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건설·부동산 시장은 차갑게 식었지만 건설업을 둘러싼 현안들은 여전히 뜨겁다.
정부는 잇따라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다 건설업종에서 노정 대립은 어느때보다 격화했다. 이 와중에 건설사들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 둔촌주공 구하기 결과는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무순위청약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인기 평형인 59·84㎡는 완판이 됐고 소형인 29·39·49㎡ 899가구만 무순위청약이 이뤄진다. 전체 일반분양 4768가구 가운데 81.1%인 3869가구가 계약이 됐다는 의미다.
이번 무순위청약과 계약은 각각 8일과 20일 하루만 진행된다. 하루 만에 충분히 물량이 소진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뒷받침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둔촌주공 구하기 작전이 대성공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둔촌주공은 부동산시장 애물단지였다.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로 불렸던 사업이지만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미청구공사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건설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시공사업단이 어렵사리 자금을 조달해 지난해 말 분양을 진행했으나 특별분양과 일반분양 1순위 청약에서 3대 1 수준의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고 2순위 청약까지 포함해 전체 청약 경쟁률이 5.4대 1에 그쳤다. 초기 계약률은 60% 안팎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 사이 정부는 전매 제한기간을 8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2년 거주 의무와 12억 원 이상 중도금 대출 제한을 폐지하는 등 내용을 담은 1·3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둔촌주공이 규제 완화 최대 수혜지로 여겨져 ‘둔촌주공 맞춤형 대책’, ‘둔촌주공 구하기’라는 말이 나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대출보증을 통해 75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해 사업비 부담까지 덜어줬다.
그래도 분양을 완료하지 못한 소형 평수 무순위청약에는 2월28일부터 시행된 주택공급 규칙 개정안이 적용된다. 거주지역인 서울에 살지 않아도, 기존에 주택을 보유한 유주택자라도 무순위청약에 참여할 수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1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10년 만의 최고 수준인 7만5395가구에 이른다. 둔촌주공 무순위청약 결과는 정부의 규제완화 효과 여부와 함께 분양시장 회복 가능성을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건설사 유동성 확보 총력
대형건설사인 대우건설이 2월 브릿지론 440억 원을 자체 상환하고 시공권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부동산 PF를 향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정부와 금융권도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을 뒷받침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6일 열린 ‘회사채·단기 금융시장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점검회의를 열고 부동산 PF 연착륙에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부동산 PF를 아직 시스템 리스크로 보기는 어렵지만 향후 위험 요인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회사채와 CP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하고 PF-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매입해 유동성 불안을 완화한다. 정상 사업장에서 금리가 높은 브릿지론을 본PF로 원활히 전환하기 위한 보증도 공급한다.
KB금융그룹과 산업은행은 5천억 원 규모의 부채담보부증권(CDO)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자금은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등 주요건설사 수도권 사업장의 브릿지론을 만기 1년 대출로 전환하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롯데건설은 1월 메리츠증권과 1조5천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PF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이와 유사하게 태영건설은 최근 한국투자증권과 28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1월 티와이홀딩스로부터 4천억 원을 차입하고 2월 1천억 원 회사채를 사모 조달한 데 이어 자금 마련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태영건설을 비롯해 신세계건설, KCC건설 등은 2월28일 신용보증기금 지원을 통해 200억~300억 원 규모의 채권담보부증권(P-CBO)도 발행했다. 신세계건설은 공모 회사채 발행을 타진하다가 시장 심리가 악화하자 CP 조달로 선회한 모습이다.
자금 시장 경색은 중소건설사에 특히 악재다. 한신공영의 경우 2월21일 5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매수주문이 50억 원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HL디앤아이한라 역시 2월3일 5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40억 원만 응찰이 이뤄졌다. 이들은 금리를 9.0~9.5%로 높여 잡았지만 시장이 소화하지 못해 산업은행에 물량을 넘겼다.
다만 대형건설사들은 회사채 시장에서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GS건설은 2월22일 15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 2190억 원의 주문을 받아 증액에 나섰다. 금리산정 논란으로 증액이 취소됐지만 A급 건설사 회사채 수요가 견조하다는 증거로 여겨졌다.
앞서 2월20일 15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현대건설 역시 모두 3200억 원의 주문이 들어와 발행규모를 1700억 원으로 확대했다.
◆ 건설업종 노동계에 드리운 전운
윤석열 대통령이 건설업종 노조를 지칭해 ‘건폭’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건설노조와 정부의 대립이 더욱 격화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는 2월28일 종로·광화문 일대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를 향한 강력한 투쟁을 선언했다. 행사에는 경찰 추산 3만5천 명, 주최측 추산 4만5천 명이 모였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건설노조는 건설노동자들에게는 최소한 인간답게 살기 위한 마지막 보루인데 이런 건설노조를 깡패집단, 부패집단으로 매도하며 짓밟고 있다”며 “안전은 무시되고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저임금 장시간 노동 속에 일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건설현장 관행으로 자리잡은 월례비 근절부터 나섰다. 1일부터 월례비를 받거나 공사 방해, 태업을 한 타워크레인 조종사 면허를 1년까지 정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건설노조는 최근 광주고등법원에서 ‘월례비를 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점을 들면서 2일부터 주52시간 초과 작업과 안전 규정 위배 작업을 거부하는 준법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건설노조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며 건설사들과 제도 개선도 도모하고 있다.
19일
원희룡 장관과 주요 건설사 대표들이 만난 자리에서 노조 파업으로 공사가 지연됐을 때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경미한 안전관리규정 위반을 노조가 협박 도구로 사용하는 사례를 방지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원희룡 장관은 “현장을 마비시키는 낡은 근로감독 관행과 노조가 협박에 쓰는 준법 투쟁을 다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김디모데 정책&건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