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사장이 23일 KT 이사회에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KT 대표 선임이 다시 ‘안갯속’에 들어갔다.
▲ 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 사장이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직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윤 사장은 3월7일 KT 대표 최종 후보자로 선출되기 전부터 정치권으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아왔다. 앞선 2월23일 KT 대표이사 후보자군에서 자진 사퇴했던 구현모 사장과 같이 ‘그들만의 리그’를 통해 KT 내부적으로 내정된 인물이란 게 여권 주장의 요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3월2일 “구현모 대표는 자신의 ‘아바타’ 윤경림 후보를 세웠다는 소문이 무성한데 이는 내부 특정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윤 사장이 버텼으면 3월31일 주주총회에서 선임될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KT 최대주주(지분율 10.12%, 2022년 말 기준)인 국민연금공단과 KT 2대주주(지분율 7.79%)인 현대자동차그룹은 모두 윤 사장의 선임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물론 국내 최대 ESG경영자문기관인 한국ESG평가원도 윤 사장에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표 대결 양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KT 지분 44%를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윤 후보를 지지한다면 주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총을 통과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윤 사장은 대표이사에 선임된다고 해도 논란이 계속될 것을 걱정한 것으로 보인다.
KT는 통신산업 특성상 정부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고 스마트팩토리, 로봇, 인공지능 등 디지털 신사업에서는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KT 수장이 여당의 환영을 받지 못한 채 선임되면 경영 상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KT는 2002년 민영화됐지만 끊임없이 정치권 외풍에 휘둘렸고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CEO가 불명예 퇴진을 하는 일도 있었다.
◆ 김성태 김기열 등 여권 인사 다시 KT 차기 대표로 떠올라
3월31일 KT 주총은 예정대로 열리는 가운데 대표이사 선임의 건은 의안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분간 KT 대표이사가 공석이 된 가운데 대표 선출 절차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할 수밖에 없다.
현재 분위기에서는 KT 내부 인사보다는 여권에서 미는 외부 후보가 차기 KT 대표이사로 오르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 김기열 전 KTF 부사장(왼쪽)과 김성태 전 의원.
여당이 KT 차기 대표를 놓고 내부 인사인 구현모 사장에 이어 윤경림 사장까지 연이어 압박했던 것은 애초 정부가 원하던 그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차기 KT 대표에 지원했던 후보자 가운데 여권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은 권은희 전 의원, 김성태 전 의원, 김기열 전 KTF 부사장,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윤종록 전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김성태 전 의원과 김기열 전 KTF 부사장 등이 차기 KT 대표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성태 전 의원은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원장을 지낸 후 제20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된 인물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의정 활동을 했으며 지난 2021년 윤석열 국민캠프 미래전략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김 전 의원은 현재 대통령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등 KT 대표가 됐을 때 정부와 가장 합을 잘 맞출 인물로 꼽힌다.
다만 통신산업에 직접적으로 몸담은 경력이 없다는 점은 향후 논란이 될 여지가 다분하다.
김기열 전 KTF 사장은 KT 연수원장과 감사실장 등을 지냈고 KTF 부사장으로 사장대행까지 역임했던 인물이다. 2022년부터 KT 대표이사를 겨냥해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대표적인 친정권 인사로 분류돼 주목을 받았다.
김 전 부사장은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대통령의 중앙선거대책본부 산하 동서화합미래위원회 ICT희망운동본부를 이끄는 본부장을 맡았다.
김 전 부사장은 2022년 1월26일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며 "새로운 IT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윤석열 후보의 힘이 필요하다"며 “윤 후보와 함께 ICT산업 생태계 회복과 발전을 위해 혼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등 통신업계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가장 힘을 쓴 인물로 불린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