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공기업계 및 정치권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이어지고 있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 수장 사퇴 압박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이날 국토교통부가 건의한 나희승 한국철도공사 사장의 해임안을 가결했다. 이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제청과 임면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거치면 나 사장에게 해임이 통보된다. 대통령의 재가까지는 통상 일주일이 소요된다.
나 사장이 해임되면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 사장 가운데 김현준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김진숙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 권형택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에 이어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나게되는 네 번째 인사가 된다.
나 사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해임되는 첫 번째 사례다. 김현준 전 사장과 김진숙 전 사장, 권형택 전 사장은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다만 형식은 자진사퇴라도 실질적으로 국토교통부의 압박 때문에 물러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현준 전 사장은 정권 교체에 따른 기관장 교체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일부 직원이 회사 출장지에서 골프를 치는 등 물의를 빚어 기강 해이 논란이 일자 사퇴했다.
김진숙 전 사장은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값 인하 놓고 국토부와 마찰 끝에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권형택 전 사장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특정 건설업체에 신용도를 대폭 상향하는 특혜를 줬다는 국토부의 감사 중간결과가 나온 지 4일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선 국토교통부 산하 대형 공기업 가운데 나희승 사장에 이어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다음 타깃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경욱 사장은 2021년 2월 임명돼 임기가 1년가량 남아 있으며 윤형중 사장의 임기는 2025년 2월까지다.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김경욱 사장과 윤형중 사장이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형중 사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했으며 원희룡 장관은 6월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혁신이 필요한 공공기관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공사를 특정하기도 했다.
다만 나 사장이 정부의 해임 수순에 반발해 소송전에 나서 법적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국토부는 지난해 오봉역 사망사고,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 사고 등의 책임을 물어 조직 전반의 안전소홀과 조직 기강 해이 등 리더십을 나 사장의 해임 사유로 들었다.
나 사장은 앞서 국토부가 실시한 특별감사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해임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부를 상대로 법적다툼도 불사할 것이란 시선이 지배적이다.
실제 나 사장은 이날 열린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자신의 해임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코레일 대표이사로서 사고의 정확한 원인 분석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안전 체계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끝까지 소명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사퇴압박을 사실상 거절했다.
2020년 최창학 전 한국국토정보공사(LX) 사장과 구본환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 등이 대통령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한 뒤 복직한 전례가 있다.
나 사장이 정부와 법적다툼을 벌이더라도 조만간 자리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있다.
6월 발표될 2022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한국철도공사가 최저등급인 '아주미흡(E)' 등급을 받으면 기관장 해임건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철도공사는 2021년 경영평가에서 E등급을 받았지만 당시 나 사장이 취임한 뒤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해임건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국철도공사는 지난해 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만큼 6월 경영평가에서 E등급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김남형 기자