축목표마저 수정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산업계에서는 '성장을 위한 투자'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설비 투자 등과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은 상충할 수밖에 없는 가치이며 환경적 가치뿐 아니라 경제적 가치도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이시형 대한상의 탄소중립실 과장(이학 박사)은 “기업들의 투자와 그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문제는 환경이라는 가치, 경제성장이라는 가치, 일자리라는 가치 등 다양한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는 중간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이 완전히 갖춰지기 전까지 경제적 가치도 고려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샤힌 프로젝트를 통한 산업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월9일 울산 에쓰오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에 참석해 “샤힌 프로젝트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는 것은 물론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고 말했다.
울산시와 에쓰오일에 따르면 샤힌 프로젝트 건설 과정 동안 하루 최대 1만7천여 명의 일자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26년부터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된 뒤에는 400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와 함께 3조 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장은 “아직은 2050년이라는 먼 미래를 바라보고 진행되는 탄소중립 비전이기 때문에 현재 온실가스 감축계획의 구체적 수치에 집중하다 보면 자칫 규제로 이어져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저해할 수 있다”며 “5년 단위로 기본계획이 수정될 수 있는 만큼 점진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체적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에는 기존보다 화학 제품의 수율(양품 비율)을 70% 가량 높일 수 있는 TC2C 기술을 적용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2050년 넷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모든 사업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TC2C(Thermal Crued to Chemical)란 원유에서 직접 액화석유가스(LPG),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신기술이다.
그러나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에서 얼마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이고 이에 따른 구체적 대응 계획은 무엇인지 명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어 당분간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